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이라는 숫자는 묘하다. 뭐가 묘하냐고? 셋이 모여서 하나가 되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다. 3종 세트 구성이라고 할까.
연극, 오페라에서는 3막 구조가 많다. 소설이나 만화에서도 상·중·하 3부 완결이 흔하다. 확실히 2부작, 4부작보다는 3부작이 많은 것 같다. 3부작을 이르는 영어 단어도 있다. ‘트릴로지’(trilogy)다. 이 단어는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비롯됐다. 당시에도 3부작이 만들어졌다. 영화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3편으로 구성된 시리즈, 트릴로지가 꽤 있다. 이 가운데 유명한 작품들을 소개하려 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아는 영화를 언급할 예정이다.
스타워즈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덕후’를 거느린 <스타워즈> 시리즈는 3부작이 여러 개 모인 형태다. 오리지널 혹은 클래식 3부작이라 불리는 3편의 영화가 시리즈의 시작이다. 이 3편의 영화는 전체 시리즈에서 4, 5, 6편에 해당한다. 각각 <새로운 희망> <제국의 역습> <제다이의 귀환>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조지 루카스는 이후 프리퀄 3부작을 만들었다. 1, 2, 3편에 해당하는 영화는 <보이지 않는 위험> <클론의 습격> <시스의 복수>다.
현재 <스타워즈> 시리즈는 7, 8, 9편에 해당하는 시퀄 3부작이 진행 중이다. <깨어난 포스>가 2016년 개봉했고 <라스트 제다이>가 올해 개봉을 기다린다. 2019년 ‘에피소드 9’이 공개될 예정이다. 앤솔로지, 스핀오프 3부작도 있다. <로그원>이 이미 공개됐고 <한 솔로>(가제)와 <보바 펫>(가제)을 준비중이다.
대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 1위 자리에 자주 언급되는 <대부> 역시 3부작이다. 원제에서 2편과 3편에는 ‘파트 2’(part 2), ‘파트 3’(part 3)라는 부제를 달았다. 1편(1972)은 마피아 보스 돈 콜레오네(말론 브란도)의 뒤를 이어 조직을 이끌게 되는 마이클 콜레오네(알 파치노)가 보스가 되어가는 이야기다. 2편(1974)은 일종의 프리퀄 같은 영화다. 마이클의 아버지인 비토 콜레오네가 보스의 호칭인 ‘돈 콜레오네’를 얻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젊은 비토 콜레오네는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했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3편(1990)에는 늙은 마이클이 등장한다. 마피아 조직을 합법적인 기업으로 전환시키려는 내용이다. <대부> 3부작은 총 9개의 오스카 트로피를 가져갔다. 1편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말론 브란도), 각색상을 수상했다. 2편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남우조연상(로버트 드 니로), 음악상, 미술상을 수상했다. 3편은 작품상, 감독상 등 7개 부문 후보였지만 수상하지 못했다. <대부>는 2부작이었으면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 3편에 대한 평이 1, 2편에 비해 좋지 않다.
반지의 제왕
J. R. R. 톨킨의 판타지 대작을 영화화한 <반지의 제왕>은 진정한 3부작이라고 할 수 있다. 위에 소개한 <스타워즈> <대부> 등과 달리 <반지의 제왕>은 처음부터 3부작으로 기획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3편 분량을 한번에 촬영했다. 재촬영을 하긴 했다. 최초에 피터 잭슨 감독은 <반지의 제왕>을 2부작으로 제작하려 했다. 제작사 미라맥스는 비용 문제로 감독에게 1편으로 만들 것을 요구했다. 피터 잭슨 감독은 이를 거부하고 새로운 파트너 뉴라인 시네마를 찾아갔다. 그는 “왜 이 영화를 2부작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설명했다. 뉴라인 시네마의 임원이 대답했다. “피터, 이런 영화를 왜 2부작으로 만들어야 합니까? 책도 3권인데 3부작으로 만듭시다.”
이렇게 3부작으로 기획된 <반지의 제왕>은 2001년부터 2003년까지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매해 한 편씩 개봉했다. 1편 <반지 원정대>, 2편 <두 개의 탑>, 3편 <왕의 귀환>까지 <반지의 제왕> 3부작이 전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3부작으로 만들면서 돈도 3배 더 벌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반지의 제왕> 3부작의 대성공으로 피터 잭슨은 <호빗> 3부작도 만들었다.
