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 볼까, <택시운전사> 볼까.

“<군함도> 볼까? <택시운전사> 볼까? 아니, 난 <명탐정 코난: 진홍의 연가>(이하 <진홍의 연가>) 볼 건데.”
분명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다. <명탐정 코난>의 21번째 극장판인 <진홍의 연가>는 8월3일 현재 박스오피스 4위를 기록 중이다. 잠깐. 21번째 극장판이라고? <명탐정 코난>의 역사는 꽤 오래됐다. <명탐정 코난> ‘덕후’는 이미 다 알고 있고 일반인(?)들은 잘 몰랐던 <명탐정 코난> 시리즈를 돌아보자. ‘코덕(코난 덕후)’이 아닌 사람이 이 포스트에 들어오길 간절히 바란다.

명탐정 코난:진홍의 연가

감독 시즈노 코분

출연 타카야마 미나미, 야마자키 와카나, 코야마 리키야, 호리카와 료, 미야무라 유코

개봉 2017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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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코난>의 시작

명탐정 코난 단행본

<명탐정 코난>은 1994년 연재를 시작한 만화가 원작이다. 아오야마 고쇼의 작품으로 2017년 7월 기준으로 93권까지 발매됐다. 국내에는 92권까지 번역 출간됐다. 언제 완결될지 아무도 모르는 작품으로 불린다. 애초에 <명탐정 코난>은 100회 정도만 연재할 계획이었으나 100회가 되기 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등장인물의 이름 유래

에도가와 코난이라는 주인공의 이름은 추리소설가 에도가와 란포(오른쪽)와 아서 코난 도일에서 따왔다.
코난의 본모습인 쿠도 신이치의 이름은 드라마 속 탐정 캐릭터 쿠도 슌사쿠와 유명 탐정 이와이 신이치에서 유래했다.

<명탐정 코난>의 주요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추리소설과 관계된 인물에서 따왔다. 먼저 주인공 에도가와 코난은 일본의 추리소설가 에도가와 란포와 영국의 아서 코난 도일을 합친 것이다. 참고로 에도가와 란포라는 필명 역시 추리소설가 에드거 앨런 포에서 따온 것이다.
쿠도 신이치(한국명 남도일)의 이름은 일본 탐정 드라마의 주인공 쿠도 슌사쿠와 일본의 명탐정 이와이 신이치를 합친 이름이다. 고등학생 탐정으로 유명한 쿠도 신이치는 사실 코난의 본래 모습이다. 그는 소꿉친구인 모리 란(한국명 유미란)과 놀이공원에 놀러갔다가 <명탐정 코난> 시리즈의 악당 ‘검은 조직’의 공격을 받는다. 검은 조직은 쿠도 신이치에게 ‘APTX4869’라는 약물을 먹인다. 이 약물로 인해 쿠도 신이치는 초등학생 코난이 됐다. 더빙판의 쿠도 신이치의 한국명인 남도일 역시 코난 도일에서 따온 이름이다. 코난의 조력자인 아가사 박사(한국명 브라운 박사)는 추리소설가 아가사 크리스티에서 이름을 빌어왔다. 그밖에 코난이 사는 동네 베이카(한국명 청솔마을)는 셜록 홈즈의 베이커 스트리트, 옆 동네인 하이도는 런던의 하이드 파크에서 유래했다.


코난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스토리상으로 1년이 되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코난은 공중전화를 쓰다가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

연재를 시작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코난은 여전히 초등학생이다. 지금까지 진행된 내용으로 보면 아직 1년이 흐르지 않은 듯하다. 등장인물들이 나이를 먹지는 않지만 시대의 변화에 맞게 설정이 달라진다. 공중전화에서 2G 휴대전화, 스마트폰까지 등장한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지 않고 등장인물이 나이를 먹지 않으며 반복되는 일상을 보여주는 설정을 ‘사자에상 시공’이라고 부른다. 일본의 유명 TV 애니메이션 <사자에상>이 이런 시간 설정으로 유명하다.


죽어도 너무 죽네

<명탐정 코난: 진홍의 연가>
<명탐정 코난: 순흑의 악몽>
<명탐정 코난: 화염의 해바라기>
팬들이 합성한 이미지.

<명탐정 코난>은 엄청난 양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작품이다. 역대 추리물 사망자수 1위라고 알려져 있다. 정확한 통계는 존재하지 않지만 원작 만화, TV 애니메이션, 극장판을 모두 합하면 대략 1000여 명의 사망자가 나온다. 코난에 가는 곳에는 늘 살인이 일어난다. 스토리상 1년이 지나지 않은 것치곤은 정말 많이도 죽였다. 물론 연재가 진행된 세월은 20년이 넘었다.


황당한 살인동기

<명탐정 코난>에서 수많은 희생자들을 만들어낸 살인범들의 범행 동기가 황당한 경우가 꽤 있다. 코난 팬들이 정리한 황당한 살인동기 베스트10을 소개한다.

