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중 개봉하는 흥미진진! 각양각색! 국내 다큐멘터리 세 편을 소개합니다. 어떤 타입의 관객이 보면 좋을지도 추천해드립니다!


B급 며느리

감독 선호빈
개봉 117

아내와 어머니 사이, 중간자의 고통을 감내 중인 남편의 본격 사연팔이 다큐멘터리. 결혼하기 전 누구보다 똑똑하고 야무지던 김진영은 아이를 가져 어쩔 수 없이 결혼하고 난 뒤 시모 조경숙과 사사건건 신경전을 벌이는 데 지쳐 앞으로는 서로 보지 말고 살자는 결론을 내립니다. 조경숙은 '며느리의 본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무례하게 행동하는 김진영을 이해하기 어려워합니다. 아내와 어머니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해야 하는 남편이자 아들 선호빈은 어영부영 싸움의 본질을 회피해오다 결국 고부 관계가 완전히 파투난 뒤에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습니다.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대부분의 가정 내 분란은 대체 왜 시모와 며느리 사이에서'만' 발생하는 것일까요? 'B급 며느리'로 취급된 김진영은 시모와의 신경전, 양가 차별적인 호칭 사용 의무, 무책임하게 뒤로 빠져 있는 남편 등 자신을 둘러싼 부조리한 환경에 반기를 듭니다. 그저 안 보고 사는 것이 최선이 되어버린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다큐멘터리가 고부갈등의 사회구조적 원인을 짚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사연팔이에 그치고 말았다는 점은 아쉽지만 역시 남의 집 싸움 구경은 시종일관 흥미진진합니다. <B급 며느리>의 김진영, 그리고 세상의 수많은 '김진영'들의 현재와 미래가 몹시 궁금해지네요.

B급 며느리

감독 선호빈

출연 김진영, 조경숙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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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 예비 신혼부부, 
혼기 꽉 찬 자녀를 둔 부모
비추▼ 미성년자, 
비혼주의자


피의 연대기

감독 김보람
개봉 118

아는 사람만 은밀히 알고, 모르는 사람은 영영 모를 뻔했던 이야기. 생리를 경험한 여성들이라면, 학창시절 "나 생리대 하나만 빌려줘!"라는 요청에는 안 갚을 걸 알아도 (생리대를 소지하고 있다면) 반드시 "YES"로 답하게 된다는 사실명제를 알고 있을 겁니다. 말 그대로 피로 이어진 연대 의식. <피의 연대기>는 감춰진 '그날'의 실체를 파헤칩니다. 태초부터 존재했으나 오랜 시간에 걸쳐 '그날'로 뭉뚱그려진 여성들의 생리에 관한 사회·문화·인류학적 보고서입니다. 생리를 지칭하는 말들의 역사부터 온갖 생리용품의 종류와 사용법까지 총망라하고, 여성들이 어떤 생리용품을 왜 선택하는지, 미디어가 생리를 어떻게 다루는지를 보며 현재의 여성들이 서 있는 위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김보람 감독은 주변을 인터뷰하고, 생리와 관련된 행사를 취재하고, 직접 여러 생리용품을 사서 써보는 실험을 합니다. '나'와 같은 입장이지만 다른 환경에서 지내 온 여성들이 각기 어떻게 '생리 활동'을 하고 살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여성들로 하여금 한번도 제대로 들여다 본 적 없을 자기의 몸을 자세히 관찰하고, 알아가는 재미를 유도하기도 합니다. 그 끝엔 자신과 자신의 몸을 향한 주체적이고 순수한 사랑과 애착이 있습니다. 주제가 전복적이지는 않지만, 생리에 관해 반드시 알아야 할 필수 정보들을 알차게 모은 작품.

피의 연대기

감독 김보람

출연 여경주, 김보람, 심이안, 박현지, 이슬기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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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 가임기 여성, 
생리가 하루면 끝나는 일인 줄 착각 중인 남성, 
생리가 뭔지 모르는 어린이들
비추▼ 이미 알 거 다 아는 사람들이라면 굳이….


공동정범

감독 김일란, 이혁상
개봉 125

2009 1 20, 철거민들은 생존권 투쟁을 위해 남일당 옥상에 망루를 설치했고 진압 과정에서 망루에 불이 나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숨졌습니다. 김일란, 홍지유 감독의 <두 개의 문>(2011)이 생지옥 같았던 용산 참사 당일의 25시간을 다양한 기록물을 통해 첨예하게 재구성했다면, 김일란, 이혁상 감독의 <공동정범>은 참사 이후 6년 뒤 '공동정범'으로 묶인 철거민들의 현재를 지켜봅니다. 경찰과 용역업체의 강제 진압에 맞서 함께 싸우다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살았습니다. 정부는 철거민 전원에게 참사의 책임을 물어 공동정범으로 수감시켰고, 철거민들은 동지가 죽은 자리에서 살아남았다는 죄의식과 국가폭력에 대한 분노를 고스란히 떠안은 채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살아서 지옥을 빠져 나온 이들의 현재는 여전히 지옥입니다. 아직까지도 명쾌하게 진상 규명이 되지 않은 사건의 뒤편엔 참사로 인한 트라우마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철거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개별적 사연과 입장이 있고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제각각입니다. <공동정범>은 철거민 각각의 입장과 시선을 조심스럽게 전달하며 관객이 주체적으로 사건의 맥락을 재구성하도록 이끕니다. 참사 당일 촬영된 영상을 반복해 보는 동안 관객은 참사의 간접적 목격자로 거듭납니다. 말미에 이르면, 죄의식은 누구의 것이어야 하는가 자문하게 됩니다.

공동정범

감독 이혁상, 김일란

출연 이충연, 김주환, 김창수, 천주석, 지석준

개봉 2016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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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 용산 참사의 직간접 목격자인 '우리'들 그리고 가카
비추▼ 참사를 기록한 실제 영상이 보기 힘들다면


씨네플레이 에디터 윤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