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대작 영화들에서 중국의 향취를 맡는 게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왜? 할리우드가 중국 자본을 받아들이면서 많은 작품들을 중국의 '입맛'에 맞게 제작하기 때문이다. 씨네플레이에선 올 초 <그레이트 월>의 개봉에 맞춰 할리우드와 중국 자본의 결합인 '찰리우드'에 대해 정리한 바 있다. 이번엔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에 맞춰 '중국이 먹여살린 영화'들을 소개해본다.
※ 해당 포스트의 제작비/흥행 기록은 박스오피스 모조(http://www.boxofficemojo.com)를 기반으로 한다.
※ 중국의 수익 배율 관련 자료는 "한중콘텐츠연구소"의 분석을 토대로 한다.
이 정도면 속는 게 아니라 충성심
언급했듯 중국이 살린 제1의 영화는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이다. 중국은 대대로 <트랜스포머> 시리즈에 꽤 관대한 편이다. 1편에서는 3천7백만 달러로 해외 성적 3위(참고로 1위는 한국이다), 2편에선 6천5백만 달러로 1위를 차지하더니 3편에서 마침내 1억 6천만 달러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수치가 높긴 하지만, 놀라기엔 아직 이르다.
본격적인 '대박'은 중국 자본이 투자된 4편부터다. 중국 자본이 들어가 배경도 중국이 되고 리빙빙, 한경 등 중국 배우가 출연한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는 중국에서만 3억 2천만 달러의 흥행을 기록했다. 어느 정도 대박인가 하면 북미 성적이 2억 4천만 달러였고, 북미와 중국 말고는 1억 달러를 넘은 국가가 없었다. 월드 와이드 최종 성적이 11억 달러다. 전체 수익의 30% 이상을 중국이 책임졌다.
-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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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마이클 베이
출연 마크 월버그, 니콜라 펠츠, 잭 레이너, 스탠리 투치, 리빙빙
개봉 2014 미국
그래도 이 영화에 비하면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약과다. <트랜스포머>의 경우 적어도 다른 나라 성적도 '평타' 이상이었으니까. 이 영화가 개봉한 날, 중국에선 갑옷 입은 전사들이 속출했고 심지어 패싸움까지 났다. 아마 그들은 얼라이언스(인간이 주축인 진영)와 호드(오크가 주력인 진영)를 위한 '명예로운 전쟁'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모든 게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때문이었다.
-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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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던칸 존스
출연 트래비스 핌멜, 벤 포스터, 토비 켑벨, 폴라 패튼, 클랜시 브라운, 도미닉 쿠퍼
개봉 2016 미국
게임 <워크래프트> 시리즈는 미국산이지만 중국에서의 인기가 상상을 초월한다. 베이징 올림픽 당시 중국 현지 성화 봉송에 <워크래프트 3> 한국인 프로게이머 장재호가 초청됐을 정도다. 거기에 영화 제작사는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로, 중국 완다 그룹이 인수한 회사였다. 원작의 인기에 중국 내 '충성도'가 쐐기를 박았다.
북미에서 혹평을 받고 국내에서 '전쟁닦이'라 놀림당하던 이 영화는 유일하게 중국에서 '억 단위'의 성적을 세웠다. 북미에서도 5천만 달러를 넘지 못했는데 중국에서 4배가 넘는 2억 1천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그러나 후속작 소식이 전혀 들리지 않아 중국 완다 시네마의 (티켓 사재기를 통한) 박스오피스 조작이란 의혹도 있다.
잠깐, 굳이 중국을 잡아야 하는 이유는?
그렇다고 해서 '중국 대박'이 제작사에 엄청난 수익을 안겨주는 건 아니다. 중국은 해외 영화를 분장제와 매단제로 운영한다. 분장제는 해외 배급사가 배급을 진행해 박스오피스 수익을 나누는 방식이고, 매단제는 중국 배급사가 판권을 구매해 수익을 독점하는 방식이다. 역량이 되는 큰 제작사들은 분장제로 수익을 챙겨갈 수 있지만, 규모가 크지 않으면 매단제를 진행한다.
