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찬 새해와는 참 어울리지 않게(?) 극장가엔 죽음을 다룬 영화들이 점령 중입니다. 2018년 첫 천만을 찍은 한국 영화 <신과 함께>,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코코>는 물론, 다양성 영화인 <고스트 스토리>, 재개봉 영화 <원더풀 라이프>까지 모두 사후 세계를 다뤘죠. 저마다 다른 모습과 규칙을 가진 영화 속 사후세계를 모았습니다.


2017. 12. 20 개봉
7개의 지옥 재판
<신과 함께 - 죄와 벌>

감독 김용화
출연 하정우, 차태현, 주지훈

여기 있는 지옥 중 제일 무섭습니다. 망자들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세상 시무룩한 자홍의 표정이 너무나 공감 가죠. 사고 현장에서 여자아이를 구하고 죽음을 맞이해 귀인이 된 망자 자홍. 저승 법에 의해 49일 동안 7개의 재판을 받게 됩니다.

웰컴 투 헬지옥

저승에 입성하면 초군문에 변호를 맡아줄 변호사 저승차사 강림이 있습니다. (다행히 수임료는 무료인 것 같습니다) 가는 길 지루하지 않게 분위기 메이커 겸 보디가드 해원맥, 똘똘하게 설명해주는 덕춘도 있습니다. 이들은 망자 자홍을 데리고 49일간 7개의 지옥에서 7번의 재판을 통과해야만 합니다.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까지. 미션 임파서블 급입니다. (예수, 부처 등등의 신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해 보입니다)

착한 사람 자홍마저 위축되게 만드는 재판. 보는 사람도 괜히 찔리게 만듭니다. 에디터라면 아마 나태 지옥에서 회전봉 피해 달리다 진즉 저질체력으로 깔려 죽었을 테죠.(아.. 이미 죽었으니 죽지도 못하겠네요. 생각만 해도 끔찍) 헬조선 끝에 이런 헬지옥이 있다니 악착같이 100세까지 살아야겠습니다.

영화의 원작 웹툰 <신과 함께>는 '불교의 지옥관'을 토대로 합니다. 사람이 죽으면 저승 시왕 중 일곱 왕에게 7일간 생전의 업에 대해 조사받죠. 권선징악형 구조로 효와 근면함을 강조하는 등 영화 속 그려진 사후세계에는 전통적인 한국 정서가 묻어있습니다.
신과함께-죄와 벌

감독 김용화

출연 하정우, 차태현, 주지훈, 김향기, 김동욱, 마동석

개봉 2017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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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2. 28 개봉
지박령...?
<고스트 스토리>

감독 데이빗 로워
출연 케이시 애플렉, 루니 마라

연인 M(루니 마라)과 단란하고 행복한 일상을 보내던 C(케이시 애플렉). 어느 날 갑작스러운 사고로 C는 죽음을 맞이합니다. 영안실 시트를 뒤집어쓴 채 스으윽 일어난 고스트는 집으로 돌아와 연인의 곁을 맴돕니다. 비주얼은 흡사 이불 뒤집어쓰고 귀신 놀이하는 것 같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의 실루엣은 더 슬퍼 보이고 짠해 보입니다.

지박령의 운명이란 고독한 법.

앞집에도 고스트 친구가 살긴 합니다. 시트에 무늬가 다른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이들의 비주얼은 비슷합니다. 서로 '안녕' 인사 정도는 주고받지만 지박령의 운명이란 고독한 법. 각자의 집에서 고독을 씹습니다. 이들이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그런데 M이 이 집을 떠난 순간에도 그는 여전히 집에 남아있습니다. 그리곤 이 집에 이사 오는 사람들의 삶을 지켜보며 이방인처럼 지내죠. 그러다 시간이 흐르고, 집은 부서져 사라집니다.

참 별 볼 일 없는 불쌍한 고스트지만, 그에게도 능력은 있었습니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것. 이렇게까지 하면서 그가 집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지는 영화로 확인하시길.

