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커튼이 쳐진 방과 의미를 알 수 없는 춤과 귓속말. 두 개의 산봉우리.

시즌 2에서 25년 후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했던 <트윈 픽스>가 정말 25년 후인 2017년, 시즌 3 공개를 앞두고 있다.
이전 시즌에 출연한 배우들의 복귀, 마크 프로스트의 대본, 그리고 ‘트윈 픽스’의 상징인 데이비드 린치까지 모두 돌아온 ‘트윈 픽스’ 시즌 3는 과거의 영광을 고스란히 이어갈 수 있을까.

'미드'의 전성기 속 트윈 픽스의 귀환

그동안 미국 드라마계는 HBO와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완전히 개편됐다고 볼 수 있다. HBO는 ‘지구에서 달까지’ ‘밴드 오브 브라더스’ ‘더 퍼시픽’ 같은 미니시리즈와 ‘뉴스룸’ ‘왕좌의 게임’ ‘웨스트월드’ 등 시즌제 드라마를 꾸준한 완성도로 방영했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 '왕좌의 게임', '뉴스룸' 포스터

넷플릭스는 비디오/DVD 대여 사업에서 직접 ‘하우스 오브 카드’를 제작해 대박을 터뜨리더니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나르코스’ ‘센스 8’ 등의 자체 시리즈와 ‘데어데블’ ‘제시카 존스’ ‘루크 케이지’ 등 마블의 ‘디펜더스’ 시리즈도 성공적으로 데뷔시켰다.

'하우스 오브 카드', '나르코스', '데어데블' 포스터

이렇게 대규모로 제작되는 드라마 속에서 ‘트윈 픽스’의 귀환은 어떤 그림을 그리는 걸까. 1990년에 미국 ABC 방송국에서 방영된 ‘트윈 픽스’는 작은 마을 트윈 픽스에 로라 파머 살해 사건을 수사하러 온 FBI 요원 데일 쿠퍼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드라마는 시청률 33% 달성은 물론 에미상 14개 부문 지명, 91년도 골든 글러브 최우수 TV시리즈 상 수상까지, 흥행과 비평 모두 성공을 거뒀다.

'트윈 픽스' 포스터

그럼에도 ‘트윈 픽스’는 제작자인 데이비드 린치의 이미지와 전반적으로 느린 속도감과 모호한 스토리텔링을 사용해 ‘컬트 드라마’의 대명사로 꼽히고 있다. 영화처럼 화려해진 지금의 드라마와는 결이 다른 셈이다 그래서 ‘트윈 픽스’는 25년이 지난 지금 시즌 3가 등장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의 그 어떤 드라마와도 다르기 때문에,

25년 전 '트윈 픽스'는

기본 줄거리는 이렇다. 로라 파머라는 소녀가 살해당하고, 이후 로네트 폴라스키라는 소녀가 피를 흘리며 발견되자 FBI 요원 데일 쿠퍼가 수사에 착수한다. 지금 보면 많은 작품에 사용된 '닫힌 사회의 미스터리'의 전형적인 시작이다. 

‘트윈 픽스’가 특별한 건 미스터리 스릴러에 그치지 않고 오컬트 요소를 적극 차용했기 때문이다. 스릴러치고는 느긋할 정도로 느린 드라마 전개는 곧 주인공 데일 쿠퍼와 지켜보는 시청자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데일 쿠퍼는 꿈과 환각 상태에서도 끊임없이 사건의 단서를 얻곤 한다.  

'트윈 픽스' 속 '빨간 방' 장면. 가장 상징적인 장면이라 패러디도 많다.
'심슨 가족', '스쿠비 두',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이 스릴러와 오컬트의 조합은 데이비드 린치가 파일럿(방송국이 광고주 획득을 위해 만든 데모)에서 메가폰을 잡은 덕분에 더욱 탁월한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영화에서도 초현실적이고 상징적인 연출을 거듭했던 린치는 이 작품 속 외딴 마을을 묘사하면서 특유의 분위기를 적용시켜 오컬트적인 일들이 일어나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공간을 완성시켰다. ‘트윈 픽스’의 이런 방식은 ‘엑스파일’ ‘소프라노스’ ‘베이츠 모텔’ ‘기묘한 이야기’ 등에 영향을 미쳤다.

'트윈 픽스'의 영향을 받은 ‘엑스파일’ ‘소프라노스’ ‘베이츠 모텔’ ‘기묘한 이야기’의 포스터
'시즌 3'다운 맛을 이어갈까

시즌 3의 관건은 기존 ‘트윈 픽스’의 맛을 얼마나 담아낼 수 있는지다. 대본을 담당했던 마크 프로스트, 기존 출연진인 카일 맥라클란(데일 쿠퍼 역), 쉐릴린 펜(오드리 역), 데이비드 듀코브니(데니스 브라이슨 역), 셰릴 리(로라 파머 역)에다 ‘트윈 픽스’에 시달려 끝장을 보고 싶어했던 데이비드 린치 역시 제작과 연출을 도맡아 한다. 

'트윈 픽스'의 트레이드 마크인 파이는 고스란히 나온다
데일 쿠퍼 역의 카일 맥라클란

거기에 새로운 ‘트윈 픽스’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배우들은 팀 로스, 나오미 왓츠, 아만다 사이프리드, 모니카 벨루치, 제니퍼 제이슨 리, 마이클 세라 등이 있다. 어떤 역인지조차 공개되지 않아 분량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캐스팅 라인업만으로도 시청자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한 배우들이다.

데이비드 린치 감독도 고든 콜 역으로 이번에도 출연한다

본래 ‘트윈 픽스’는 사건의 범인을 밝힐 계획도 없던 드라마다. 그러나 시즌 도중 ABC의 외압 때문에 결국 사건의 범인을 밝히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게 됐다. 원작 팬이라면 이번 시즌 3도 이런 외압에 시달리지 않을까 걱정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번 시즌 3를 방영하는 쇼타임은 이전에도 ‘퀴어 애즈 포크’, ‘쉐임리스’, ‘홈랜드’, ‘튜더스’, ‘마스터즈 오브 호러’ 등 성인 코드와 공포 코드의 드라마도 꾸준히 방영한 곳이기에 ‘트윈 픽스’의 코드도 시즌 3에서 고스란히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트윈 픽스’를 위한 모든 것은 준비됐다. 25년의 시간에도 열렬히 환호하는 원작 팬들과 새로이 유입될 시청자들의 마음만 사로잡으면 된다.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했던 ‘트윈 픽스’가 꺼낼 새로운 이야기가 무엇일지, 지난 25년간의 간극을 영리하게 활용했을지 확인할 수 있는 첫 방송날인 5월 21일(현지시각)을 기억하자. (아쉽게도 국내 방영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5월 21일, 트윈 픽스로 재방문하자

씨네플레이 인턴 에디터 성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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