빽 투 더 퓨처
시간여행 영화는 3부작과 잘 어울린다. <빽 투 더 퓨처> 3부작을 보면 알 수 있다. 과거, 현재, 미래의 상관관계를 3부작 안에서 볼 수 있다. 1편(1985)은 주인공 마티(마이클 J. 폭스)가 타임머신을 개발한 브라운(크리스토퍼 로이드) 박사를 살리기 위해 30년 전 과거로 돌아간 이야기다. 젊은 시절의 아버지와 엄마를 만난다. 2편(1989)은 30년 후의 미래 사회가 배경이다. 영화 전체가 미래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1편의 과거로 다시 돌아가기도 한다. 1편의 어떤 사건으로 미래까지 바뀌기 때문이다. 3편(1990)은 100년 전 서부시대의 이야기다. 과거로 간 브라운 박사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마티는 다시 한번 시간여행을 떠난다. 3편은 1편, 2편과 조금 분위기가 다르다. 3부작의 마지막으로는 나쁘지 않다.
다크 나이트
<다크 나이트> 3부작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명성을 확고하게 만들어줬다. 열렬한 추종자들도 생겨났다. <배트맨 비긴즈>(2005), <다크 나이트>(2008),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까지 이어진 3부작은 배트맨 영화뿐만 아니라 슈퍼히어로 영화의 판도를 바꾸기도 했다. 쫄쫄이 타이즈를 입은 유치한 슈퍼히어로는 <다크 나이트> 3부작 이후 사라졌다. 슈퍼히어로 영화는 더 이상 아동·청소년용 영화가 아니다.
<다크 나이트> 3부작은 그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2번째 영화인 <다크 나이트>가 압도적인 호평을 받았다.
매트릭스
형제에서 남매로, 그리고 결국 자매가 된 릴리와 라나 워쇼스키 감독의 <매트릭스> 역시 3부작이다. 1999년 공개된 1편의 비주얼과 특수촬영 기법 등은 이후 액션영화의 기준이 되기도 했다. 또 가상 세계를 소재로 하면서 성서와 신화적 요소를 가미한 <매트릭스>의 세계관은 철학자들이 특히 좋아했다. 세기말이라는 당시 분위기도 한몫한 듯하다. 2편, 3편으로 이어지면서 1편의 명성에는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보여줬다.
'비포' 3부작
1995년, 2004년, 2013년. 세 번에 걸쳐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과 에단 호크, 줄리 델피는 '비포' 3부작을 만들었다.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은 제시(에단 호크)와 셀린(줄리 델피)이 1995년 기차에서 처음 만난 이후 9년 후, 다시 9년 후의 이야기를 담았다. 실제와 영화 속 시간은 똑같이 흘러갔다. 두 배우 역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비포 선라이즈>에서 제시와 셀린은 키스를 할까 말까 두근두근하던 풋풋한 학생이었다. <비포 선셋>에서는 각자의 위치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30대였다. <비포 미드나잇>에 이르면 티격태격 다투는 중년의 부부가 된다.
지금 20대 초반인데 아직 '비포' 3부작을 보지 않았다면 영화의 시간을 따라가는 것도 재밌는 일이 될 수 있다. 먼저 <비포 선라이즈>를 보고 영화의 시간처럼 9년 뒤 <비포 선셋>을 보고 또 9년 뒤 <비포 미드나잇>을 보는 거다.
무간도
<무간도> 3부작은 1980년대 화려했던 홍콩 누아르의 부활이다. <무간도>는 삽합회 단원인 유건명(유덕화)과 경찰 진영인(양조위)이 각각 상대 조직에 잠입하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룬 영화다. 1편의 성공으로 2편, 3편까지 제작됐다. 2편 <무간도 2: 혼돈의 시대>는 두 주인공이 각각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3편 <무간도 3: 종극무간>은 1부와 2부 사이 이야기와 1부 뒷이야기를 그렸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맷 데이먼, 잭 니콜슨을 캐스팅해 미국판 <무간도>인 <디파티드>를 만들었다. 최민식, 황정민, 이정재 등이 출연한 <신세계>가 <무간도>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무간도>처럼 <신세계>도 2편, 3편까지 나오길 기대해본다.
