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시트
감독 이상근
출연 조정석, 윤아
송경원 <씨네21> 기자
재난, 청춘, 한국. 군더더기 없이 핵심만 추린 교집합
★★★☆
한국 청춘들의 현실은 그들에겐 일종의 재난이나 마찬가지다. 정체불명의 가스가 도시를 뒤덮은 가운데 산악 동아리 출신의 두 주인공이 도심을 탈출하기 위해 빌딩 숲 위를 내달린다. 간단하고 선명한 콘셉트로 재난과 현실을 절묘하게 버무렸다. 이야기를 쓸데없이 벌리지 않고 핵심만 간결하게 짚은 덕분에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할 이야기는 다 한다. 특히 익숙한 공간과 소품의 디테일을 활용해 한국 관객들이라면 무릎을 칠만한 공감을 이끌어낸다. 밝고 명랑한 분위기를 잃지 않는 가운데 재난 영화의 장르적 재미도 유지한다. 가볍게 보면 왁자지껄 웃을 수 있고, 찬찬히 보면 깊이도 두루 갖춘 영리한 대중 상업영화. 선택과 집중. 군더더기 없이 핵심만 추린 간결함이 돋보인다.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대한민국 청년들이 발 디딘 세상에 대한 은유
★★★★
청년 백수 용남(조정석), 힘없는 사회 초년생 의주(윤아)가 생존을 위해 벗어나야 할 공간과 이들의 삶을 지탱하는 공간은 유형만 다를 뿐 모두 재난 상황이다. 이런 유사성이 스펙터클한 재난의 묘사 없이도 심리적 공포를 느끼게 한다.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오직 탈출이라는 장면에 집중하니 이야기의 밀도는 상당히 높다. 한국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익숙한 공간과 도구들을 적절하게 활용해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이 공감을 자아낸다. 보는 이의 근육까지 긴장될 만큼 배우들의 액션 연기도 실감 난다. 숱한 벽을 넘고, 장애를 건너야 하는 우리 시대의 청년들에게 현실을 바꾸는 힘은 연대에서 온다는 말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땀내나는 성취
★★★☆
언제라도 탈출을 꿈꾸는 ‘헬조선’의 청년들이 진짜 재난 상황을 만나면 어떻게 될까. <엑시트>는 그 상상력 안에서 주인공들의 활약을 응원한다. 이는 사회적 압박에 짓눌려 제대로 뜀박질 한 번 못 해본 동시대 젊은 세대에게 땀내나는 성취 한 번을 안기려는 시도다. 슈퍼히어로 탄생기가 아니라 ‘루저 성공기’에 방점을 찍고 달려나가는 영화의 의지가 사랑스럽다. 주인공들도, 영화도 가만히 있으니 뭐라도 해본다는 자세로 모든 상황을 속도감 있게 돌파해간다. 대가족의 오지랖, 가족 단위 잔치가 벌어지는 이벤트 홀, 네온 사인 간판과 거대한 장식물이 붙은 건물 외벽 등 ‘한국적’ 풍경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끌어들이는 아이디어가 좋다. 조정석이 그가 가진 가장 매력적인 모습들을 물 흐르듯 선보일 때, 함께 거침없이 뛰고 구르는 임윤아가 발군이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서바이벌 코리아 2019
★★★☆
한국이 가지고 있는 특수한 상황을 재난 영화의 액션과 드라마에 알뜰히 활용한다. 웨딩홀 외벽에 설치된 뜬금없는 조각상이나 환기구를 공유하는 고깃집과 헬스장처럼 한국 상업 건물 특유의 마감은 클라이밍의 긴장감을 높인다. 어머니의 칠순 잔치에 벌어진 재난 상황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백수 용남(조정석)과 고용 불안정 속에서 상사의 진상을 감내해야 하는 의주(윤아)는 그대로 매일이 재난인 세대를 보여준다. 가족을 내세우면서도 신파에 젖지 않고, 목숨을 걸면서도 산뜻한 재난 영화의 탄생.
