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고통의 체험이 아닌 통감의 과정
★★★★
감춰진 것들을 하나씩 밝히는 미스터리 구조를 택했지만 사건의 양상과 진실보다 그것이 남긴 파장을 더 중요하게 주목한다. 이 영화를 본다는 건, 종이에 떨어뜨린 물감이 서서히 번져가듯 보는 이로 하여금 인물들의 감정에 서서히 물드는 과정이다. 하지만 그것은 버거운 고통의 체험이라기보다 분명한 통감의 경험이다. 남은 자의 부채감, 절망과 분노를 한 데 안고 여기저기 부딪히는 인물들을 포기하지 않는 카메라의 집요함과 감정을 끝까지 버텨낸 배우들의 앙상블이 만들어낸 값진 결과물. 만만찮은 여운을 남기는 영화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새롭고 단단한 영화의 발견
★★★☆
세 여성 배우의 연기가 이 영화의 빛줄기이자 철근이다. 교통사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배우자, 딸 역할을 맡은 이들은 삼각편대를 이뤄 팽팽한 서사를 이끈다.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배우상을 수상한 염혜란은 절제된 강약 조절 연기를 보여주고, 김시은은 섬세한 감정 연기로 배우의 진가를 드러낸다. 박시후 역시 <벌새>(2019)에 이어 비범한 연기력을 입증한다. 각자가 지닌 고통의 무게를 보여주며 감정에 호소하기보다 인물들의 관계 변화와 진실 밝히기에 무게를 실어 긴장감을 만들어낸 연출도 주효하다. 여성 주연, 여성 캐릭터를 작위적으로 내세우지 않고도 이야기와 주제의 폭을 확장해 마무리하는 감독의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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