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요즘 영화계에서 가장 돋보이는 배우, 애덤 드라이버의 두 신작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와 <패터슨>이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다. 열등감을 못 이기고 다크 포스를 선택하는 카일로 렌과 시를 쓰고 강아지를 산책시키며 일상을 보내는 버스운전사 패터슨은 전혀 딴판의 인물이다. 본격적으로 악의 기운을 퍼트릴 카일로 렌이 이번에 개봉하는 <스타워즈> 8편에 이어 9편까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패터슨 시에 사는 시인이자 버스기사 패터슨으로 분한 드라이버의 연기는 단언컨대 올해 최고라 치켜세워도 모자람이 없는 명연이었다. 애덤 드라이버의 이모저모를 몇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패터슨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감독 라이언 존슨

출연 데이지 리들리, 마크 해밀, 오스카 아이삭, 아담 드라이버, 캐리 피셔, 존 보예가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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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터슨

감독 짐 자무쉬

출연 아담 드라이버, 골쉬프테 파라하니

개봉 2016 프랑스, 독일,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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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학창시절 애덤 드라이버의 꿈, 역시 연기였다. 연기에 "꽤나 진지"해서 줄리어드 스쿨에 지원했지만, 낙방했다. 대학과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이후 아무데도 지원하지 않았고, 청소기 판매와 텔레마케팅 등으로 돈을 벌었다. 그때 9.11 테러가 일어났다. 많은 젊은이들이 나라를 지키는 의무에 대한 믿음을 품었고, 이렇다 할 직장이 없던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해병대에 입대했다. 무기를 다루는 일도 적성에 잘 맞는 편이었다. 무엇보다 미국 각지에서 모인 다양한 사람들과 부대껴 살아가는 게 좋았다고. 그러나 입대 4년째 되던 해, 이라크 파병을 앞두고 있던 시점에 산악자전거를 타다가 흉골이 부서지는 바람에 전역할 수밖에 없었다. 연기에 대한 의지를 품고 있던 그는 다시 줄리어드에 지원했고 합격했다.

추가
아담 드라이버 (Adam Driver): 나의 여정: 해병대부터 배우가 되기까지

#broadway
응징자들

그토록 바라던 줄리어드에 들어왔지만, 군인에서 민간인이 되는 길은 녹록지 않았다. 해병대의 생활이 익숙했던 탓에 예술학교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 돌파구 역시 예술이었다. '군대 속의 예술'이라는 비영리 단체를 시작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극장은 어디에서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연극이란 예술의 가치를 북돋았다. 2009년 줄리어드를 졸업한 뒤 곧 <응징자들>로 처음 브로드웨이 무대에 섰다. <워렌 부인의 직업>, <미국의 천사들>, <남자와 소년> 등의 연극뿐만 아니라 TV시리즈, 단편영화를 부지런히 작업했고, 웨이터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워렌 부인의 직업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girls
걸스

드라이버가 주목받기 시작한 작품은 HBO 드라마 <걸스>다. 브루클린의 가난한 작가지망생인 주인공 해나(레나 던햄)의 파트너 애덤 새클러 역을 맡았다. 배우 겸 목수  애덤은 자유로운 태도로 해나와 캐주얼한 관계에 만족하는 무책임한 남자였지만, 그 역시 해나를 사랑하게 되면서 점점 부드러운 로맨티스트가 됐다. 건장한 체구의 무뚝뚝한 남자가 순딩이 같은 사랑꾼이 되는 과정에서 드라이버는 조연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팬덤을  만들었고, 2년 연속 에미상 남우조연상 후보에 지명됐다.

걸스

#noah_baumbach
프란시스 하

2011년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J. 에드가>에 단역으로 참여하며 스크린에 진출한 드라이버는, 미국 인디영화신의 스타감독 노아 바움백의 <프란시스 하>에 출연하며 제대로 얼굴을 알렸다. 그가 연기한 레브 샤피로는 중심에선 비껴 있지만 드문드문 등장해 주인공의 마음을 뒤흔든다는 점에서 <걸스>의 애덤이 슬쩍 떠오르기도 한다. 흑백 이미지 속 드라이버의 외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유분방한 에너지가 더욱 선명했다. 바움백은 벤 스틸러, 나오미 왓츠 주연의 <위 아 영>에서 젊은 힙스터 부부의 남편 제이미 역으로 그를 기용한 데 이어, 올해 발표한 <마이어로위츠 이야기>에서도 드라이버의 심드렁한 얼굴을 비췄다. 노아 바움백과 애덤 드라이브의 조합은 언제나 찬성이다.