10위 쓸모없다고 바보 취급 당해서 (360화 불가사의한 봄의 투구벌레)
9위 소믈리에를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바보 취급해서(극장판 2기 14번째 표적)
8위 자신의 미학에 반하는 건축물을 파괴하고 싶어서(극장판1기 시한장치의 마천루)
7위 피해자가 연기하는 역을 좋아했는데, 그걸 스스로 포기해서(288화 쿠도 신이치 뉴욕사건)
6위 내 화실에서 보이는 후지산이 건축물에 막혀 안 보이게 돼서(극장판 5기 천국으로의 카운트다운)
5위 사랑하는 여자와 비밀(살인)을 공유하는 것이 애정표현이라 생각해서(극장판10기 탐정들의 진혼가)
4위 오타쿠 동지간의 의견 불일치(58화 홈즈 프릭 살인사건)
3위 장기 게임 제작 중 ‘무르기’ 선택지를 만들자고 제안해서(308화 남겨진 소리없는 증언)
2위 옛 애인의 머리 모양이 다른 여자의 취미에 맞춰지는 게 싫어서(508화 변호사 키사키 에리의 증언)
1위 옷걸이를 던져서(135화 사라진 흉기 수색 사건)

황당 살인 동기 1위에 선정된 ‘옷걸이’ 살인.

<명탐정 코난> 극장판의 시작

1997년 개봉한 첫번째 극장판 <명탐정 코난: 시한장치의 마천루>

<명탐정 코난>의 극장판은 1997년 시작됐다. 첫 극장판의 제목은 <명탐정 코난: 시계장치의 마천루>다. 4월19일 개봉했는데 이 시기가 일본의 공휴일이 몰려 있는 최대 연휴 기간인 ‘골든 위크’다. 이후 <명탐정 코난> 극장판은 항상 골든 위크에 맞춰 개봉했다. 국내에는 보통 7월말 8월초 방학 시즌에 맞춰 개봉한다.

명탐정 코난: 시계장치의 마천루

감독 코다마 켄지

출연 타카야마 미나미, 야마구치 캇페이, 야마자키 와카나, 카미야 아키라

개봉 1997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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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코난> 극장판의 소소한 특징들

극장판 인트로의 끝에 단골 등장하는 코난의 명대사.

<명탐정 코난> 극장판의 인트로는 늘 비슷한 형식을 취한다. 쿠도 신이치가 에도가와 코난이 된 경위를 설명하는 내레이션이 나온다. 일종의 자기소개인 셈이다. 인트로의 마지막은 보통 코난의 유명한 대사로 마무리한다. “몸은 작아졌어도 두뇌는 같은, 미궁(포기 혹은 불가능)을 모르는 명탐정! 진실은 언제나 하나!”

본편이 끝난 뒤에는 애니메이션 속 배경이 된 실제 장소를 실사로 찍은 화면과 애니메이션 속 화면을 비교해서 보여준다. 보너스 영상도 있다. 대체로 다음 극장판에 대한 예고가 나온다. 마블 영화가 나오기 이전부터 <명탐정 코난> 팬들은 쿠키영상을 보는 것에 익숙했다.

퀴즈를 잘 내게 생긴 아가사 박사

<명탐정 코난>의 극장판에는 퀴즈가 등장한다. 더빙판에서는 ‘썰렁퀴즈’라고 불린다. 주로 아가사 박사가 문제를 낸다.

극장판의 제목, 부제의 스타일이 매번 비슷하다. ‘OO의 XX’ 와 같은 형식이다.


코난의 무기·특수장비들

손목시계와 나비넥타이를 사용하는 코난.

코난은 아가사 박사가 개발한 각종 무기 등 첨단장비를 이용한다. 가장 대표적인 장치가 손목시계형 마취총과 나비넥타이형 음성변조기다. 손목시계의 경우 팬들을 위한 여러 제품이 판매되기도 한다. 그밖에 초강력 킥 운동화, 위치추적안경, 고탄력 멜빵, 터보 스케이트보드, 축구공 벨트 등 다양한 장비가 등장한다. 극장판에서는 코난이 각종 장비를 사용해 화려한 액션 혹은 무리수(?) 액션을 자주 선보이는 편이다. 특히 15기 극장판 <명탐정 코난: 침묵의 15분>의 액션이 유명하다. 코난은 무너진 댐에서 흘러나온 엄청난 물로 인한 홍수를 막기 위해 스노보드를 타고 눈사태를 만든다.