이화정 <씨네21> 기자
오락, 그 이상의 감동
★★★★
설정, 구조, 캐릭터, 연기, 거의 모든 요소에 있어서 <엑시트>는 고득점으로만 연결된 장르영화다. 정체불명의 가스 테러, 오직 출구를 찾아 뛰는 러닝타임 내내의 속도전. 두 청년이 죽을힘을 다해 뛰어다니는 동안 맞닥뜨리는 건 ‘출구 없는’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남녀 구별을 두거나, 어느 한 명이 영웅이 되는 대신, 서로 제안하고 끌어주며 달린다는 점에서 용남, 의주 캐릭터가 가진 건강함이 영화에 가속을 더한다. 특히 사회적 기준으로 뒤처지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이들이, 대한민국을 관통한 안타까운 사건들을 해결해 나가는 상징적 장면에 이르러, 영화는 오락 그 이상의 감동까지 고공행진해 나간다. 제목을 ‘조정석’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배우의 강점을 살린 캐릭터, 발견에 가까운 윤아의 연기가 합을 이룬 흥미로운 버디무비.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영리하게 달린다
★★★☆
아기자기한 아이디어, (스타 이름에 기대지 않은) 적역 캐스팅, 넘치지 않은 가족애와 깔끔하게 치고 빠지는 러닝타임 등 선택과 집중이 좋다. 스테이지 밟듯 미션을 클리어해 나가는 리듬감도 발군. 재난 극 특유의 긴박감이 더 실렸으면 좋았겠지만, 여름 오락물로서의 소임은 이행해 낸 영리한 기획물.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시대와 공명하는 재난 영화
★★★☆
신파 없다. 억지스러운 설정 없다. 낯간지러운 로맨스도 없다. 기존 재난 영화에서 지적받아온 문제들을 제거하고 국가적 재난에 가까운 청년 실업을 동력 삼아 웃음과 긴장, 메시지를 끌어낸다. 가족 코미디로 공세를 펴는 초반 장악력은 우수하다. 익숙하면서도 기대에 부응하는 웃음을 준다. 이어지는 건물 탈출 미션도 예상을 뛰어넘는 볼거리를 안긴다. 조정석과 윤아의 역할 분담도 확실하다. 뒷심이 달리긴 하나 한국 현실을 적정하게 녹여낸 오락 영화로서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드디어 납득이 가는 한국형 히어로의 출현, 신구세대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명료한 가족 재난 영화의 정석.
- 엑시트
-
감독 이상근
출연 조정석, 윤아
개봉 2019.07.31.
사자
감독 김주환
출연 박서준, 안성기, 우도환
송경원 <씨네21> 기자
갈팡질팡 우물쭈물. 괴작이 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
오컬트와 종합격투 액션, 슈퍼히어로 영화를 이종교배했다. 악을 퇴치하는 구마 사제가 악과 대결을 벌이는 히어로가 되는 이야기. 히어로로 각성하는 성장담이 뼈대이고 능력을 발휘해 악과 한판 대결을 벌이는 순간이 볼거리다. 의도는 나쁘지 않은데 결과는 각 요소들의 장점을 갉아먹는 쪽으로 작동했다. 오컬트 특유의 긴장과 오싹한 분위기는 거의 없고, 성장 서사는 너무 느리고 설득력이 떨어져 답답하다. 차라리 독특한 액션 쪽에 과감하게 방점을 찍었으면 나으련만 그마저 갈팡질팡하다 애매하게 끝을 맺는다. 재미있는 요소가 제법 많고 제대로 활용을 못해 아쉬운 야심작.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의 구분이 필요하다.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재료 탓이 아니라 주방장 손맛이 문제
★★
액션과 히어로를 교합한 오컬트 장르의 시도는 신선하다. 시리즈를 유념한 만큼 인물들의 설정에도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하지만 장르별 특색을 조화롭게 배치하진 못했다. 마블에 열광하는 국내 관객들에게 단조로운 히어로 액션은 흥미를 반감시키고, 오컬트 장르를 특징짓는 구마 의식도 밋밋하고 평범하다. 서늘한 공포보다는 액션에 방점을 둔 전개가 장르적 방향성을 잃게 한다. 그나마 위안받는 것은 긴장과 유머의 순간을 자유롭게 오가며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이야기의 안정감을 유지하는 안성기의 연기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패기 넘치는 질주, 아쉬운 최종장