위 아 영
마이어로위츠 이야기

#love
#family

드라이버는 2013년 배우 조앤 터커와 결혼했다. 줄리어드 재학 당시 같은 그룹에서 만나 부부가 됐다. 2012년 영화 <게이바이>는 두 사람이 함께 출연한 유일한 작품이다. 아직 슬하에 아이는 없지만, 로트바일러/핏불 혼종인 강아지 무스와 함께 브루클린에서 살고 있다.

드라이버와 무스

#venezia_best_actor

스크린 데뷔 3년 만의 쾌거. 2014년 <헝그리 하트>로 베니스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세상의 문물에 기대지 않고 자식을 키우겠다는 의지가 너무나 확고한 아내(알바 로르와처)와 갈등을 겪는 남자 역을 맡았다. 자기만의 방식에 침잠해 점점 광기를 드러내는 아내를 곁에서 지켜보고 감내해야 하는 복잡한 심경을 표현했다. 어디 하나 큼직큼직하지 않은 데가 없는 얼굴에 '허기진 마음'이 스며드니 그 황량함이 배가 되는 듯했다. 드라이버의 연기는 겉으로 쉬이 드러나지 않는 감정을 드러낼 때 더 진귀해진다.


#filmography
링컨

애덤 드라이버의 필모그래피는 흥미롭다. <J. 에드가>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링컨>의 스티븐 스필버그, <인사이드 르윈>의 코엔 형제, <미드나잇 스페셜>의 제프 니콜스, <패터슨>의 짐 자무쉬, <로건 럭키>의 스티븐 소더버그 등. 지난 6년간 그의 출연작들의 감독 이름만 훑어도 입이 벌어질 정도다. 감독의 면면만큼이나 장르, 캐릭터 모두 제각기 다르다.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할 뿐만 아니라 그 작품들의 퀄리티까지 좋은 경우, 그 배우의 생명력은 단단해지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그는 지구 최대의 영화 시리즈 <스타워즈>의 중심축을 맡고 있다. 더더 뻗어갈 일만 남은 셈이다.

미드나잇 스페셜
사일런스
로건 럭키

#oscar_isaac
<인사이드 르윈> 속 'Please Mr Kennedy'

<인사이드 르윈>의 알 코디 역시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애덤 드라이버의 캐릭터 중 하나다. 광고음악을 녹음하러 간 주인공 르윈(오스카 아이작)이 스튜디오에서 만나는 포크 뮤지션이다. 가운데서 노래하는 짐(저스틴 팀버레이크)보다 비중이 확연히 작지만, 'Please Mr Kennedy' 곳곳에 기괴한 코러스를 넣는 드라이버의 모습을 모두들 기억할 것이다. 수염까지 기른 뻘쭘한 얼굴과 겹쳐지는 유머가 가난한 뮤지션이 느끼는 차가운 공기에 약간의 푸근함을 더했다. <인사이드 르윈>에서 동료로 만난 것과 달리,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오스카 아이작의 포 다메론과 애덤 드라이브의 카일로 렌은 서로 적이다. 프로모션 투어 때 사진을 보면 아주 친해 보인다.


#upcoming

드라이버의 필모그래피는 계속된다. 17년간 미완으로 남아 있던 테리 길리엄의 신작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의 주연을 맡았다. 본래 조니 뎁이 캐스팅됐던 토비 그리소니 역이다. 한편, 연출작 <겟 아웃>으로 2017년을 휩쓴 조던 필이 제작하고, 데뷔부터 줄곧 미국 내 흑인들의 삶을 그려온 스파이크 리가 감독을 맡은 <블랙 클란스만>을 한창 촬영 중이다. 1970년대 백인우월주의 단체 KKK에 맞선 흑인 경찰들의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로, 드라이버는 유태인 첩보경찰 역을 맡는다고 한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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