분장제를 진행한다고 해도 제작사에게 돌아가는 비율이 높지 않다. 국내의 경우 제작/배급사와 극장이 티켓 값을 나눠갖는 비율이 6:4인 반면, 중국은 5:5다. 중국 극장 몫이 우리나라보다 더 많다. 극장이 가져가고 남은 5에서도 배급사가 더 많이 챙겨가고 제작사의 몫은 낮게 책정된다. 또 중국은 자국 영화 산업을 위해 개봉 시기를 늦추거나 개봉 기간을 제한하는 등 핸디캡이 많고, 검열을 거친 후에야 수입 여부를 판단한다. 흥행하기까지 거쳐야 할 관문이 많다. 그런데 왜 다들 중국 시장을 못 잡아 안달인 걸까.
시장 자체가 크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영화 시장은 북미 다음으로 크다. 검열이 심해 개봉이 어렵다는 건 반대로 해외 영화 간 경쟁이 덜 치열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설령 제작사에 떨어지는 수익 배분율이 낮다고 해도 전체적인 총량이 높다면 돌아오는 수익도 많을 테니 마다할 이유도 없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몸집 키우기'에 가장 적합한 시장이기도 하다.
월드 와이드 10억 달러를 넘으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중에서도 '초히트작'이다.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도 중국 시장을 겨냥한 목표만큼 성적을 거둬 최종 11억 달러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수익이 얼마냐는 것과 별도로 이 정도 흥행 성적을 기록한다면 영화를 수식하는 단어가 달라지게 된다. 대중성을 겨냥한 블록버스터라면 이런 '대흥행'이 필요하다. 할리우드가 중국을 노리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유종의 미 혹은 새로운 시작
아무리 잘나가는 시리즈라도 언젠간 막을 내리기 마련이다. 몇몇 시리즈는 중국 덕분에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다. 대표적인 작품은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이다. 2002년부터 꾸준히 제작됐던 이 아포칼립스 블록버스터는 (현재까지는 마지막인) 6편에서 '빵' 터져 1억 6천만 달러의 중국 흥행 성적을 달성했다. 전편의 중국 흥행 성적이 1천7백만 달러임을 생각하면, 10배가량 상승한 수치다. 그 결과 월드 와이드 수익 3억 달러를 올리며 앨리스의 마지막을 찬란하게 장식했다.
-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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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폴 앤더슨
출연 밀라 요보비치, 알리 라터, 이아인 글렌, 숀 로버츠
개봉 2016 독일,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프랑스
거듭되는 리부트로 상황을 타개하려 했던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경우, 새로운 3부작의 1편인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북미(9천만 달러)를 제외하면 그 어느 나라에서도 3천만 달러를 넘지 못했다. 단 하나 중국만 빼고 말이다. 중국은 1억 1천만 달러로 전 세계 성적(4억 4천만 달러)의 25% 비중을 차지했다.
-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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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앨런 테일러
출연 아놀드 슈왈제네거, 에밀리아 클라크, 제이 코트니, 제이슨 클락, J.K. 시몬스
개봉 2015 미국
- 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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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알렉스 커츠만
출연 톰 크루즈, 소피아 부텔라, 애나벨 월리스
개봉 2017 미국
중국 흥행으로 시리즈에 힘이 실린 영화는 또 있다. '중국X한국'이 살린 <미이라>는 두 국가에서 독보적인 성적을 세웠다. 한국에선 '톰 형'의 힘으로 2천만 달러, 중국에선 8천만 달러의 성적을 올렸다. 절대적인 수치로는 높지 않지만 중국, 러시아, 한국 이외의 국가에선 천만 달러를 넘은 곳이 없다. 극장에서 <미이라>를 보신 분이라면 '톰 형'과 '다크 유니버스'를 살렸다고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듯하다.
