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조>는 북한과 남한 형사가 서울 한복판에서 공조 수사를 벌이는 이야기를 다룬다. 시종일관 진지한 액션을 몰아붙이는 영화는 아니다. 제작을 맡은 윤제균 감독 사단 JK필름의 정서를 잇는 영화에 더 가깝다. 오랜만에 스크린 복귀한 현빈과 원톱 티켓 파워를 증명한 유해진의 활약에 힘입어 코미디와 액션이 '공조'하는 영화가 완성된 것.
액션과 코미디의 '공조'
<공조>는 영화 내내 이야기가 부지런하게 돌아가는 영화다. '경찰'의 애환을 그려내랴, '북한' 싸움꾼 출신 형사의 액션 보여주랴, 뜬금없이 코미디를 유발하는 이른바 아재 개그도 선보여야 한다. 형사의 애환을 담당한 강형사(유해진)는 아내와 딸, 그리고 얹혀사는 처제를 부양하는 가장이기도 한데 1년에 4천만 원이 조금 못 되는 연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언급된다. 형사라는 직업에 앞서 그 역시 한국의 흔한 직장인인 셈이다.
반대로 현빈이 연기하는 북한 특수부대 출신 형사 림철령(현빈)은 위의 스틸컷만 봐도 알 수 있듯, 일종의 '액션' 담당이다. 거의 '제이슨 본'의 맨손 액션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한국의 생활형 형사가 보여줄 수 없는 모습을 담당한 셈이다. 물론 그 역시 한국 경찰 영화 속 계보 아래에서 진화한 인물이다.
그럼 지금부터 <공조>가 나오기까지 한국의 경찰 영화 계보를 짚어보려 한다.
액션 경찰, 서도철
2015 <베테랑>
류승완 감독은 경찰 영화와 인연이 깊다. 정두홍 무술감독과 함께 경찰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액션 영화 <짝패>를 만든 이후, 경찰과 검찰 조직이 맞붙는 <부당거래>, 국정원 요원 주연의 <베를린>에 이어 <베테랑>에서는 본격적으로 '액션 경찰'에 대해 다루고 있다.
2014 <끝까지 간다>
단지 경찰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사건을 수사하는 것 이상으로 이 영화에는 경찰 신분보다는 어떤 장르적 쾌감을 더욱 강조한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정말 "끝까지 갔다"고 느끼며 극장 문을 나서게 한 영화다.
2012 <내가 살인범이다>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을 잡기 위한 무시무시한 혈투를 다룬 영화다. 액션 스턴트맨 출신 정병길 감독답게 이 영화의 방점은 역시 액션에 있다. 정재영과 박시후가 정말 눈으로만 봐도 힘들 것 같은 고난도 액션을 선보인다. 위 스틸컷 장면도 무시무시했다. 달리는 차 위에 서서 액션 하기. 심지어 이 영화는 4DX 상영관에서도 상영했다. 전반부 원테이크 추격 장면은 지금도 명불허전.
2011 <체포왕>
한국 경찰 영화의 산증인과도 같은 배우 박중훈과 이선균 콤비가 마포서와 서대문서의 경쟁 구도를 대변하는 인물들이다. 경찰 조직 내의 화끈한 수사를 화끈한 액션만으로 보여주는 재미가 있었다. 무엇보다 배우들이 서울 시내 주택가 골목과 옥상을 뛰어다니는 장면은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찬다. 배우들의 노고를 가만히 앉아서 즐길 수 있는 영화. 헬스장에서 뛰면서 관람하면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난닝구' 형사
2009 <거북이 달린다>
모름지기 형사라면 잠복하느라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속옷도 제때 갈아입지 못하는 고달픔을 몸에 장착하고 살아가는 캐릭터가 아닐까. 그런 면에서 요새 경찰 영화보다 과거의 경찰 영화 속 캐릭터가 더 정겹다. <거북이 달린다>에서 시골 마을의 조형사(김윤석)는 정의에 불타는 형사라기보다는 한량 형사에 가깝지만 집요함만은 전국 최고.
한국 경찰 강철중
<강철중: 공공의 적 1-1>
<공공의 적> 1, 2
경찰 영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 '강철중'. 한때 극장가를 그가 지배했던 때가 있었다. 강우석 감독의 <공공의 적> 시리즈는 지금의 <베테랑> 같은 천만 경찰 영화의 등장 이전에 기반을 닦아 놓은 영화였다.
스타일 형사물
2013 <감시자들>
조의석 감독의 <감시자들>은 경찰 내 특수 감시반의 활약을 장르적 특성을 강조하는 영화로 완성했다. 이른바 미드 세대의 눈과 귀를 만족시켜야 하는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똑똑한 강철중을 보는 게 어색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을 것이다.
2008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누가 더 나쁜 놈일지 구분이 안 될 만큼 전설적인 형사 백반장(한석규)과 전설의 악당 안현민(차승원) 일당의 추격전은 관객들을 지독하리만큼 끝까지 몰아붙였다. 이야기보다는 스타일에 좀 더 집중한, 홍콩 영화의 장점을 모아서 만든 영화 같았다.
2006 사생결단
최호 감독의 <사생결단>은 동시대에 등장했던 어떤 경찰 영화보다 '장르'에 주목한 영화였다. 부산을 배경으로 마약 범죄에 얽힌 경찰과 범죄자들의 싸움은 누아르 영화의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 한국 영화로서는 보기 드문 성취였다. 이에 비하면 <신세계> 같은 영화는 아주 깔끔한 신사 같은 면이 있다.
2003 와일드카드
진짜 경찰이 가장 좋아할 만한 경찰 영화. 진짜 경찰들의 삶을 밀도 있게 담아낸 영화다. 경찰들이 실제로 쓰는 대사와 상황이 각본에 잘 녹아들어 갔다는 평가를 받았던 영화다. 당시 수많은 경찰 명대사를 만들어냈다. 박중훈, 송강호, 황정민 없이도 멋진 경찰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2003 <살인의 추억>
별다른 언급이 필요 없는 한국영화사의 걸작. 사실 경찰 자체에 집중하는 영화라기보다는 80년대를 통과했던 한국의 시대 정서를 극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경찰 조직이라는 그릇을 이용한 것이다.
1999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스타일 형사물의 정점 같은 영화다. 90년대 한국 영화로는 상상할 수 없었던 독특한 미장센의 실험으로 가득했던 영화다. 형사의 상징과도 같은 배우 박중훈이 와일드한 강력반 형사 역을 멋지게 소화했다. 그가 돋보일 수 있었던 것은 킬러를 연기한 배우 안성기의 180도 이미지 변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계단 살해 장면, 옥상 결투 장면, 기찻길 주먹싸움 장면 등 수없이 많은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1993 <투캅스>
여기 언급한 영화 외에 사실 수많은 한국 경찰 영화들이 만들어졌다. 일일이 모든 영화를 언급할 수는 없었다. 씨네플레이 독자들 각자의 대표작이 있을 테니 이 리스트에 추가해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아무튼 어떤 분류로 경찰 영화 계보를 정리하든 무조건 마지막에 언급하고 싶은 영화는 바로 <투캅스>다. 할리우드 버디 무비의 장점과 서울의 현실이라는 지역색이 잘 어우러진 기획 영화라는 평가를 여전히 받고 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가로등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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