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스 애니웨이>에 등장한 자비에 돌란.

‘논란의 돌란’입니다. 미안해요. 아재가 되면 개그에 대한 욕구는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아재 개그 성애자인 에디터는 논란의 감독, 자비에 돌란이 궁금해졌습니다. 갑자기 왜 궁금해졌냐고요? 자비에 돌란 감독의 영화 <단지 세상의 끝>이 1월18일 개봉했기 때문이죠.

생각나는 대로 자비에 돌란에 대한 이미지를 써보겠습니다. 1. 잘생겼다 2. 천재 감독 3. 칸의 총아 4. 영화계의 지드래곤? (가로등거미 에디터의 말입니다) 5. 스타일리시하다 6. 감각적이다  7. 힙스터? 정도입니다.

<단지 세상의 끝> 촬영현장의 자비에 돌란.
<단지 세상의 끝> 촬영현장. (왼쪽부터) 마리옹 꼬띠아르, 자비에 돌란, 나탈리 베이.

자비에 돌란 감독이 왜 논란인지 혹여나 모르시는 분들도 있겠군요. 사건 개요는 이렇습니다. 지난해 자비에 돌란 감독은 칸국제영화제에서 <단지 세상의 끝>을 통해 심사위원대상을 받았습니다.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켄 로치 감독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 다음이 심사위원대상입니다. 2004년에는 박찬욱 감독이 <올드보이>로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트로피를 받은 자비에 돌란 감독은 눈물을 흘리며 수상 소감을 말했습니다. 이를 본 시상식장의 일부 사람들은 야유를 보냈습니다.

칸국제영화제 홈페이지.

칸에서 현지 취재를 한 <씨네21>의 기사에 따르면 상당수의 해외 언론이 자비에 돌란의 수상에 문제 제기를 했다고 합니다.

<버라이어티>의 평론가 오언 글라이버먼은 “칸을 벗어나면 이 영화는 전세계 영화학교에서나 상영될 것이다. 왜 이렇게 찍으면 안 되는지에 대한 전형적인 사례로 언급되기 위해”라는 평을 남겼고, 프랑스 매체 <슬레이트>는 돌란이 수상하던 순간을 “올해의 시상식에서 가장 분노했던” 대목으로 기록했다.
-<씨네21>

자비에 돌란은 영화제 기간 동안 기자, 평론가들과 각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계속해서 <씨네21> 기사를 인용해보겠습니다.

돌란은 <가디언>과 가진 인터뷰에서 “<크리드>에 별 다섯개를 주고 <분노의 질주>에 별 네개 반을 주는 사람들이 내 영화 속 마리옹 꼬띠아르가 지루하다고 말하면, 그거야말로 정말 세상의 끝이라고 할 수 있겠다”라며 언론을 깎아내렸다. 자신의 영화에 대한 미국 매체 <플레이스트>의 비판적인 리뷰를 읽고는 “이것은 저널리즘이 아니다. 이것은 가십이다”라고 말했고, 이에 <LA 타임스>의 평론가 저스틴 창이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 이것은 나르시시즘이다”라고 응수하는 일화도 있었다.
-<씨네21>

이렇게 자비에 돌란은 논란거리가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심지어 울먹이며 수상 소감을 말하는 자비에 돌란과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배우 매즈 미켈슨의 어이없어하는 듯한 멍한 표정이 번갈아가며 보이는 이미지 파일이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만 19세에 주연, 연출, 각본, 의상 등 자비에 돌란이 혼자 다 해낸 영화 <아이 킬드 마더>.

지금 자비에 돌란은 논란의 감독이 되어버렸지만 예전에 자비에 돌란은 ‘칸의 총아’로 불렸습니다. 그는 만 19세였던 2009년 공개한 데뷔작 <아이 킬드 마이 마더>로 처음 칸영화제 감독 주간에 초청됐습니다. 감독, 각본, 주연, 제작, 의상까지 스스로 해낸 자비에 돌란은 3개의 트로피를 휩쓸면서 천재 감독의 탄생을 알렸습니다. 2010년작 <하트비트>도, 2012년 <로렌스 애니웨이>도, 2014년 <마미>도 칸에 갔습니다. 영화 감독 가운데 칸영화제 레드카펫 한번 밟아보는 게 소원인 분들 많겠죠? <마미>는 심사위원상을 수상했습니다. 자비에 돌란은 역대 칸영화제 최연소 경쟁 부문 진출·수상 감독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하트비트>로 칸에 초청된 배우 (왼쪽부터) 니엘스 슈나이더, 모니아 초크리, 자비에 돌란.
금발로 염색을 한 모습을 볼 수 있는 <탐 엣 더 팜>. 이 영화는 칸이 아닌 베니스영화제에서 수상했습니다.

사실 자비에 돌란 감독의 영화는 그전부터 논란의 여지가 다분히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나이 많은 혹은 연륜이 있는 평론가들에게 어린 감독의 치기가 보이지 않을 리가 없었겠죠. 2009년의 열광 이후 자비에 돌란에 대한 평단의 평가는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논란의 영화였던 <단지 세상의 끝>은 로튼토마트지수 42%(2017년 1월 19일 기준), 메타크리틱 48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같은 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는 80%, 74점입니다.

로튼토마토 사이트. 평론가들은 <단지 세상의 끝>에 혹평을 많이 했습니다. 대중들은 좀더 좋은 점수를 줬습니다.

대중들의 평가는 다른 것 같습니다. 왜 늘 평단과 대중은 다른 선택을 하는 건가요? 다 그런 건 아니겠죠. 예를 들면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 있겠네요. 어쨌든 자비에 돌란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애정은 점점 커져가는 느낌입니다. 분명 그는 감각적인 영상을 만들어냅니다. <마미>의 도발적인 1:1 화면비는 유명합니다. 예민한 감수성도 드러냅니다. 날것의 감정들입니다.