★★☆
구마라는 의식 과정이 몸과 몸, 물리적인 충돌로 바뀔 때의 쾌감이 분명 있다. 이는 주인공이 격투기 챔피언이며 선택받은 자라는 설정상 가능한 강점이다. 유사 부자 관계에 놓이는 이들의 버디 무비 형식을 택한 점도 극 안에서 뜻밖의 드라마들을 만들어낸다. 특히 안성기의 캐스팅이 한 수다. 존경과 믿음은 연결되는 맥락이기에,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는 올곧은 배우가 ‘믿음의 사제’로서 발휘하는 힘이 적지 않다. 다만 영화가 지닌 이런 장점들이 점점 고조되며 파괴적으로 발휘되기에는 꽤 많은 분절점들이 있다. 부마자가 여러 명 등장하는 구성 역시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주인공의 각성하는 여러 번의 단계를 거쳐 만난 최종장은 생각보다 맥빠지는, 혹은 조금은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상업 장르영화로서 과감한 시도를 끝까지 밀어붙인 패기만큼은 빼어나다. 세계관의 확장보다 집중이 더 필요했을 듯하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이도 저도 아닌 오컬트
★★☆
서두에 공을 들여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할 시간을 충분히 준다. 오컬트에 격투기 액션을 접목해 신선함을 얻고자 한다. 두 가지 전략은 큰 신뢰감을 주지 못한다. 평범한 서론은 늘어지고 특별한 능력을 지닌 주인공이 육체적 힘을 더해 악을 제압하는 과정은 후반부로 갈수록 설득력을 잃는다. 나머지는 오컬트 장르의 도돌이표다. 의외로 긴장을 푸는 유머 장면에서 효과를 거두는데 안성기가 쌓아온 푸근한 이미지와 특유의 느긋한 호흡이 빚어낸 대배우의 성과다. 영화의 만듦새와는 별개로 박서준, 최우식, 우도환을 보면 한국 영화배우의 세대교체를 실감한다. 물론 믿음을 주는 쪽으로. 시리즈가 예고된 만큼 회심의 일격이 필요해 보인다.
- 사자
-
감독 김주환
출연 박서준, 안성기, 우도환
개봉 2019.07.31.
마이펫의 이중생활2
감독 크리스 리노드
(목소리) 출연 패튼 오스왈트, 케빈 하트, 에릭 스톤스트릿
송경원 <씨네21> 기자
귀여운 캐릭터에만 매달리는 어수선한 동어반복
★★☆
‘내가 없을 때 반려동물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라는 상상을 기발하게 풀어낸 <마이펫의 이중생활>의 속편. <슈퍼배드>처럼 성공한 시리즈로 안착시켜보려는 일루미네이션의 야심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일루미네이션의 작품들은 스토리나 상상력보다는 캐릭터 자체의 매력에 기대는 경향이 강한데 <마이펫의 이중생활2>도 마찬가지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캐릭터들의 귀여움은 여전히 잘 먹힌다. 반면 단점도 고스란히 이어받아 이야기가 헐겁고 산만하다. 핵심 사건이 없어 짧은 에피소드를 반복하지만 금방 한계가 드러난다. 하나의 이야기로서 완결성이 떨어짐에도 어찌됐건 우격다짐으로 사랑스럽긴 하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캐릭터의 이중 활약
★★★☆
뉴욕에 사는 반려동물들의 이중생활은 전편보다 흥미진진한 모험담으로 돌아왔다. 가정환경에 큰 변화를 맞이한 반려견 맥스의 심경에 집중하면서 기존 캐릭터와 새로운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배치했다. 주요 캐릭터들이 이끄는 이야기가 세 갈래로 펼쳐지면서 산만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하지만 귀여움의 극강을 달리는 반려동물의 합동 재간에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메시지와 감동은 간결하게 전달하면서 잔재미를 추구하는 일루미네이션의 애니메이션과 궁합이 척 맞는다면 마지막 장면에선 열광까지 하게 될 것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음악의 활약도 무시할 수 없다.
