일본에는 유독 요리와 관련된 영화들이 많습니다. 음식을 통해 주제를 전달하는 영화, 음식이나 재료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 미식을 즐기는 영화까지 다양하죠. 영화 <스키야키>를 보게 된 건 제목에서 든 호기심 때문이었습니다. 제목 그대로 일본의 대표 음식 중 하나인 스키야키에 관한 영화인 줄 알았거든요.
 
이 영화는 교도소에 수감된 다섯 명의 남자가 설날 음식을 두고 쟁탈전을 벌이는 이야기예요. 다섯 명이 각자 자신이 지금까지 먹어본 최고의 음식을 이야기하며, 누가 더 맛깔스럽게 묘사하는지 경연을 펼치는 거죠. 이른바, ‘누가 누가 요리 이야기를 더 맛있게 하나대회! 여기서 뽑힌 사람은 다른 네 사람이 받은 설날 특식에서 메뉴를 한 가지 골라올 수 있어요. 이들이 받게 되는 설날 특식은 일본의 정월 음식인 ‘오세치 요리(御節料理)인데, 다양한 메뉴들로 구성이 되어 있거든요.

여기서 오세치 요리를 살펴볼까요? 오세치 요리는 다양한 음식을 찬합에 담아 먹는 일본의 설날 음식이에요. 정월 초부터 3일간 이어지는 설 연휴 내내 두고 먹기 때문에 오래 보관이 가능하도록 조리거나 구운 음식들이 대부분이에요. 청어알을 조린 카즈노코, 무와 당근을 시고 달게 절인 코하쿠나마스, 죽순과 버섯 토란 등을 조린 니시메 등 종류도 다양한데, 각각의 음식들은 건강, 재물, 풍작, 장수 등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물론 교도소에서 제공되는 오세치 요리가 이렇게 풍성하게 나올 리는 없겠지만, 다양한 음식이 담긴 식판에서 서로 좋아하는 메뉴를 뺏어오기 위해 경쟁하기에는 충분합니다.

각자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추억의 음식'은 특별하진 않아도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들입니다. 갓 지은 뜨끈한 밥에 버터와 간장, 달걀을 깨트려 넣고 옥수수콘을 넣어 쓱쓱 비빈 밥 한 그릇이 자신이 먹은 최고의 음식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고, 엄마를 떠나는 날 먹던 눈물에 젖은 핫케이크를 잊지 못하는 사람도, 사랑했던 사람이 만든 양배추와 파기름이 듬뿍 들어간 라면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중 스키야키의 추억을 얘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전쟁 후 고기가 귀하던 가난한 시절, 식구들이 오순도순 둘러앉아 먹던 스키야키는 누군가에겐 잊지 못할 추억입니다. 영화는 그 모습을 공들여 묘사하고 있는데, 특히 고기를 볶고 난 뒤 우동을 볶아서 먹는 장면은 침이 꼴깍 넘어갈 만큼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돈가스의 탄생>(오카다 데쓰 저)이라는 책을 보면 일본의 대표적인 서민 요리인 스키야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요리는 메이지 유신 때부터 등장했다고 해요. 메이지 천황의 유신 선포와 함께 1200년 동안 지켜온 육식 금지의 규율이 사라지고, ‘요리 유신이라고 부를 만큼 급격한 변화가 찾아오자 일본인들은 당황합니다. 여전히 육식에 대한 거부감이 있던 서민들은 육식에 대한 저항감을 덜고자 쇠고기를 회처럼 얇게 썰어 조리하기 시작했고, 일본식 전골 형태로 끓여먹은 것이 스키야키로 발전하게 됐다는 거죠.

그렇다면 왜 영화 제목이 '스키야키'일까요? 사실 이 영화에는 많은 요리가 등장하지만 핵심 요리라고 본다면 주인공의 사연이 담긴 라면이 더 맞거든요. 시간과 내용 모든 면에서 라면에 가장 크게 할애가 되고 있고, 사연도 가장 애틋하고요.
 
제목이 스키야키인 이유는 수감자들의 대화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합니다. 영화를 보면 수감자들의 대화중에 '하늘 위를 보며 걷자'라는 노래의 영어 제목이 스키야키라는 말이 나와요. 미국 아나운서가 아시아 최초 빌보트 차트 1위를 기록한 일본 노래를 소개하면서 일본어를 어려워한 나머지 자신이 아는 일본어인 스키야키로 소개하는 바람에 미국 제목이 스키야키가 됐다는 거죠. 사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으나, 그게 사실이라면 좀 어이없으면서도 그게 이 노래의 운명 같은 생각도 드네요.
 
이 영화는 과장된 일본 코미디를 싫어하는 사람에겐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지만, 또 이런 게 일본 영화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예요. 분명한 건 영화가 끝나고 나면 라면이 됐든 달걀에 비빈 밥이 됐든 스키야키가 됐든, 그것이 무엇이든 만들어 먹고 싶어질 거라는 사실이에요. 시원한 맥주 한 잔을 곁들여서 말이죠.


영화 속 메뉴 따라 하기

스키야키는 지방마다 만드는 스타일이 조금씩 달라서 관동식은 국물이 자작한 편이고, 관서식은 국물이 거의 없이 팬에 재료들을 볶다가 마지막에 육수를 약간 부어 먹는 식이에요. 관서 지방의 스키야키는 날달걀을 찍어서 먹는데, 이 습관도 관동지방에도 그대로 전해져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죠. 우리나라의 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키야키는 거의 쇠고기 전골에 가까워요. 국물이 넉넉하면 마지막에 죽을 끓이거나 우동 끓여 먹기도 좋고요. 여기서는 가정에서 끓여먹기 좋도록 국물이 자작한 스타일의 스키야키를 소개합니다. 사진처럼 모두 한데 섞어서 보글보글 끓여 먹어도 되지만, 재료마다 익는 속도가 다르니 팬에 기름을 두르고 하나씩 소스에 볶거나, 단단한 순서대로 넣어 볶은 뒤 여기에 소스를 부어서 끓이면 돼요. 각자 편한 스타일로 완성해보세요.
 
<스키야키>
   
재료
쇠고기 200g 다양한 버섯 (표고, 느타리, 팽이 등) 한 줌, 대파 한 대, 양파 1/2개 , 쑥갓 두 줄, 두부 1/3, 쌈배추 2
가쓰오부시 국물 : 가쓰오부시 1, 3, 멸치 12마리, 다시마 사방 5cm 1
소스 : 간장 1/4, 미림 1/4, 설탕 1큰술, 청주 1큰술, 가쓰오부시 국물 1
달걀 2
   
만들기
1. 우선 가쓰오부시 국물을 만든다. 냄비를 뜨겁게 달구고, 머리와 내장 손질한 멸치를 볶다가 구수한 냄새가 나면 물과 다시마 넣어 끓인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다시마는 건져내고, 그대로 10분간 더 끓인 뒤, 가쓰오부시 넣고 불을 끈다. 2-3분 후 체에 걸러 국물만 준비한다.
2. 소스는 분량의 재료를 모두 섞어서 준비한다.
3. 팬에 기름을 두르고, 단단한 재료부터 넣어가며 볶은 뒤 가쓰오부시 국물과 소스를 섞어서 부어가며 익힌다.
4. 신선한 달걀을 준비한 뒤, 익힌 재료는 달걀에 찍어 먹는다.
 
tip. 남은 소스 국물에는 밥을 볶거나 우동면을 볶아서 먹는다.


파란달 / 요리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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