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과 백, 정확히 두 파트로 갈린 포스터. ‘Get’은 얻는다는 뜻, ‘Out’은 밖으로. 영화를 보고 포스터를 다시 본 순간 든 느낌. 하얀 글씨로 표현되는 백인은 ‘Get!’하려 하고, 까만 글씨로 표현되는 흑인은 ‘Out!’하려 하고?
영화 <겟 아웃>에 대한 이야기다.
<겟 아웃>은 조던 필 감독이 만든 영화다. 조던 필은 코미디언이자 영화감독으로 <키 앤 필>(Key&Peele)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유명한데, 그밖에 이런저런 패러디 영화나 스탠딩 코미디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영화와 관련된 영상에서는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모습으로 나와서 좀 헷갈리실 수도 있는데 아래 영상을 보면 ‘아, 저 사람?!!’ 하실 분들이 많을 것 같다.
그의 코미디 동영상을 보신 분은 이런 코미디를 하는 사람이 <겟 아웃> 같은 영화를 어떻게 찍을 수 있었을까 하신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 사실 조던 필은 자신의 코미디에서도 꾸준하게 인종차별을 다뤄왔던 사람이다.
코미디언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그의 코미디는 미국 사회에서 흑인이라는 자기 위치를 셀프 디스하며 웃음 포인트를 찾는 내용들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영화와 관련된 인터뷰에서는 흑인으로서의 자신이 실제로 느꼈던 공포와 문제들을 영화에 담아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려 했다고 언급하고, 현재 미국은 조금 이상한 백인들의 세상이라는 표현을 했다고 한다.
코미디언이 감독을 했다는 측면에서 영화가 엉성하지 않을까 싶은 선입견이 들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코미디가 어지간한 영화보다 훨씬 더 짜임새 있는 기승전결의 구조를 갖듯 이 영화 역시 곳곳에 다양한 형태의 상징과 스토리의 얼개를 씨줄과 낱줄처럼 엮어놓았다. 영화 중간의 파티 장면에 'Early times' 버번 위스키가 등장하는데 이 위스키도 그 상징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Early times 위스키는 1860년에 켄터키에서 처음 생산된 버번 위스키이다. 다른 위스키들이 그렇듯 초기에는 가내수공업 형태의 작은 증류소였지만, 이 증류소가 인기를 얻어 커지면서 1860년대 당시의 전통적 위스키 제법에 대한 찬사를 바친다는 의미로 Early times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하지 않은 위스키이지만 일본에서는 가장 많이 팔리는 버번 위스키 중 하나이다.
실제로 일본의 위스키 음주 스타일과도 잘 맞는 맛으로, 보통 버번이나 라이로 잘 만드는 올드패션드나 맨하탄 같은 칵테일보다 오히려 하이볼로 만들었을 때 맛이 좋고 스트레이트로 마시면 많이 부드러운 맛이다. 마시기 쉽다고 표현해도 얼추 맞을 것 같다.
증류소 차원에서 사회봉사 활동을 하는 경우가 가끔 있긴 하지만 대부분 알코올중독자 치료 지원(병 주고 약 주고?) 사업인 경우가 많고 규모도 그리 큰 편은 아니다. 하지만 Early times 증류소는 특이하게 미국 군인에 대한 봉사활동을 의욕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증류소이다. 당장 증류소 웹사이트만 방문해봐도 자기들의 제품과 관련된 부분보다 군인에 대한 지원 사업을 훨씬 더 크게 표시하고 있는데 특히 군 제대 후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을 앓고 있는 퇴역 군인들의 치료를 위한 치료견 양성을 지원하며 생활이 어려운 제대 군인들을 위한 다른 활동 역시 의욕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Early time 위스키의 웹사이트를 보다 약간의 이상함을 느꼈다. 혹시나 싶어 다시 한 번 사이트를 찬찬히 찾아봤다. 내가 못 찾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Early times의 웹사이트에서 흑인을 찾을 수 없었다. 사이트 전체에 걸쳐서 군인을 존경하고 지원한다는 내용은 많았는데 그 많은 사진들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우연인지 몰라도 모두 백인이었다.
그래서 조던 필 감독이 백인이 연 가든 파티에 Early times를 가져다놓았나 싶은 생각이 퍼뜩 든 건데 어디까지나 이건 내 생각일 뿐이고 실제로 그런 장치로 감독이 Early times를 배치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레딧(미국의 대형 소셜 커뮤니티 사이트)의 글이나 아래 링크의 기사 같은 글들을 읽다 보면 백인은 버번, 흑인은 꼬냑(특히 헤네시)이라는 스테레오타입이랄지 편견이랄지 그런 것이 존재하며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버번에 인종차별적인 이미지가 일부 있는 것도 사실인 것 같다.
조던 필 감독도 그렇게 말했었지만, 이상한 백인들의 나라가 모든 인종이 모든 면에서 동일하게 대우받는 나라로 변화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당장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 감독 스타일로 이야기하자면 주류 인종이 아니기도 하고. 그래서 난 버번을 좋아하는 애호가 입장에서 흑인들도 버번을 좋아하고 많이 마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또 그럴 수 있는 세상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 상식적으로 Early times 증류소가 진짜로 흑인을 싫어해서 백인 사진만 올렸을 리는 만무하고 단순히 우연이 겹치고 거기에 조금 더 보태보자면 주 고객층이 백인이다 보니 사이트상에 주로 백인 사진만 나왔던 걸 텐데 그런 면에서 보자면 흑인이건 백인이건 술 좋아하는 사람이 맛있는 버번을, Early times를 안 마신다는 건 정말 아쉬운 일이니까 말이다.
다른 영화도 그렇지만 <겟 아웃>은 특히나 내용을 조금이라도 알고 가면 재미가 반감되는 영화이다. 영화 내용을 언급하지 않으려고 나 역시 정말 많이 노력했는데 이왕이면 영화 예고편도, 설명도 절대 보지 마시고 극장에 가시길 권한다. 이왕이면 Early times 하이볼을 마시면서 보면 더 짜릿짜릿할 것 같은 영화인데 극장에선 불가능한 이야기겠지. 그래도 영화를 보면 로튼토마토 점수가 왜 99점인지 이해하실 거라고 생각한다. 천편일률적인 공포영화에서 조금 비켜난 색다른 형태의 공포/스릴러 영화를 보고 싶으시다면 추천드린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예고편, 절대 보지 마시라.
데렉 / 술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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