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말싸미
감독 조철현
출연 송강호, 박해일, 전미선

심규한 <씨네플레이기자
해석의 문제가 아닌 이야기의 문제
★★
한글 창제 과정에 얽힌 비사를 다뤘다. 세종이 집현전 학자들이 아닌 승려 신미와 한글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흥미로운 소재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소재의 신선함에 비해 이야기의 구성은 진부하다. 한글 창제에 이르는 과정은 평탄하고, 세종을 둘러싼 정치적 상황의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증명된 보편적인 학설에 반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그럴듯한 이야기로 관객의 몰입을 끌어내지 못한 것이 문제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빛보다 그림자, 세종을 새로 조명하다
★★★☆
한글 창제는 분명 위대한 성취이자 자랑스러운 유산이다. 그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영화는 성취의 빛보다 거기까지 가는 과정의 힘겨운 그림자를, 상상력을 통해 들여다보고 싶었던 듯하다. 극 중 세종은 애민정신에 기초한 성군이다.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른 왕’과 ‘가장 낮은 자리에 있을 수밖에 없던 스님’의 만남이라는 상상은, 낮은 곳까지 이롭게 하려던 세종의 정신이 녹아든 해석으로 읽히기도 한다. 동시에 세종은 유교로 기득권을 유지하고 중전을 탄핵하려는 데만 몰두하는 신하들의 반발, 무너져내리는 건강 등을 힘겹게 버텨내던 인간이었다. 영화는 저물어가는 생 앞에서 의로운 무언가를 남기고자 하는 세종을 주목한다. 외로움과 고통이라는 파고를 거슬러 올라가며, 기어이 옳은 일을 찾아가고자 했던 그의 마지막 몇 년이 여기에 담겨 있다. “졸장부 둘을 다시 붙인” 진짜 대장부 소헌왕후를 입체적으로 주목하고자 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미술에 있어서는 최근 등장한 사극 장르 중 단연 빼어나다. 선과 면, 색의 아름다움이 장면마다 물씬 배어 나온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이토록 탁월한 나랏말
★★★
왕조의 역사를 넘어 오랫동안 칭송받는 훈민정음의 영광보다는 언문으로써 고단했던 탄생 과정에 <나랏말싸미>가 하고자 했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점과 직선, 면으로 만들 수 있는 가장 간결하고 아름다운 문자를 꿈꿨던 세종(송강호)과 신미(박해일). 이들의 갈등과 협업을 따라가다 보면 새삼 우리가 쓰고 있는 '나랏말'의 탁월함에 감탄하게 된다. 어지럽게 쌓인 미완성의 문자들 사이에서 자음과 모음을 발견하고, 인물들이 초성만으로 마음을 주고받는 순간은 한글 사용자들만이 느낄 수 있는 짜릿함까지 제공한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도발적이나, 단조로운
★★★
다양한 훈민정음 창제설 중 야사로 존재하는 신미대사 조력설을 반영했다. 도발적이다. 한글이 어떤 과정으로 창제됐는가를 집요하게 담아낸 접근법도 새롭다. 그러나 도발적인 선택과 새로운 접근법이 만난 영화는 그다지 불꽃이 튀지 않는다. 모음 하나-자음 하나까지 세밀하게 담아낸 한글 탄생 과정이 영화적 리듬을 타지 못하면서, 극 전체가 늘어지는 느낌은 안긴다. 세종대왕과 신미 사이에 파생되는 갈등은 단조롭고, 세종을 둘러싼 정치 상황도 평이한 편. 송강호가 그리는 세종에게서 <사도>의 영조(송강호)가 겹쳐 보이는 인상도 있다. 한국 영화 최초로 스크린에 담긴 해인사 장경판전 등,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한 로케이션은 충분히 아름답다.

나랏말싸미

감독 조철현

출연 송강호, 박해일, 전미선

개봉 2019.07.24.

상세보기

주전장
감독 미키 데자키

심규한 <씨네플레이기자
전장은 넓어지고 싸움은 여전히 진행 중
★★★
진실도 때로는 증명이 필요하다. 일본 제국주의 시절 명백한 인권 유린 범죄인 위안부 문제마저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일본 우익이 위안부 문제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주장하는 논거들을 빠짐없이 보여준다. 불편함 속에서도 이 주장들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그들의 언어에 섞인 명백한 오류를 반드시 바로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베 정권의 위안부 문제 인식과 역사 교과서에 대한 통제가 우리 지난 정권의 행보와 겹쳐 보이는 순간은 섬뜩하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위안부, 3의 시선
★★★☆
새로운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에 소속된 후지오카 노부카츠가 말한다. “국가는 사죄해서는 안 됩니다. 국가는 예를 들어 그것이 진실이라고 해도 사죄를 하는 순간 끝입니다 위안부 문제가 왜 이토록 풀리지 않는지, <주전장>엔 이를 엿보게 하는 일본 극우 세력들의 위험한 역사의식이 인터뷰로 터져 나온다. 극우 세력들뿐 아니라 다양한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정반합 구조로 취해 오류를 바로잡고 진실에 한 발 더 다가선다. 같은 주제의 서로 다른 의견을 편집으로 빠르게 이어 붙였다가 끊어내는 전략 덕분에 몰입도도 높다. 일본 우익으로부터 고발당했다는 이 다큐멘터리를 만든 이는 일본계 미국인 감독 미키 데자키다. 자칫 감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극의 중심추 역할을 하는 것 역시 감독이 서 있는 위치임을 부인할 수 없다.

주전장

감독 미키 데자키

출연

개봉 2019.07.25.

