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 앨런의 옛 작품 세 편을 상영하는 기획전이 68일부터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영화의 배경이 뉴욕이 아닙니다. 이번 기획전에서는 영화팬들에게 우디 앨런을 말하라면 반드시 첫 마디에 언급될 뉴욕이 아닌, 유럽을 배경으로 찍은 영화들을 모았습니다. 런던 배경의 <매치 포인트>(2005) <스쿠프>(2006), 로마에서 찍은 <로마 위드 러브>(2012)를 묶은 기획전 <트립 투 유럽>입니다. 우디 앨런을 사랑하는 관객에겐 신선한 외유가, 우디 앨런에 관해 잘 모르는 관객에겐 뜻밖의 입문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영화를 보기 전 알아두면 좋을 4가지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패러디와 코미디, 여성 캐릭터가 그의 영화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건 팬이 아니어도 다들 아실 겁니다. 다음 내용은 팬이라면 이미 알고 있을, 입문자들을 위한 가이드입니다.


#1 감독 데뷔작이 사실은 남의 영화다?

여러가지 버전의 <타이거 릴리> 포스터들.

괴팍한 장난이라고 해야 할지…. 우디 앨런의 공식 데뷔작은 1966년에 만든 <타이거 릴리>입니다. ‘007’ 시리즈의 영향으로 제작된 일본의 스파이 영화 시리즈 중 <국제비밀경찰 화약통>(1964) <국제비밀경찰 열쇠의 열쇠>(1965)를 짜깁기한 뒤 우디 앨런이 더빙을 얹고 재편집해 섹시 코미디로 내놓은 작품입니다. 영화의 처음과 끝엔 우디 앨런이 직접 등장도 합니다. 장난처럼 만들긴 했지만 공식 데뷔작으로 내놓기엔 부끄러웠는지 우디 앨런은 <타이거 릴리>의 개봉을 막기 위해(!) 배급사에 고소장까지 접수했습니다. 하지만 뜻밖에도 평론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얻어 슬그머니 고소를 취하했습니다. 다만 아직도 본인의 흑역사라고 생각해 언급을 최대한 피한다고 하네요. 이후로도 여러 가지 키워드와 방식을 통해 패러디를 멈추지 않는 감독이기도 합니다.


#2 할리우드산 코미디 영화로선 최초로 오스카 작품상을 거머쥐었다?

<애니 홀>

우디 앨런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애니 홀>(1977)은 할리우드 역사상 최초로 코미디 영화로서 오스카 작품상(50)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신경질적인 성격의 유대인 코미디언 앨비와 자유분방한 가수 지망생 애니 홀의 연애를 다룹니다. 애니 홀을 연기한 다이앤 키튼과 실제로 사귀기도 했죠. 작품상 외에도 감독상, 각본상, 여우주연상까지 휩쓸었습니다. 하지만 시상식엔 불참했고, 그 시각 평소 어울리던 재즈 밴드 모임에서 즐겁게 놀고 있었다고 합니다.


#3 뉴욕에서만 영화를 찍는다?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와 <미드나잇 인 파리>.

커리어 초창기, 많은 수의 작품이 맨해튼 뉴요커의 일상을 담았기에 우디 앨런=뉴욕공식이 생겨난 것이지만 그의 모든 영화를 미국에서 찍은 건 아닙니다. 배경은 여전히 미국이지만 <애니씽 엘스>(2003)는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등 여러 유럽 국가의 지원을 받은 작품입니다. 이전 작품의 타이틀이 <할리우드 엔딩>(2002)이었음을 떠올리면 교묘한 우연이 아닌가 싶네요. 그리고 이때부터 유럽에서 찍은 영화들이 늘어납니다. 이번 기획전 상영작인 <매치포인트><스쿠프>, 그리고 <스쿠프> 이후 만든 <카산드라 드림>(2007), <환상의 그대>(2010)는 런던을 배경으로 합니다.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2008)는 바르셀로나를, <미드나잇 인 파리>(2011) <매직 인 더 문라이트>(2014)는 프랑스를 무대로 삼았습니다.


#4 수양딸과 결혼했다?

어린시절의 우디 앨런과 미아 패로, 순이 프레빈.
공식적으로 교제를 선언한 뒤 결혼해 두 명의 아이를 입양한 우디 앨런, 순이 프레빈.

할리우드 최악의 스캔들이었죠. 우디 앨런이 1992, 그의 수양딸과 교제하고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스캔들의 중심에 선 순이 프레빈은 오랫동안 우디 앨런과 사실혼 관계로 지낸 배우 미아 패로가 전남편인 지휘자 앙드레 프레빈과의 사이에서 입양한 한국계 미국인입니다. 우디 앨런이 미아 패로와 동거하고 있을 때 사랑이 싹 텄다는군요…(…)… 미아 패로가 집안에서 우연히 순이 프레빈의 누드 사진을 발견해 우디 앨런과 대판 싸우며 밝혀진 사실입니다. 당시 순이 프레빈은 20살이었기에 우디 앨런의 소아성애 취향에 관한 의혹도 있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우디 앨런과 미아 패로, 순이 프레빈의 관계는 엉망이 되었고 이후 우디 앨런과 순이 프레빈은 덤덤하게 관계를 인정, 1997년엔 결혼까지 했습니다. 우디 앨런의 다른 수양딸 딜런은 어린시절 지속적으로 그에게 성추행을 당해왔다고 밝혀 우디 앨런이 소아성애자가 아니냐는 소문에 부채질을 했습니다만 이에 우디 앨런은 자신이 소아성애자가 아니라고 단언했습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윤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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