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모래처럼 쏟아지는 영화들 틈에서 관객들의 선택을 받는 일이란 쉽지 않다. 그중에서 최근 입소문으로 톡톡히 효과를 본 영화들이 등장하면서 초기 영화 마케팅의 중요성은 더욱더 커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가장 처음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자리인 시사회를 이용한 이색적인 마케팅이 화제에 오르고 있다. 오늘은 관객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재기 발랄한 국내 이색 시사회를 간단히 모아보았다. 아래 시사회에 참석했던 경험이 있거나, 이 외의 이색적인 시사회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주시길 바란다.


<더 길티>
<개봉 미정> 개봉 촉구 시사회

최근 극장에 방문했을 때 굉장히 흥미로운 안내 문구를 본 적이 있다. ‘<개봉 미정> 개봉 촉구 시사회’. 제목이 개봉 미정이라니? 궁금함을 참지 못해 검색해보니 정말 영화의 제목이 그러했다. 알고 보니 이 영화는 제목처럼 국내 개봉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 우리나라에 낯선 덴마크 영화였을 뿐만 아니라 제작사도, 감독도, 배우도 국내에선 인지도가 거의 없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개봉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을 이용, <개봉 미정>이라는 제목으로 바이럴 마케팅을 진행했고, 결과는 그야말로 성공적이었다.

시사회 직후 영화에 대한 호평과 함께 개봉을 염원하는 글들이 쏟아졌으며 CGV에서는 무비 핫딜이 최대 규모로 오픈되었다. 또한 CGV의 프로그래머와 SNS 운영자가 영화 개봉에 관해 은밀하고(?) 재치 있는 대화를 주고받은 영상이 공개되면서 네티즌 사이에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도 (영상 속 ‘2019. 플리즈라는 간절한 마지막 문구가 돋보인다). 결국 개봉이 불투명했던 이 영화는 <더 길티>라는 제목으로 개봉을 확정 짓게 되었다. 제34회 선댄스 영화제 월드시네마 관객상 수상작. 

<더 길티> 메인 포스터

<기묘한 가족>
'쓸모없는' 시사회

평화롭던 시골 마을에 좀비가 나타났다? 그런데 그 좀비로 비즈니스에 성공했다?! ‘좀비에 관한 유쾌한 상상이 돋보이는 영화 <기묘한 가족>. 이 영화 역시 개봉을 앞두고 열렸던 이색 시사회가 눈길을 끌었다. 일명 쓸모없는시사회. 참여 방법은 이렇다.
 
1) 우선 시사회에 당첨된다. 2) 시사회 당일 쓸모없는 물건을 가져간다. 3) 현장에서 물건 사진을 찍어 개인 SNS업로드한다. 4) 스탭에게 SNS 인증샷을 보여주고 물건을 제출한다. 4) <기묘한 가족> 예매권과 물물교환한다!
 
예매권도 그냥 주지 않는다. 아나바다 정신이 되살아나는 듯한 쓸모없는 시사회는 영화를 홍보하기 위한 마케터의 아이디어가 빛난 이색 시사회로 뽑힐만하다.

출처 / 메가박스 플러스엠 FB

<콰이어트 플레이스>
쉿! 소음 금지 시사회

소리 내면 죽는다!’. 포스트 아포칼립스와 공포를 결합한 존 크래신스키 감독의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소리를 내는 순간, 외계인의 공격을 받아 죽게 된다는 신선한 설정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소리를 내면 안 된다는 설정 때문에 러닝 타임 내내 영화관에는 팝콘조차 씹을 수 없는 적막감이 돌았으니.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이 점을 활용해 ! 소음 금지 시사회를 개최하였다.

시사회는 두 관에서 진행됐다. 말 그대로 소음을 내서는 안 된다는 게 가장 큰 규칙이다. 공포심에 !’ 하고 소리를 질러도, 간식을 와그작 먹어도 안 된다. 상영이 끝난 후, 두 관들 중에서 상영 중 소음치가 더 낮은 관에게 오리지널 경품을 증정했다. 당연히 여기엔 함정도 있었다. 소리를 내라고 팝콘 콤보 2인 세트 교환권을 주었으며, 해당 두 관은 스피커로 상영하는 관이 아닌 헤드셋으로 소리를 듣는 특수관이었다. 헤드셋을 이용해 두 귀에 직접 공포감 어린 사운드를 들어야 한다니! '쉿! 소음 금지 시사회'  장르와 설정을 활용한 참신하고 인상 깊은 시사회 중 하나다.


<맨 인 더 다크>
심정지 주의 시사회

10대 빈집 털이범 셋은 어느 날 30만 달러가 있다는 한 노인의 집을 털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그 노인은 다름 아닌 장님. 장님이기에 도둑질이 수월할 것이라 판단한 머니(다니엘 조바토) 둘을 설득하고, 결국 셋은 잠든 노인의 집에 들어간다. 하지만 잠들었던 노인이 눈을 뜨고 어마어마한 힘과 민첩함으로 머니를 죽이자 둘은 공포심에 휩싸이게 된다.

<맨 인 더 다크>는 어둠, 소리를 이용한 공포영화이자 스릴러다. 보이진 않지만 숨소리까지 기민하게 알아채는 노인이 둘을 죽이기 위해 쫓는다. 이 영화는 숨조차 쉴 수 없는 공포와 마주 하라’는 메인 포스터의 문구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심정지 주의 시사회를 열어 화제가 되었다. 관객들에게 심정지가 올까 현장에 구급 대원(실제 구급 대원인지는 알 수 없으나)이 대기하고 있었고, 영화가 끝난 후에는 산소 호흡기를 나눠주었다고 한다.

출처 / UPI 포스트
출처 / UPI 포스트

<아메리칸 울트라>
사일런트 디스코 파티 시사회

영화관 로비가 디스코 파티장으로 변했다? 편의점 알바생에서 숨겨진 자신의 기억을 깨닫고 최정예 스파이로 거듭난 마이크(제시 아이젠버그)의 이야기를 다룬 코믹 액션 영화 <아메리칸 울트라>. 병맛 스토리와 액션으로 소소하게 마니아층을 확보한 이 영화 역시 이색 시사회로 이슈가 되었던 영화 중 하나다. 무려 홍대에서, 그것도 불금에 열린 사일런트 디스코 파티시사회는 상영 후 로비에 마련된 간이 스테이지에서 자유롭게 춤을 추며 노는 시사회였다. 파티는 영화 장면 중 하나인 네온 액션 장면을 구현한 것으로, 네온 불빛에 빛날 수 있게 드레스 코드가 화이트 or 형광으로 정해져 있기까지 했다고. 오픈된 공공장소였기에 스피커 대신 무선 헤드셋이 지급되었으며, 야광봉과 야광팔찌 등을 나눠주어 흥을 더했다고 한다. 한쪽에서는 영화에 등장했던 한국의 컵라면 너구리를 주는 이벤트도 열려 라면도 받고, 영화도 보고, 스트레스도 풀 수 있는 일석삼조의 시사회였다.

사일런트 디스코 파티 현장 사진. 출처 / 아시아 뉴스통신

씨네플레이 문선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