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영화사의 아이콘으로 남은 배우 다니엘 래드클리프. 해리 포터’는 다니엘 래드클리프에게 거대한 명성을 안겨줌과 동시에 향후 배우 인생의 숙제를 안긴 캐릭터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마지막 편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개봉을 앞두고 나눈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다니엘 래드클리프는 “나와 해리 포터를 분리하는 일이 향후 10년 동안 배우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라 밝힌 바 있다. 인터뷰 내용처럼 다니엘 래드클리프는 그간 해리 포터란 거대한 그늘을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영화에서 색다른 변신을 시도해왔다. 아직까지도 다니엘 래드클리프의 얼굴에서 해리 포터만을 떠올리는 이들이라면 주목하시길. 다니엘 래드클리프의 이색 캐릭터를 한자리에 모았다.


우먼 인 블랙
The Woman In Black, 2012

아서 킵스 역

<우먼 인 블랙>은 <해리 포터> 이후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주연을 맡은 첫 작품이다. 30년 넘게 꾸준히 드라마, 연극으로 재탄생한 수전 힐의 소설 <우먼 인 블랙>을 원작으로 삼은 작품. 다니엘 래드클리프는 아내를 잃은 변호사 ‘아서 킵스’를 연기했다. 킵스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인의 유서를 정리하기 위해 낯선 저택을 방문하고, 그곳에서 ‘검은 옷을 입은’ 악령과 마주한다. 자극적인 장면 하나 없이 무서운 <우먼 인 블랙>의 공포는 오롯이 다니엘 래드클리프의 연기에서 비롯됐다. 두려움에 질린 눈빛만으로도 더 큰 공포를 상상하게 만드는 힘. 전작에서 10년 내내 부모를 그리워했던 그가 아버지로 변신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우먼 인 블랙

감독 제임스 왓킨스

출연 다니엘 래드클리프, 시아란 힌즈, 자넷 맥티어

개봉 2012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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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 유어 달링
Kill Your Darlings, 2013

앨런 긴즈버그 역

다니엘 래드클리프의 첫 실존 인물 연기. <킬 유어 달링>은 1950년대 ‘비트 세대’의 시작을 알린 작가 앨런 긴즈버그의 대학 시절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갓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 앨런(다니엘 래드클리프)은 퇴폐적이고 자유분방한 루시엔 카(데인 드한)에게 첫눈에 사로잡힌다. 실제로 <킬 유어 달링>에서 가장 큰 존재감을 자랑한 건 데인 드한이었다. 그를 더 빛나게 만든 건 다니엘 래드클리프의 섬세한 내면 연기다. 앨런은 문학 혁명을 꿈꾸며 본인만의 철학을 다지고, 동료에게 온 마음을 뺏긴 채 사랑의 열병을 앓는다. 그 고단함을 거쳐 정체성을 확립하기까지의 과정. 마법 세계를 구하느라 정신없었던 호그와트 히어로에게선 찾아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다니엘 래드클리프는 <킬 유어 달링>으로 ‘해리 포터’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는 데 성공했다는 평을 받았다.

킬 유어 달링

감독 존 크로키다스

출연 다니엘 래드클리프, 엘리자베스 올슨, 데인 드한, 마이클 C. 홀, 벤 포스터, 잭 휴스턴, 제니퍼 제이슨 리

개봉 2013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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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스
Horns, 2014

이그 페리쉬 역

이그(다니엘 래드클리프)는 연인을 살해한 용의자로 몰린다.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지만 주변의 의심과 경멸은 여전하다. 어느 날 그의 머리에 뿔이 돋아난다. 이그는 자신의 뿔을 마주한 이들이 본인의 가장 추악한 본성과 진실을 드러낸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를 이용해 연인을 죽인 진짜 범인을 찾아 나선다. <혼스>는 스타가 아닌 배우로서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지닌 에너지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혼스>에 녹아든 로맨스, 스릴러, 코미디, 판타지 등의 각종 장르를 자연스레 소화하는 그의 연기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 머리에 난 뿔보다 더 인상적인 건 복잡다단하게 묘사된 이그의 속내다. 다니엘 래드클리프는 범인에 대한 집착을 놓지 않으면서도 점차 악마로 변해가는 이그의 모습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혼스

감독 알렉산드르 아야

출연 다니엘 래드클리프, 주노 템플

개봉 2014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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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 유 씨 미 2
Now You See Me 2, 2016

월터 역

다니엘 래드클리프는 <해리 포터> 이후 주로 인디영화 작업에 매진해왔다. <나우 유 씨 미 2>는 그의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는 첫 프랜차이즈 영화다. 그가 악인을 연기한 첫 영화이기도 하다. 다니엘 래드클리프는 마술사기단을 함정에 빠뜨리는 IT 천재 월터를 연기했다. 이전 작품들 속에서 슬그머니 비춰왔던 그의 광기를 만끽할 수 있는 작품. 월터는 하이톤의 목소리로 쉴 새 없이 재잘대고, 깐족거리는 걸 취미로 삼는 캐릭터다. 다니엘 래드클리프에게서 쉽게 상상할 수 없던 모습만 똘똘 뭉쳐놨다는 점이 흥미롭다. 또 다른 그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던 작품.

나우 유 씨 미 2

감독 존 추

출연 제시 아이젠버그, 마크 러팔로, 우디 해럴슨, 데이브 프랭코, 리지 캐플란

개봉 2016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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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아미 맨
Swiss Army Man, 2016

매니 역

<스위스 아미 맨>은 다니엘 래드클리프의 신체 연기가 빛난 작품이다. 그는 무인도에 표류 중인 행크(폴 다노)의 유일한 친구로 남은 시체 매니를 연기했다. 축 늘어진 몸으로 러닝타임 내내 행크에게 업혀 다니거나, 굴려 다니거나, 끌려다니길 반복하는 캐릭터. 그렇다고 <캐스트 어웨이>의 배구공 윌슨을 떠올리면 곤란하다. 매니는 제목 그대로 ‘스위스 아미 나이프’(Swiss Army Knife) 같은 다용도성(!)을 자랑하는 시체다(폴 다노가 그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영화 속에서 확인해보자). 이따금씩 생전 추억을 더듬어보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유난히 반짝이는 눈동자가 캐릭터에 생동감을 더한다. 관객들의 마음을 움켜쥐는 다니엘 래드클리프의 섬세한 연기가 빛나는 작품. 그의 팬이라면 꼭 보길 추천한다.

스위스 아미 맨

감독 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

출연 다니엘 래드클리프,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 폴 다노

개봉 2016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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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
Jungle, 2017

요시 긴스버그 역

다니엘 래드클리프의 신작. 5월 31일 개봉한 <정글>은 아마존에 고립되었다가 기적적으로 탈출한 이스라엘 여행가 요시 긴스버그(다니엘 래드클리프)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한마디로 아마존 버전 <127시간>, 다니엘 래드클리프의 고군분투 생존기. 뗏목을 타다 급류에 휩쓸리는 건 물론, 동물들과 사투를 벌이고, 머릿속을 파고 들어간 벌레를 꺼내고, 환청·환각에 시달리는 등 보는 사람이 고생스러운 극한 연기를 자연스럽게 소화해냈다. 촬영 전부터 다이어트에 돌입해 몸무게를 6kg 감량하기도 했다고.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연기한 이전 어떤 캐릭터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흥미롭다.

정글

감독 그렉 맥린

출연 다니엘 래드클리프, 토마스 크레취만, 알렉스 러셀

개봉 2017 오스트레일리아, 콜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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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