대사가 거의 없는 영화에서 압도적인 대사량을 차지하는 캐릭터가 있습니다. 파티에서 열변을 토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죠. 그는 '우리는 죽은 후에도 남겨지고 기억되기 위해 무언가를 남기지만 이마저도 언젠가는 사라진다'는 의미심장한 대사를 남깁니다. 데이빗 로워리 감독은 한 남자가 이승을 떠돌며 겪는 상실과 기억, 소멸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고스트 스토리

감독 데이빗 로워리

출연 케이시 애플렉, 루니 마라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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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 4 재개봉
천국으로 가는 중간역 림보
<원더풀 라이프>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이우라 아라타, 오다 에리카

사후세계에 대해 그릴 때 대부분 상상한 이미지를 구현하려고 합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정반대로 아주 일상적인 공간으로 표현했습니다. 천국으로 가는 중간역 림보는 전혀 판타지적이지 않고, 형상만 보면 외따로이 있는 오래된 건물일 뿐입니다. 이곳으로 일주일 단위로 새로운 망자들이 옵니다. 이들은 7일간 머물며 살아온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추억의 순간을 골라야 하죠. 마치 상담실에서 상담받는 학생과 선생님처럼 림보의 직원은 망자들이 자신의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도록 돕습니다.

림보의 직원들은 망자가 선택한 소중한 추억을 바탕으로 영화를 제작해 상영합니다. 일주일의 마지막 날 완성된 영화를 시사하고, 망자들은 그 기억을 안고 영원의 시간 속으로 사라지게 되죠. 포스팅의 네 가지 사후세계 중 한 군데를 선택해 갈 수 있다면, 에디터는 이 영화를 고르겠습니다.  

림보는 가톨릭 용어로 중간 내세를 일컫습니다. 지옥과 천국 사이에서 착한 사람이나 어린아이의 영혼이 머무는 곳이죠. <원더풀 라이프>의 사후 세계는 어떤 사연으로 죽게 되었든 가장 행복했을 순간을 고민하며 마지막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매력적인 사후세계처럼 보입니다.
원더풀 라이프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이우라 아라타, 오다 에리카, 테라지마 스스무

개봉 1998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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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 개봉
죽은 자들의 세상
<코코>

감독 리 언크리치
출연 안소니 곤잘레스, 벤자민 브랫

저승은 꼭 음침하고 칙칙해야만 할까요? <코코>에서 그려지는 죽은 자들의 세상은 눈이 시릴 정도로 총천연색을 자랑합니다. 주인공 미구엘은 멕시코 전통 축제 '죽은 자의 날' 죽은 자의 물건에 손을 댔다는 이유로 죽은 자들의 세상으로 입성하게 됩니다.

죽은 자들이 이승과 저승을 오갈 수 있는 방법은 살아 있는 사람이 죽은 자를 기억하느냐 여부입니다. 산 사람이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고 제사 지내주지 않는 유령은 죽은 자의 날 이승으로 내려가는 검색대에서 가차 없이 탈락당합니다. 이 순간 우리는 앞으로 제사를 잘 지내자는 뜻밖의 교훈을 얻게 됩니다. 

가족들의 반대로 뮤지션의 꿈을 몰래 키워온 미구엘. 그런 소년에게 죽은 자들의 세상은 천국입니다. 그곳에서 만난 유령 헥터와 함께 무대에서 기타 치며 노래하는 건 물론,  평생의 우상이었던 뮤지션 에르네스토 델라 크루즈도 만날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제사상에서 사진으로 보던 가족 친지도 만납니다. 그러나 산 자인 미구엘이 마냥 저승 세계를 누비는 데는 당연히 문제가 있겠죠. 미구엘은 어떻게 이곳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요?

실제 멕시코의 '죽은 자들의 날' 풍경
영화는 멕시코의 명절 '죽은 자들의 날'을 모티브로 합니다.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멕시코의 공원, 가정 등에서는 제단을 차리고 죽은 이들을 기리는 명절입니다. 멕시코인들은 이 날 망자들이 가족을 만나러 세상에 내려온다고 믿죠. 꽃과 촛불로 무덤을 장식하고, 그들이 좋아했던 음식을 먹고 음악을 들으며 즐겁게 이 날을 기립니다. <코코>의 사후세계가 아름답고, 유쾌하고, 긍정적으로 그려진 데에는 멕시코인들의 사후 세계관이 반영된 듯 보입니다.
코코

감독 리 언크리치

출연 벤자민 브랫,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안소니 곤잘레스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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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최근 개봉작 속에 표현된  다양한 사후세계의 모습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사후 세계의 모습들은 나라 별로 다르고, 감독의 생각에 따라 다르지만, '기억'을 소중히 한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이 중 여러분이 가장 마음에 드는(?) 사후세계는 어떤 곳인가요? 아마 착하게 살지 않았다면, <신과 함께-죄와 벌>이 가장 끔찍하지 않을까요.


씨네플레이 에디터 조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