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막하. 흥미진진. 처음엔 <더 킹>의 완벽한 승리였다. 하지만 개봉 2주차 설 연휴를 기점으로 입소문을 등에 업은 <공조>가 정상을 탈환했다. 2월 2일 기준 박스오피스 결과는 <공조> 522만 명, <더 킹> 458만 명이다. 하지만 두 영화의 최종 승부는 예단하기 어렵다. <공조>는 가족들의 관람이 강세였던 설 연휴를 지났고, <더 킹>의 배경이 되는 암울한 시대는 지금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강점을 지닌 두 영화는 극장가를 양분하며 관객들을 흡수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쌍끌이 흥행 중이다.
<더 킹>과 <공조>처럼 동일 시기 개봉한 영화가 나란히 흥행한 사례들이 얼마나 있었는지 살펴보자.
'쌍끌이 어선'은 이런 것이다.
광주민주화항쟁을 다룬 <화려한 휴가>와 국내 SF영화의 새로운 도전 <디 워>가 2007년 여름 성수기 일주일 간격으로 개봉하며 격돌했다. <화려한 휴가>는 광주민주화항쟁을 경험한 중장년 세대까지 극장으로 불러들이며 흥행했고, 괴수 영화 <디 워>는 만듦새 논란에도 불구하고 애국심에 호소하는 마케팅 전략에 힘입어 크게 성공했다.
해운대에 쓰나미가 몰려온다는 설정의 <해운대>와 비인기 종목인 스키점프 선수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국가대표>가 2009년 여름 맞붙었다. 두 작품은 화려한 볼거리와 적당한 신파적 요소 등 한국형 재난 블록버스터와 스포츠영화가 흥행을 위해 가져야 할 덕목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제시한 영화다.
신파는 기분 나쁘지 않고, 류승룡, 오달수, 박원상 등의 연기는 지나치지 않았다. 의외의 성공이란 반응이 무색하게 기획 영화의 장점을 고루 갖춘 영화 <7번방의 선물>은 1281만 명의 가슴을 울렸다. 일주일 후 개봉한 <베를린>은 하정우, 한석규, 류승범의 열연과 한국 첩보영화의 새로운 이정표라 평가할 만큼 뛰어난 스토리와 스케일로 700만이 넘는 관객을 불러들였다.
모두 <설국열차>의 압승을 예상했다. 봉준호, 송강호라는 국내 최고의 감독과 배우, 크리스 에반스, 틸다 스윈튼 등 할리우드 톱스타 출연. 모든 것이 흥행의 조건과 일치했다. 하지만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열차처럼 멈출 것 같지 않던 흥행은 천만의 문턱에서 마침내 멈춰섰다. 제작비 450억 원짜리 <설국열차>와 맞붙은 <더 테러 라이브>는 하정우의 원맨쇼에 가까울 만큼 물샐틈없는 연기와 잘 짜인 연출까지 더해 600만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한다. <설국열차>에 비해 20%도 안 되는 제작비로 엄청난 수익을 올린 셈이다.
故 노무현 대통령을 연기한 송강호의 강렬한 눈빛이 돋보인 <변호인>과 남한으로 망명한 북한 공작원을 연기한 공유의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감상할 수 있는 <용의자>가 연말 극장가에서 만났다. 답답한 시국을 반영하듯 관객들은 <변호인>을 통해 민주주의의 본질을 열망하며 극장을 찾았고 그 결과 비수기인데도 불구하고 천만 영화를 탄생시켰다. 한주 차이로 개봉한 <용의자>도 액션 배우 공유의 존재감을 알리며 <변호인>의 독주 속에서 선전했다.
초등학생까지 완벽한 발음으로 열창한 주제가 ‘렛잇고’ 열풍은 <겨울왕국>의 흥행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현상이었다. 디즈니 본사에서도 놀랐다는 <겨울왕국>의 천만 흥행에 합승한 <수상한 그녀>는 사랑스러운 가족영화로 설 연휴를 접수하더니 마침내 나란히 관객몰이에 나섰다. 70대 할머니를 능청스럽게 연기한 심은경의 놀라운 연기와 노래 솜씨도 영화 성공에 한몫했다.
다시없을 역대급 흥행기록이다. <명량>을 찾은 관객은 무려 1762만 명이다. 캐릭터들의 아쉬움이 있었지만, 해상 전투의 스펙터클은 굉장했다. 사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 이렇게까지 잘될 줄 몰랐다. 유해진의 쉴 새 없는 코믹 애드립이 영화 흥행의 팔할을 이끌지 않았을까?
진정한 쌍끌이 천만의 탄생이 바로 이때다. <암살>은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오달수로 완성된 멀티캐스팅 블록버스터가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줬다. 일제강점기 항일투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격정의 시대를 세밀한 세트에 꼼꼼하게 담아냈다.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은 재벌 3세의 분탕질을 시원하게 제압하는 통쾌한 영화다. 황정민, 유해진, 오달수의 개성 넘치는 활약도 볼 만하지만, 유아인의 악역 연기는 그중 최고다.
국내 최초 좀비 블록버스터 <부산행>은 장르 영화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전례 없는 성공을 거뒀다. 밀폐된 공간을 활용한 긴장감,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특수효과 등의 비주얼이 놀랍다. 때아닌 반공주의와 영웅주의로 시대에 역행한다는 일부의 비판과 상관없이 <인천상륙작전>은 700만이 넘는 관객을 불러 모았다.
<부산행>과 <인천상륙작전>이 휩쓸고 간 극장가에 작품을 내미는 기분은 어떨까? <덕혜옹주>와 <터널>은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것 같은 여름 성수기 끝 무렵에 관객을 만났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조선의 마지막 공주를 진정성 있게 연기한 손예진의 열연과 무너진 대한민국의 재난 대비 시스템을 통렬하게 꼬집는 <터널>의 탄탄한 이야기는 연속 쌍끌이 흥행을 연출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심규한(다스베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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