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말마따나 한국은 '마블공화국'인 걸까요? <스파이더맨: 홈커밍>이 지난 7월 8일 하루 100만 관객 돌파라는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거미의 귀환'에 성공했습니다. 여세를 몰아 개봉 7일째인 11일에는 4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7월 5일 개봉한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16번째 작품이자 마블 스튜디오가 제작하고 소니 픽쳐스가 투자·배급한 첫 작품입니다. 벌써 세 번째 스파이더맨 시리즈이자 두번째 리부트인지라 '마블'이란 이름값에도 팬들의 걱정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지난 8일 109만 8509명을 동원하면서 국내 흥행 사상 여섯 번째로 하루 1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되었습니다. 외화로는 세 번째입니다. '하루 100만 관객 돌파'는 '천만 관객'을 가늠해볼 수 있는 척도라 더 주목할 만합니다.

스파이더맨: 홈커밍

감독 존 왓츠

출연 톰 홀랜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마이클 키튼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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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백만 돌파는 '천만'의 척도?

이쯤에서 하루 100만 관객 돌파 영화들을 만나보겠습니다. 2017년 7월 11일 기준, 한국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의 통계를 기반으로 하루 최다 관객을 정리한 순위입니다.

1위. 부산행 128만 2,013명

2위. 명량 125만 7,380명

3위. 명량 123만 2,529명

4위. 부산행 119만 5,273명

5위. 검사외전 118만 484명

6위.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115만 5,761명

7위.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114만 2,509명

8위. 명량 110만명 110만 1,089명

9위. 스파이더맨: 홈커밍 109만 8,509명

10위. 명량 103만 2,388명

11위.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101만 3,207명

1위는 2016년 '천만 영화' 타이틀을 유일하게 가져간 <부산행>입니다. <부산행>은 7월 23일과 24일, 이틀 연속 100만 관객을 동원해 쟁쟁했던 여름 경쟁작 중에서 '천만'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2위를 차지한 <명량>은 10위 안에 네 번이나 이름을 올립니다. 8월 2일과 3일, 그리고 9일과 10일 연이은 관객몰이로 단번에 4백만 관객을 챙겼는데요, 그 결과 역대 관객 수 1위를 차지했습니다.

외화로는 최초로 '하루 백만 관객 동원'의 영예를 얻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 한국 촬영으로 이미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죠. 개봉 이틀 뒤인 4월 25일과 26일, 주말에 115만, 101만 명을 모아 '대한민국=마블공화국'이란 공식을 성립시킵니다.

지금까지 언급한 영화들은 모두 천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부산행>은 1156만 5827명으로 역대 9위, <명량>은 1761만 5057명으로 역대 1위, <어벤져스2>는 1049만 4499명으로 역대 14위를 차지했습니다.

반면 이 순위에 한 번만 이름을 올린 영화들은 '천만'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검사외전>은 강동원과 황정민의 티켓파워를 등에 업고 발 빠르게 흥행했습니다. 설날 연휴를 노린 개봉은 연휴의 끝자락인 2월 9일, 일일 관객 수 117만 명을 돌파하며 성과를 거뒀죠. 하지만 최종 스코어는 970만 7581명에서 멈췄습니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도 '마블'이란 브랜드와 매달 마지막주 수요일 티켓값이 할인되는 '문화가 있는 날'의 시너지로 개봉 당일 72만 명을 선점하고는 4월 30일에 114만 명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867만 7,249명으로 '뒷심 부족'을 맛봐야 했죠.

<스파이더맨: 홈커밍>을 제외한 다섯 편의 영화 중 '하루 백만 돌파'를 두 번 이상 달성한 작품은 자연스럽게 '천만 돌파'로 이어졌고, 반대로 하루에서 그친 경우엔 천만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적어도 오는 7월 20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덩케르크>가 개봉하기 전까지는 경쟁작이 없다고 볼 수 있는데요, 다가오는 이번 주말에도 하루 100만 관객을 모은다면, '천만 돌파'도 예상해볼 만합니다.

관객수를 뒷받침하는 점유율을 본다면?

다만 '하루 백만 돌파'의 이면에는 다른 관점도 있습니다. 과연 관객수가 그 영화의 인기에 정확히 비례하는 걸까요?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상영 점유율을 한번 볼까요? 109만 관객을 동원한 지난 7월 8일,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상영 점유율은 62.4%입니다. 극장에서 10번 상영하면 6번은 이 영화였다는 거죠. (단 한 번이라도 상영하면 하나의 스크린으로 계산하는 스크린 점유율보다 실제 상영 횟수를 따지는 상영 점유율이 더 정확한 기준이라고 에디터는 생각합니다.) 좌석 점유율은 56.5%로 꽤 높아 보이지만, 하루 100만 돌파 영화 순위권 중에선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검사외전>과 <부산행> 상영 당시 극장의 시간표

다른 순위권 영화들도 상영 점유율은 비슷합니다. 가장 높았던 상영 점유율은 4월 25일 <어벤저스 2>의 68.2%입니다. 이때는 그래도 좌석 점유율이 63.7%입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인 26일엔 57.4%라는 상대적으로 낮은 좌석 점유율을 보였습니다. <명량>, <부산행>, <검사외전>,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등도 모두 50% 이상의 상영 점유율을 보였습니다. 

높은 상영 점유율이 관객수에 영향을 미치는 게 사실입니다. 극장에 갔을 때 걸려 있는 영화가 흥행 대작밖에 없다면 관객들도 자연스럽게 그 영화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극장 입장에서 흥행될 만한 영화로 관객을 모으고 이익을 추구하는 건 당연한 이치입니다. 실제로 해당 영화들은 모두 관객 점유율 55% 이상을 기록했으니 단순히 상영만 많이 한 게 아니라 실제로 관객들이 많이 찾은 영화라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흥행 대작이 치고 나가는 시기가 남은 상영 점유율을 두고 싸워야 하는 다른 영화들에게는 더없이 힘든 때라는 점입니다. 남은 상영 점유율이 45%라 해도 흥행 대작에 밀린 영화들은 조조나 심야처럼 취약 시간대를 배정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관객이 몰리는 주말에는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해지죠. 주말에 흥행 대작 말고 다른 영화를 보려고 멀티플렉스에 갔다가 "스크린 수가 많으면 뭐하나. 내가 보려는 영화는 도통 볼 수가 없는데"라고 불평해본 경험이 다들 있을 겁니다.

과거 스크린쿼터부터 최근 독과점까지, 한국영화계 생태계에 대한 문제 제기는 계속 돼왔습니다.

흥행을 중요시하는 상업영화와 이익을 추구하는 극장들의 처지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래도 한국영화의 건강한 생태계를 위해 머리를 맞댔으면 합니다. 승자독식의 구조가 아니라 좀 더 다양한 영화들이 공존하는 한국영화계가 됐으면 합니다.


씨네플레이 인턴 에디터 성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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