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작 <심판>이 2년 만에 한국 극장가에 개봉됐다. 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해 연기를 시작한 다이앤 크루거는 <트로이>(2004), <내셔널 트레져> 시리즈,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2009) 등을 거쳐 배우로 자리잡아, 2017년 모국인 독일에서 촬영한 <심판>으로 ‘칸의 여왕’으로 등극했다. 다이앤 크루거를 비롯, 2000년 이후, 즉 21세기 들어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들의 면면을 정리했다.
2010_ 줄리엣 비노쉬 <사랑을 카피하다>
이란 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는 처음 외국어로 만든 <사랑을 카피하다>로 1990년대 중반부터 친분을 쌓은 줄리엣 비노쉬와 처음 작업했다. 이탈리아에서 만난 영국인 작가와 프랑스인 골동품상이 진짜 부부인 척 역할극을 하는 과정을 따라가는 이야기. 비노쉬는 영화 연기는 처음인 오페라 가수 윌리엄 쉬멜을 상대로 사랑의 순간들을 드러낸다. 단순히 로맨스를 시전하는 걸 넘어 진심과 연기 사이의 간극을 표현하는 경지를 볼 수 있다. 비노쉬는 <세 가지 색: 블루>(1993)로 베니스, <잉글리쉬 페이션트>(1996)로 베를린 여우주연상을 받은 데 이어, <사랑을 카피하다>로 칸에서까지 수상하면서 세계 3대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석권하는 최초의 배우가 됐다.
2014_ 줄리앤 무어 <맵 투 더 스타>
<맵 투 더 스타>의 하바나는 불안해 미칠 지경이다. 유명 배우인 어머니에게 학대 받았다고 믿으며 자란 그는 나이 들면서 설곳을 잃어간다고 느끼는 와중, 어머니가 활약했던 영화의 리메이크작을 놓치고 싶지 않아 안절부절이다. 불안을 담아내기로는 적수가 없을 줄리앤 무어는 자신이 쇠락하고 있다는 절망에 완전히 반응하는 하바나의 황폐한 마음을 능수능란하게 담는다. 2014년 봄 <맵 투 더 스타>로 (줄리엣 비노쉬에 이어) 세계 3대 영화제를 석권한 무어는 이듬해 2월 <스틸 앨리스>로 오스카 트로피를 차지하는 최고의 시간을 보냈다.
2015_ 루니 마라 <캐롤> & 엠마누엘 베르코 <몽 루아>
예년의 공동수상과 달리, 코엔 형제가 심사위원장이었던 2015년은 각각 다른 영화의 두 배우가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루니 마라와 엠마누엘 베르코 모두 로맨스의 주인공을 연기했지만, 처지는 전혀 다르다. <캐롤>의 테레즈가 이제 막 여자를 사랑하는 데에 눈을 뜬 여자였다면, <몽 루아>의 토니는 스키 사고로 걷지 못하게 되어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남편에게 매달렸던 기억을 곱씹고 있다. 들뜨지 않는 태도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설렘이 선명하게 발산하는 루니 마라의 연기에 온전히 힘을 실어주지 않는 수상 결과가 아쉬운 게 사실이다.
2018_ 사말 예슬라모바 <아이카>
카자흐스탄 배우 사말 예슬라모바는 세르게이 드보르체보이의 <툴판>(2008)으로 데뷔 했다. 카자흐스탄의 최북단 지역에서 캐스팅 된 비전문배우였다. 이후 10년간 둘의 필모그래피는 멈춰 있었는데, 드디어 2018년 칸 영화제에서 신작 <아이카>가 공개됐다. 아이를 낳고도 가난 때문에 병원에 두고 올 수밖에 없는 불법체류 노동자 아이카가 모스크바의 매서운 추위와 노동을 견뎌가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영화다. 예슬라모바는 키르기스스탄의 언어를 배워 모스크바의 여성 이주노동자들과 소통하면서 아이카가 되기 위해 준비했고, 무려 6년에 걸친 촬영 끝에 완성된 <아이카>로 배우로서 결실을 맺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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