<마미> 촬영 현장. (왼쪽부터) 안토니 올리버 피론, 자비에 돌란 감독, 앤 도벌.

자비에 돌란 본인도 평론가가 아닌 대중을 위한 영화를 만들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2014년 <엘르>의 인터뷰 내용을 보겠습니다. “당신의 영화가 무엇으로 남길 바라나”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합니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이야기를 쓰고 있음을 알아주길 바란다. 그래서 팔짱을 끼고 연간 400편의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겐 관심이 없다. 길을 걷던 나를 멈춰 세우고, “당신의 영화를 보고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고 말해주는 사람들을 위해서 영화를 만든다. 영화를 보고 웃지도, 울지도 않는 사람들에겐 관심이 없다.”

연간 400편의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아마도 평론가들이겠죠. 자비에 돌란은 자신에 대한 비판적인 평가를 내리는 평론가들이 신경 쓰일 듯합니다. 2015년의  <허핑턴 포스트> 인터뷰도 참고할 만합니다.

“나는 내 영화에 대한 평론을 하나도 빠짐없이 읽는다. 지난 몇 년 동안 난 그런 부분을 기억하면서 작업했는데 <마미>가 이전 영화에 대한 여러 사람의 견해를 수용하고 인정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람들이 작품을 어떻게 보는지 어떻게 느끼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난 평론 같은 건 읽지 않아'라고 말하는 감독들이 꽤 많은데, 그들이 만든 영화의 작품성을 보면 '맙소사'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이후 기자와 자비에 돌란의 문답이 재밌습니다. 

기자/ 그런 감독들은 성장이나 변화가 없다는 뜻인가.
돌란/ 그렇다. 그냥 자기 방식만 주장하며 똑같은 것만 만들어낸다.
기자/ 그런데 당신의 작품에도 일관된 테마가 느껴진다….
돌란/ 당연히 관람자들이 인식했으면 하는 부분이다. 내 취향과 감각, 그리고 결정들을 스토리에 적용하려고 노력한다. 영화에 가장 중요한 부분인 스토리 구성, 연기를 살리는 것이 내가 늘 추구하는 바이다.

흐음. 혹시 <허핑턴 포스트> 기자는 자비에 돌란 감독에게서 “일관된 테마가 느껴진다”면서 “자기 방식만 주장하며 똑같은 것만 만들어낸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요? 정확한 건 알 수 없습니다. 어쨌든 평론가들이 천재 감독 자비에 돌란에 대한 칭송을 그만두기 시작한 건 자비에 돌란 스스로 얘기한, 바로 (자기 방식만 주장하며 똑같은 것만 만드는) 그 지점인 것 같습니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차기작 <존 F. 도노반의 죽음과 삶>에 대해 설명하는 자비에 돌란 감독.

자비에 돌란 감독은 차기작 <존 F. 도노반의 죽음과 삶>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시카 차스테인, 키트 해링턴, 나탈리 포트만, 벨라 손 등이 출연합니다.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캐나다 퀘벡 출신인 그가 처음으로 연출한 영어로 된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으로 천재인지, 과대평가된 감독인지 판가름이 날 수 있을까요? 2016년 9월에 나온 <플레이스트> 기사에 따르면 자비에 돌란은 “<존 F. 도노반의 죽음과 삶>을 칸영화제에 출품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왕이면 다시 한번 칸에서 어떤 평가를 받는지 볼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네요.

<마미> 촬영현장의 앤 도벌(왼쪽)과 자비에 돌란.

마지막으로 2015년 1월 <GQ>에 실린 자비에 돌란의 편지 한 토막을 소개합니다. 그는 인터뷰를 거절하고 편지를 보내왔다고 합니다.

(전략) 그리고 전 제가 직접 인터뷰를 하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모두 보셨죠, 영화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여러분은 그 영화를 만든 사람이 누군지 알게 됐잖아요. 해답을 찾는 이집트인-아일랜드인 혼혈아 말입니다. 저는 왜 <마미>가 1:1 정사각형의 비율로 촬영됐는지 설명하기보다는 제 관심사에 대해 말하고 싶었어요. 전 직사각형이 싫고, 모든 것을 지성화하고 싶지도 않거든요. 앤의 얼굴도 그 정사각형 안에서 예뻐 보이잖아요. 그러니까 그냥 내버려두세요!

자비에 돌란에 대한 자질구레한 사실들

1. 자비에 돌란은 4살 때 처음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2. 자비에 돌란은 <타이타닉>을 보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반해 팬레터를 쓴 적이 있다. 데뷔작 <아이 킬드 마이 마더>에 관련된 내용이 언급된다.

한국판 <마미> 포스터를 극찬한 자비에 돌란 인스타그램.

3. 자비에 돌란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한국에서 제작된 <마미>의 포스터에 극찬을 한 적이 있다. 이후 한국의 디자인 회사 ‘피그말리온’에서 그의 신작 <단지 세상의 끝> 글로벌 포스터를 디자인했다.

아델의 <헬로> 뮤직비디오 촬영현장.

4. 아델의 <헬로> 뮤직비디오를 연출했다. 이 뮤직비디오는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한 것이다.

5. 자비에 돌란은 루이비통 모델로 활약한 적이 있다.

6. 자비에 돌란은 게이다.


자비에 돌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천재냐, 과대평가냐의 논란은 쉽게 끝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단순히 취향의 차이일지도 모릅니다. 한때 천재라 불렸던 프랑소와 오종이 있었습니다. 지금 그 감독의 신작을 애타게 기다리는 관객은 많이 없습니다. 자비에 돌란이 오종의 뒤를 밟지 않기를 바랍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두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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