스파이더맨
<다크 나이트> 3부작 이전에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3부작이 있었다. 2002년, 2004년, 2007년에 1, 2, 3편이 개봉했다. 2000년 이후 CG 기술의 발달로 슈퍼히어로 영화의 황금기가 열리기 시작했다. 그 시작이 바로 <스파이더맨> 3부작이다. 소니 픽쳐스에서 제작한 <스파이더맨> 3부작은 샘 레이미 감독의 하차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이어졌다. 이 시리즈는 크게 흥행하지 못했다. 그 사이 엄청난 ‘공룡’이 된 마블 스튜디오가 자신들의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로 스파이더맨을 복귀시켰다. <스파이더맨: 홈커밍>이 7월 5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스파이더맨에 대한 판권은 여전히 소니에게 있다.
한때 3부작이었으나…
번외로 3부작이었으나 이제는 3부작이 아닌 영화들을 소개한다.
'본' 시리즈
'본' 시리즈에 속하는 영화는 사실 5편이다. 그럼에도 여기 소개하는 이유가 있다. <본 아이덴티티>(2002), <본 슈프리머시>(2004), <본 얼티메이텀>(2007)까지 이어지는 3부작이 이 시리즈의 정수이기 때문이다. 맷 데이먼이 출연하지 않은 <본 레거시>와 2016년 개봉한 <제이슨 본>은 3부작이 지닌 에너지에 미치지 못했다. <제이슨 본>의 경우 맷 데이먼이 돌아오면서 과거 3부작의 영광을 재연하려 노력했다.
토이 스토리
픽사 애니메이션 가운데 딱 한 편만 꼽으라고 한다면 <토이 스토리>라고 대답하겠다. <토이 스토리> 3부작은 애니메이션 역사를 새로 썼다. 전통적인 2D 셀 애니메이션과 다른 컴퓨터그래픽 기술 기반의 3D 애니메이션의 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다. 또 기술적인 측면을 넘어서는 이야기의 힘도 있다. 1편은 물론 2편, 3편까지 모두 극찬을 받았다. 3편 개봉 전 <토이스토리> 시리즈는 3편이 마지막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2014년 공식적으로 <토이 스토리> 4편 제작이 결정됐다. 4편은 2019년 개봉 예정이다.
아쉬운 마음에 추가해 보는 3부작들
'세 가지 색' 3부작
30~40대라면 영화를 본 적 없어도 포스터는 봤을 법한 '세 가지 색' 3부작. 폴란드 출신의 거장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세 가지 색: 블루>(1993), <세 가지 색: 화이트>(1994), <세 가지 색: 레드>(1994)는 프랑스 국기의 3색을 모티브로 제작한 영화다. 첫 작품 <블루>는 베니스영화제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화이트>는 베를린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
<매드 맥스> 시리즈
멜 깁슨을 전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어준 조지 밀러 감독의 <매드 맥스> 시리즈 역시 3부작이었다. 2015년 조지 밀러 감독은 직접 자신의 3부작을 부활시켜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를 연출했다. 멜 깁슨에 이어 톰 하디가 시리즈를 이어받았다. <매드 맥스: 웨이스트랜드>가 시리즈의 다음 영화다. 현재 제작 준비 중이다.
이블 데드
<스파이더맨> 3부작의 샘 레이미 감독의 B급 호러영화 <이블 데드> 3부작을 기억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달러스(Dollars) 3부작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과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함께한 <황야의 무법자>(1964), <석양의 건맨>(1965), <석양의 무법자>(1966) 등 3편의 작품을 달라스 3부작 혹은 무법자 3부작으로 부른다. 이 세 편은 이탈리아에서 만든 서부영화인 ‘스파게티 웨스턴’을 알린 작품들이다.
복수 3부작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은 복수에 관한 3편의 영화 <복수는 나의 것>(2002), <올드보이>(2003), <친절한 금자씨>(2005)를 말한다. 3편이 하나의 이야기나 세계관을 공유하는 시리즈라고 할 수는 없지만 박찬욱 감독의 영화세계를 설명할 때 복수 3부작은 좋은 키워드로 작용한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신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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