상세보기

돈 워리
감독 구스 반 산트
출연 호아킨 피닉스, 조나 힐, 루니 마라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 행복하게
★★★☆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들을 통과해나가는 방법에 대하여. 무너지고, 부정하고, 분노하고, 괴로워하다가 끝내 삶을 받아들이고 자기 자신의 연약함을 이겨낸 카투니스트 존 캘러핸의 실화가 담겼다. 아주 개인적인 이 이야기가 보편적인 울림으로 마음에 닿는 이유는, 아마 모두가 한 번쯤은 스스로의 삶을 불행하다 연민한 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물이 비범할 뿐 용서와 치유라는 소재 자체는 특별할 것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단지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가 더해지면, 매 장면은 경이로운 풍경으로 뒤바뀐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돈 워리

감독 구스 반 산트

출연 호아킨 피닉스, 조나 힐, 루니 마라, 잭 블랙

개봉 2019.07.25.

상세보기

굿바이 썸머
감독 박주영
출연 정제원, 김보라

이화정 <씨네21> 기자
말랑말랑, 말캉말캉. 굳어버리기 전 십 대의 모든 감정들 
★★★
시한부 선고를 받은 고3 현재(정제원). 그는 자신의 현재가 평범하길 바란다. 학업과 진로, 우정과 연애 같은 또래의 고민을 자신도 아무렇지 않게 나누어 가지고 싶어 한다. 디테일하게 묘사된 십 대들의 감정선, 특히 한 여름 밝은 태양 아래서라면 현재의 비극도 사그라질 것만 같다. 10, 시한부, 멜로드라마 등의 키워드를 나눠 갖는 <안녕, 헤이즐>이나 <레스트리스> 연상되는 드라마. 죽음의 그림자 안에서도, 일상의 시간은 어김없이 흐르고 있다.

굿바이 썸머

감독 박주영

출연 정제원, 김보라

개봉 2019.07.25.

상세보기

명탐정 코난: 감청의 권
감독 나가오카 치카
(목소리) 출연 타카야마 미나미, 야마자키 와카나, 코야마 리키야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흥미진진 미스터리 투어
★★
23번째 극장판은 해외가 무대다.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가 배경이어서 관광지 특유의 들뜬 분위기가 미스터리를 더한다. 극장판에 처음 등장한 캐릭터 쿄고쿠 마코토의 비중은 코난과 괴도 키드에 견준다. 가라테 선수 마코토의 실력 발휘 덕분에 액션은 더욱 막강해졌다. 전설의 보물도 훔치고 살인 누명을 벗어야 하는 ‘월하의 마술사’ 괴도 키드의 활약도 휘황찬란하다. 추리, 반전과 함께 <명탐정 코난>을 완성하는 로맨스와 코미디도 빠지지 않는다. 기본을 유지하면서 장소와 액션으로 전환을 꾀한 준수한 극장판.

명탐정 코난: 감청의 권

감독 나가오카 치카

출연 타카야마 미나미, 야마자키 와카나, 코야마 리키야, 야마구치 캇페이

개봉 2019.07.24.

상세보기

그녀들을 도와줘
감독 앤드류 부잘스키
출연 레지나 홀, 헤일리 루 리차드슨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도움 필요 없는 ‘그녀들’의 명연기
★★★
스포츠 바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연대를 그린 코미디 영화. 직원들을 기족처럼 챙기는 책임감 강한 매니저를 주축으로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 일하는 여성들과 그들 주변을 관조적으로 바라본다. 앤드류 부잘스키 감독은 쇠락하는 섹시 콘셉트 레스토랑을 배경 삼아 평범한 미국인들, 특히 여성이 겪는 다양한 문제를 끄집어낸다. 일상적인 에피소드로 흘러가다가 화합과 응원을 외치는 해결 방식이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레지나 홀, 헤일리 루 리차드슨, 샤이나 맥헤일 등 여성 배우들의 연기만큼은 에너지가 넘친다.

그녀들을 도와줘

감독 앤드류 부잘스키

출연 레지나 홀, 헤일리 루 리차드슨

개봉 2019.07.25.

상세보기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감독 실뱅 쇼메
출연 귀욤 고익스, 앤 르니, 베르나데트 라퐁

이화정 <씨네21> 기자
비밀 정원에서 마시는 프루티한 한 잔의 차 
★★★
실뱅 쇼메의 애니메이션과 <아멜리에>의 색감을 나눠 갖는 경험.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온 감독 특유의 정서가 실사영화로 고스란히 옮겨와 동화와 애니메이션 어느 지점에 위치한 감성을 만들어 낸다. 잊고 있던 폴의 기억을 헤집어 꺼내놓는 마담 프루스트의 정원. 그 상징의 공간 속으로 들어가 차 한 잔 마시고 싶은 기분.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기억을 다룬 가장 사랑스러운 영화
★★★☆
어린 시절의 기억을 찾아가는 피아니스트를 통해 인생의 의미를 되묻는 프랑스 영화. 추억을 소환하는 방법이나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과정이 아기자기한 웃음을 주면서 상상력 넘친다. 애니메이션 감독 출신 실뱅 쇼메는 독특하면서도 온정 넘치는 캐릭터와 색감이 도드라지는 영상으로 인상적인 동화를 완성했다. ‘추억은 음악을 좋아한다’는 극중 대사처럼 샹송부터 클래식, 피아노, 우쿨렐레 연주까지 음악이 큰 역할을 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따뜻한 정서가 관객을 위무하는 감성적인 판타지 드라마.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감독 실뱅 쇼메

출연 귀욤 고익스, 앤 르 니, 베르나데트 라퐁, 헬렌 벤상

개봉 2014.07.24. / 2019.07.24. 재개봉

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