또 무리수 설정으로 유명한 장면이 있다. 극장판 12기 <명탐정 코난: 전율의 악보>에 등장한 장면이다. 호수의 배에 타고 있던 코난과 소프라노 아키바가 전화를 거는 장면이다. 휴대전화는 없다. 코난은 멀리 떨어져 있는 공중전화기의 수화기를 축구공 벨트에서 나온 축구공으로 떨어뜨린다. 전화기 버튼을 누를 수 없는 상황이므로 110번(경찰 긴급전화번호)에 해당하는 음성신호 주파수로 전화를 건다. 코난과 아키바는 110번에 해당하는 주파수를 노래하듯이 만들어낸다. “아↗아↗ 아↗↗.” 두 사람의 목소리로 전화가 걸린다. <명탐정 코난>의 역대급 무리수라는 제목으로 유명한 장면이다. 일본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 장면을 재현했는데 실제로 전화가 걸려서 더 많이 알려졌다.

<명탐정 코난: 침묵의 15분>에서 눈사태를 만드는 코난.
목소리를 이용해 전화를 거는 코난(맨 위)과 일본 예능프로그램에서 재현하는 모습(위).

국내 첫 개봉 극장판은?

국내 첫 개봉작 <명탐정 코난: 베이커가의 망령>

2008년 극장판 6기인 <명탐정 코난: 베이커가의 망령>이 국내에 정식 개봉했다. 일본에서는 2002년에 개봉한 작품이다. 이후 꾸준히 국내에서 극장판이 개봉하고 있다. 정식 극장판에 속하지 않은 TV스페셜 혹은 콜라보레이션 애니메이션 등도 개봉했다. <루팡 3세 VS 명탐정 코난 THE MOVIE>, <에도가와 코난 실종사건: 사상 최악의 이틀간>, <명탐정 코난: 에피소드 원-작아진 명탐정> 등이다. 정식 극장판이 아닌 작품들은 주로 겨울방학 시즌에 개봉했다.

명탐정 코난: 베이커가의 망령

감독 코다마 켄지

출연 타카야마 미나미, 야마자키 와카나

개봉 2002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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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 관객 동원 극장판은?

<명탐정 코난: 칠흑의 추적자>가 국내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

2009년 7월 개봉한 <명탐정 코난: 칠흑의 추적자>가 국내에서 가장 흥행한 극장판이다. 66만 1550명의 관객을 모았다. 2011년 개봉한 <명탐정 코난: 침묵의 15분>이 약 64만 4000명으로 2위, 2010년 개봉작 <명탐정 코난: 천공의 난파선>이 약 62만 8000명으로 3위다. 일본의 인기에 비하면 국내의 박스오피스 성적은 많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이번에 개봉하는 <진홍의 연가>의 경우 일본 오프닝 관객수만 99만 명에 이른다. <진홍의 연가>는 국내 개봉 극장판 누적 관객 600만 명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명탐정 코난: 칠흑의 추적자

감독 야마모토 야스이치로

출연 타카야마 미나미, 야마자키 와카나, 카미야 아키라

개봉 2009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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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개봉하지 못한 극장판?

자위대를 소재로 한 <명탐정 코난: 절해의 탐정>은 국내 개봉하지 않았다.

17기 극장판인 <명탐정 코난: 절해의 탐정>은 국내에서 개봉하지 못했다. 자위대를 소재로 하고 있으며 욱일승천기까지 등장해 국내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7기 극장판 이외에 지금까지 정식 개봉하지 못한 작품은 7기, 11기, 12기 등이 있다. 1기부터 5기까지의 극장판은 투니버스를 통해 방영됐다.

명탐정 코난: 절해의 탐정

감독 시즈노 코분

출연 타카야마 미나미, 야마자키 와카나, 카미야 아키라, 시바사키 코우

개봉 2013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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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난은 자라지 않지만 팬들은 자랐다. 그리고 코난을 잊지 못한다.

<명탐정 코난>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코난’이라는 이름은 <미래 소년 코난>의 주인공으로 더 익숙했다. 지금 코난은 당연히 ‘명탐정 코난’이다. “내 이름은 코난, 탐정이죠.” 이 유명한 대사는 한번쯤 들어봤을 거다. 시리즈를 거듭하고 세월을 더해갈수록 <명탐정 코난> 팬들의 충성심은 높아지고 있는 듯하다. 그 충성심은 연령대도 초월한다. ‘사자에상 시공’으로 늘 초등학생인 코난 덕분에, 또 에피소드식으로 구성됐기에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다. 다시 말해 여전히 어린 팬들이 유입되고 있다. 그렇게 유입된 어린 팬들은 코난과 달리 꾸준히 자랐다.
어린 팬들과 오랜 시간 코난과 함께한 팬들이 모두 극장을 찾는다. 특히 성인이 된 팬들은 원작 만화와 TV 애니메이션은 보지 않더라도 1년에 한번씩 극장판은 챙겨본다. <명탐정 코난>은 초등학생 자녀와 부모가, 중학생 조카와 삼촌, 이모가 함께 극장을 찾는 여름 대표 애니메이션이 됐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신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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