- 마이펫의 이중생활2
-
감독 크리스 리노드
출연 패튼 오스왈트, 에릭 스톤스트릿, 케빈 하트, 레이크 벨, 제니 슬레이트, 티파니 해디쉬, 해리슨 포드
개봉 2019.07.31.
누구나 아는 비밀
감독 아쉬가르 파라디
출연 페넬로페 크루즈, 하비에르 바르뎀
이화정 <씨네21> 기자
비밀과 거짓말, 그 속에 노출된 적나라한 표정들
★★★☆
납치된 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관계들. 사건을 통해, 그 사건에 처해있고 대처하는 인물들의 캐릭터, 관계를 주의 깊게 지켜보는 영화. 장르로 시작해 사건 이면의 인물들을 탐구해 나가는 솜씨가 훌륭하다. 대표작인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만큼 촘촘하지는 않지만, 아쉬가르 파라디의 영화가 그리는 연출적 색깔은 그대로다. 전작들의 배경인 도시, 실내 세트 같은 닫힌 공간이 아닌, 스페인의 작은 시골마을의 떠들썩함(역시 작은 마을로 닫힌 공간의 효과를 자아냄) 속에 노출된, 페넬로페 크루즈, 하비에르 바르뎀 등 배우들의 표정이 배경지인 스페인 마을의 끈끈한 분위기를 잘 살려 준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지우려 했던 ‘진실’이 찾아왔을 때
★★★☆
이야기만 놓고 보면 막장 요소가 다분하다. 그러나 아쉬가르 파라디가 부여한 심리적 깊이에 힘입어 치정으로 빠질 법한 영화는 묵직한 삶의 통찰력을 입는다. 얼핏 보면 ‘실종’을 다룬 영화지만, 감독이 진짜 힘주고 있는 건 상황 속에서 민낯을 드러나는 ‘관계’다.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혹은 일부러 지우려 했던, ‘진실’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날 선 보고서이기도 하다. 촘촘하게 쌓아 올린 초중반 감정에 비해 다소 듬성듬성한 후반부 서사는 아쉽다. 감독의 전작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2011), <세일즈맨>(2016)과 비교하면 영화적 충만함은 떨어지는 편. <누구나 아는 비밀>만의 문제라기보다, 전작들이 워낙 뛰어났던 탓이 크다. 실제 부부인 페넬로페 크루즈와 하비에르 바르뎀이 왜 좋은 배우인가는 여실히 드러난다.
- 누구나 아는 비밀
-
감독 아쉬가르 파라디
출연 하비에르 바르뎀, 페넬로페 크루즈
개봉 2019.08.01.
데드 돈 다이
감독 짐 자무쉬
출연 아담 드라이버, 클로에 세비니, 빌 머레이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좀비를 통해 발견한 현대인의 자화상
★★★
환경 파괴 탓에 창궐한 좀비는 생전에 자신이 집착하던 것들을 무한히 반복한다. 짐 자무쉬가 만들어 낸 영화 속 좀비는 공포의 대상이 아닌 현대를 사는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돌려 말하지 않고, 대놓고 현대인의 물질주의를 비판하며 환경 파괴에 대한 위험을 경고한다. 아포칼립스의 상황에서 유일하게 평온한 이들은 자연 속에 은둔하는 자와 사회의 규범에서 격리된 소년원의 아이들이라는 것은 영화의 메시지를 대신한다. 느긋하고 무력한 화면 속에서 이기 팝, 셀레나 고메즈, 톰 웨이츠의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는 덤이다.
- 데드 돈 다이
-
감독 짐 자무쉬
출연 아담 드라이버, 클로에 세비니, 빌 머레이
개봉 2019.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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