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주인공들은 대체로 착하다. 그러나 때론 인간의 악한 본성을 그린 악역이 훨씬 오래 기억에 남을 때가 있다. 여기 소개한 배우들이 좋은 예가 될 수 있겠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악역 캐릭터로 오스카상을 수상한 배우들을 모았다. 2월 25일(현지 시간 2월 24일) 열릴 아카데미 시상식을 기다리며 이 리스트를 읽어보자. 해외 매체 '테이스트 오브 시네마'에서 정리한 리스트를 참조했다.


페이 더너웨이, <네트워크>
제49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1977)
<네트워크>는 TV 매체에 대한 신랄한 풍자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시청률이 떨어지자 퇴출 위기에 놓인 한 뉴스 앵커가 방송 도중 자살하겠다고 이야기한다. 그러자 시청률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방송국은 이 뉴스 앵커를 이용해 쇼까지 만든다. 이 쇼를 만든 장본인 다이아나를 연기한 배우가 페이 더너웨이다. 세상 모든 뉴스거리를 시청률의 도구로 보고 급기야 테러 집단과 거래도 하는 도덕, 윤리의식 제로인 캐릭터. 페이 더너웨이는 자신의 야망을 위해 악행을 저지르는 다이아나를 완벽하게 표현했다.

네트워크

감독 시드니 루멧

출연 페이 더너웨이, 윌리엄 홀든, 피터 핀치, 로버트 듀발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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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핵크만, <용서받지 못한 자>
제65회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수상(1993)
기존 서부극 장르의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서부극의 형태를 제시한 <용서받지 못한 자>는 그 해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편집상을 수상하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진 핵크만은 뒷돈을 받고 그에 따라 처벌하는 마을의 부패한 보안관을 연기했다. 무자비한 폭력 행사에 대해 스스로 타당성을 부여하는 인물로 전형적인 악당이 아니라서 더욱 잔인하게 느껴졌다.

용서받지 못한 자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출연 클린트 이스트우드, 진 핵크만, 모건 프리먼

개봉 1993.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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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리즈 테론, <몬스터>
제76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2004)
<몬스터>는 최초의 여성 연쇄살인범 에일린 워노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영화는 그녀가 어떻게 살아왔고, 끔찍한 살인자의 길로 이를 수밖에 없었는지 그 추락과 절망의 과정에 보다 집중한다. 샤를리즈 테론은 일단 놀라운 외모 변신부터 감행했다. 몸무게를 30파운드(약 13kg) 늘렸으며 입안에 보철을 끼고, 거친 피부로 분장했다. 그녀를 둘러쌌던 화려한 외모가 사라진 자리에 캐릭터가 갖고 있는 불안과 세상에 대한 증오가 짙게 드리워졌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2월 29일은 에일린 워노스의 생일이기도 했다.

몬스터

감독 패티 젠킨스

출연 샤를리즈 테론, 크리스티나 리치

개봉 2004.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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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더글라스, <월 스트리트>
제80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1988)
<월 스트리트>는 개봉 당시 평단에서는 별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마이클 더글라스가 연기한 고든 게코만으로도 지금까지 회자되는 영화다. 보통 한 작품이 여러 후보에 노미네이트되는 경우가 많은데 유일하게 남우주연상 후보에만 올랐고 수상까지 했다. 영화의 악의 축인 고든 게코는 대표적인 화이트칼라형 악당이다. 자본을 끌어다 기업을 매수 합병하는 트레이더로 온갖 불법적인 거래도 서슴지 않는 차갑고 교활한 캐릭터였다.

월 스트리트

감독 올리버 스톤

출연 마이클 더글라스, 찰리 쉰, 대릴 한나, 마틴 쉰

개봉 1988.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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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프 왈츠,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제82회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수상(2010)
매력 있는 악당들이라면 약간의 인간성을 갖고 있기 마련인데 크리스토프 왈츠가 연기한 한스 란다 대령에게선 선함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크리스포트 왈츠는 악당 하기엔 조금 평범한 느낌이 드는 인상의 배우이지만 교활하고 능글맞은 나치군 대령을 우아하고 세련되게 표현했다. 영화 캐스팅 단계였을 때만 해도 크리스토프 왈츠는 연극계와 TV 시리즈물에서 주로 활동했으며 그리 이름이 알려진 배우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 영화를 통해 이름을 알리며 아카데미 수상까지 거머쥐게 되었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출연 브래드 피트, 멜라니 로랑, 크리스토프 왈츠, 일라이 로스, 마이클 패스벤더, 다이앤 크루거, 다니엘 브륄, 틸 슈바이거