이런 '생명 연장의 꿈'의 좋은 예가 중국 완다 그룹의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 영화들이다.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는 <콩: 스컬 아일랜드>에 중국 배우를 출연시키며 중국인들의 '충성심'을 겨냥했다. 샌 역으로 출연한 경첨은 <그레이트 월>과 <퍼시픽 림: 업라이징>에도 출연하게 돼 '중국의 할리우드 영향력'을 보여주는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 콩: 스컬 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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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조던 복트-로버츠
출연 톰 히들스턴, 브리 라슨, 사무엘 L. 잭슨
개봉 2017 미국
중국 배우의 출연과 완다 그룹이 소유한 중국 내 최대 극장 체인망의 이점은 <콩: 스컬 아일랜드>에게 1억 6천만 달러의 중국 성적을 안겼다. 특히 완다 그룹이 극장 소유주라 제작·배급 수익 배분도 높으니 '몬스터 버스'의 앞날은 더욱 창창해졌다.
'중국이 살린 영화'의 대표작인 <퍼시픽 림>도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의 작품이다. 당시 월드와이드 4억 1천만 달러의 성적 중 중국이 1억 1천만 달러를 차지했다. 월드와이드 성적이 좋지 않은 탓에 후속편 제작이 계속 미뤄졌지만, 완다 그룹이 인수(2016년 1월)하고 10개월 후 호주와 중국에서 후속편 촬영이 진행돼 2018년 2월로 개봉일이 잡혔다.
- 퍼시픽 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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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길예르모 델 토로
출연 찰리 허냄, 론 펄먼, 이드리스 엘바, 찰리 데이, 키쿠치 린코
개봉 2013 미국
중국의 흥행은 시리즈의 방향성 자체를 아예 틀어버리기도 했다. <나우 유 씨 미>는 마술을 내세운 케이퍼무비로 북미 성적의 비중이 높았었다. 그러나 2편에서는 주걸륜을 출연시키며 중국인 마술사를 추가해 중국에서의 흥행 비중이 높아졌다.
- 나우 유 씨 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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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존 추
출연 제시 아이젠버그, 마크 러팔로, 우디 해럴슨, 데이브 프랭코, 리지 캐플란
개봉 2016 미국
1편에선 총 3억 5천만 달러 중 중국 흥행이 2천만 달러에 그친 데 반해 2편에선 총 3억 3천만 달러 중 9천 7백만 달러라는 중국 흥행을 기록했다. 그 결과 예정돼 있던 3편의 제작을 연기하고 주걸륜을 중심으로 한, 중국 배경에 중국 배우들이 등장하는 스핀 오프 제작이 확정됐다.
- 트리플 엑스 리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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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D.J. 카루소
출연 빈 디젤, 사무엘 L. 잭슨, 니나 도브레브, 루비 로즈
개봉 2017 미국
중국 흥행 때문에 간신히 체면을 살린 영화도 있다. <트리플 엑스 리턴즈>는 빈 디젤의 복귀로 새로운 액션 시리즈 반열에 오를지 주목을 받았으나, 북미에서 제작비(8천5백만 달러)의 절반인 4천만 달러만 간신히 버는 데 그쳤다. 그나마 조연으로 출연한 견자단의 힘으로 중국에서 1억 6천만 달러라는 수익을 남겨 빈 디젤의 명성에 금이 가는 일은 방지해줬다.
이외에도 7편과 8편 연이어 중국에서 각각 3억 9천만 달러라는 성적을 올린 <분노의 질주> 시리즈, 북미에서 6천만 달러만 버는 데 그쳤지만 중국에서 8천만 달러를 기록한 국내 미개봉작 <어 도그스 퍼퍼스>, 검열로 중국에서 개봉하지 못한 1·2편의 아쉬움을 달래려는 듯 북미(1억 6천만 달러)보다 중국에서 더 좋은 성적(1억 7천만 달러)을 거둔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등의 사례를 보면, 중국 시장의 잠재력은 끝을 짐작하기 어렵다.
씨네플레이 인턴 에디터 성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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