개봉 2009.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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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시 베이츠, <미져리>
제63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1991)
<미져리>의 애니는 지나친 팬심이 악행으로 이어진 독특한 유형의 악당이다. 간호사 출신인 애니는 자신이 평소 동경하던 소설가가 몸을 가눌 수 없는 부상을 당한 걸 목격하고 그를 집으로 데려와 돌본다. 그러나 애독하던 소설 결말이 주인공의 죽음인 걸 안 뒤 분노해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한다. 소설가에게 자신의 취향에 맞게 줄거리를 바꾸라 강요하고 그러지 않을 시 협박과 폭행을 서슴지 않는다. 악행을 시행하기 직전 무섭게 돌변하는 케시 베이츠의 표정 연기가 압권이었다.

미져리

감독 로브 라이너

출연 제임스 칸, 캐시 베이츠

개봉 1991.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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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즈 플레쳐,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제48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1976)
이번에도 간호사형 악당이다. 간호사는 사람을 돌보고 치료하는 직업이지만 생사를 다루는 직종인 만큼 누군가에게 위협을 가하는 순간 더 무서워진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는 정신병원에서 짓눌린 삶을 살아가는 수감 환자들이 병원의 시스템에 저항해 탈출을 결심하는 내용을 담았다. 루이즈 플레처가 연기한 간호사 밀드레드는 환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존재다. 감정 한 점 없어 보이는 굳은 표정으로 환자들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고 정신적 학대를 저지르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등골이 서늘해진다. 그러나 아카데미 수상 순간에는 청각장애인인 부모님을 위해 수화로 수상소감을 남겨 따뜻한 감동을 주었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감독 밀로스 포만

출연 잭 니콜슨

개봉 1977.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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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에르 바르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제80회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수상(2008)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똑단발 살인마 안톤 쉬거는 악역 리스트를 뽑을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다. 살인에 대해 어떤 감정도 없는 살인마로 산소통을 들고 다니며 사람을 죽인다. 사람을 죽이기 전엔 동전 던지기를 해 앞면인지 뒷면인지 맞추는 걸로 살인을 결정하는 사이코패스 악당이다. 여느 악당과 달리 안톤 쉬거에겐 전사를 부여하지 않았다. 도덕이 결여된 상태로 이유 없는 악행을 일삼는 캐릭터임을 강조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하비에르 바르뎀은 캐릭터의 악마성을 극대화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감독 에단 코엔, 조엘 코엔

출연 토미 리 존스, 하비에르 바르뎀, 조슈 브롤린

개봉 2008.02.21. / 2018.08.09.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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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 레저, <다크나이트>
제81회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수상(2009)
하비에르 바르뎀의 안톤 쉬거에 이어 그 다음 해 또 하나의 세기의 악당인 조커가 상을 받았다. 히스 레저의 조커는 히어로 영화 악당 리스트에서 늘 1,2위를 차지한다. 히스 레저는 배트맨(크리스찬 베일)을 제거하기 위해 범죄 조직에 기용된 광기 어린 악당 조커를 연기했다. 하얗게 칠한 얼굴, 빨간 입술, 거뭇거뭇 한 눈가 분장까지. 생김새만으로 충분히 위협적인데 광기 어린 미소를 띨 때면 존재감은 더욱 폭발했다. 안타깝게도 영화 개봉 6개월 전 히스 레저는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수상 현장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다크 나이트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크리스찬 베일, 히스 레저, 아론 에크하트

개봉 2008.08.06. / 2017.07.12.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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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니 홉킨스, <양들의 침묵>
제64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1992)
<양들의 침묵>은 공포 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아카데미의 주요 부문인 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감독상, 각색상을 석권했다. 특히나 한니발 렉터를 맡은 안소니 홉킨스의 연기는 압권이었다. 한니발 렉터는 인육을 요리해 먹는 기이한 살인 행각을 펼친다 하여 식인종 한니발이라 불리지만 겉보기엔 매너 있고 세련된 취향을 가진 유능한 정신과 의사다. 안소니 홉킨스는 이런 다중적인 캐릭터를 밀도 높게 소화하며 영화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양들의 침묵

감독 조나단 드미

출연 조디 포스터, 안소니 홉킨스, 스콧 글렌

개봉 1991.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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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조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