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홍상수 감독의 <그 후>가 경쟁부문에 초청돼 한국에서도 만만찮은 화제를 모은 칸 영화제가 막을 내렸다. 수많은 국내 매체들이 <옥자>와 <그 후>의 수상 실패에 대한 기사를 연거푸 쏟아내는 가운데, 정작 주요 수상작들이 어떤 영화인지는 관심에서 다소 멀어진 감이 있다. 씨네플레이가 수상작 7편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정리해봤다.


황금종려상
The Square

루벤 외스틀룬드. 올해 칸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스웨덴 출신 감독의 이름이다.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에서 고개를 갸우뚱할 수 있지만, 2015년 한국에서도 개봉한 <포스 마쥬어: 화이트 베케이션>의 감독이라고 한다면 아~ 하게 될 것이다. 눈사태를 경험한 가족들의 이야기로 남다른 블랙코미디의 재능을 선보였던 외스틀룬드는, 왕정 폐지 후 스웨덴 왕궁에서 공공미술 전시를 맡게 된 큐레이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다시 한번 포복절도할 만한 코미디를 선사한다. <더 스퀘어>는 경쟁부문 리스트가 발표되고 2주 뒤 경쟁작으로 추가 발표된 작품이다. 리스트에 추가로 오른 작품이 황금종려상을 받은 건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체리 향기>(1997) 이후 20년 만의 사례다.


심사위원대상
120 Beats Per Minute

1990년대 초, 전설적인 AIDS 운동단체 '액트업'(ACT UP: AIDS Coalition To Unleash Power)의 활동을 그렸다. 빠르고 감각적인 편집과 아르도 레보티니가 만든 하우스 비트가 맞물려, 당시 액트업 일원들의 생활상을 생생히 구현하고자 했다. 감독 로뱅 캉필로는 (2008년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로랑 캉테의 다큐멘터리 <더 클래스>의 시나리오를 쓴 바 있다. <120BPM> 역시 다큐멘터리를 방불케 하는 밀접한 시선으로 그들의 '사랑' 에 존경을 바친다. AIDS를 다룬 영화인 만큼 죽음에 대한 모티브가 짙게 깔려 있는데, "슬프지만 감상적이지 않다"는 게 중평이다.


감독상
The Beguiled

토마스 P. 컬리넌의 동명소설(이를 원작으로 한 돈 시겔의 영화가 있긴 하지만, 이 영화의 리메이크는 아니라고)을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숲속에서 쓰러져 있는 군인이 여자 기숙학교 일원들에게 구출되고 그가 점점 나아지면서 학교가 술렁이게 된다는 이야기다. 지극히 금욕적인 분위기를 찢고 욕망이 터져 파멸에 이르게 된다는 섹슈얼한 서사가 어떻게 구현됐을지 귀추가 주목됐다. 2006년 <마리 앙투아네트> 이후 경쟁부문에 초청된 소피아 코폴라가 감독상의 주인공이 됐다. 코폴라는 아버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에 이어 2대째 칸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여우주연상
In The Fade

모든 것을 잃은 여자가 있다. 카티아는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복역중인 쿠르드인 누리와 결혼한다. 남편이 성실하게 새 삶을 준비하고 아들도 건강히 성장하던 어느 날, 마을에 폭탄테러가 일어나고 그로 인해 두 사람 죽었다는 걸 알게 된다. 다이앤 크루거가 카티아를 연기했다. 카티아는 그들의 죽음이 남편이 쿠르드인인 것과 관련 있다고 생각하면서 비밀을 파헤치고 복수를 계획한다. <클린>(2004)의 장만옥, <밀양>(2007)의 전도연 등 모성애를 그린 배우들에게 여우주연상을 수여한 칸 영화제는 다시 한번 <인 더 페이드>의 다이앤 크루거에게 주연상을 안겼다. <인 더 페이드>는 할리우드와 프랑스 영화계에서 주로 활약했던 크루거의 첫 독일어 영화다.


남우주연상
You Were Never Really Here

<케빈에 대하여>(2011)를 연출한 린 램지 감독이 6년 만에 내놓는 새 장편영화. 참전용사 출신의 조가 아동성매매의 지옥에서 한 소녀를 구출하는 이야기다. 이 구출 작전이 시간이 흐를수록 수렁 속으로 빠져든다고 하는데, 린 램지 감독 특유의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기괴한 드라마를 떠올려본다면 그 처참한 상황에 대한 상상력은 크게 불어난다. 덥수룩한 수염과 시커먼 복장으로 무장한 호아킨 피닉스의 모습만 봐도 캐릭터에 대한 신뢰는 충분하다. 경쟁부문 가운데 가장 마지막으로 공개된 <유 워 네버 리얼리 히어> 상영 후 호아킨 피닉스가 남우주연상을 탈 거란 예상이 파다했다고. 린 램지와 호아킨 피닉스 모두에게 친숙한 (라디오헤드의 기타리스트) 조니 그린우드가 음악을 맡았다.


심사위원상
Loveless

각자 외도하며 이혼을 준비하던 부부가 말다툼 도중 이 관계가 망가진 건 아들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열두 살 난 아들이 그걸 듣고, 그 길로 그는 사라진다. 베니스 황금사자상을 받은 데뷔작 <리턴>(2003)부터 줄곧 가족이라는 테마에 천착해온 러시아 감독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는 신작 <러블리스>에서도 그 관심을 이어간다. 실종된 아이를 찾아나서는 이 미스터리한 이야기에는 러시아의 현재에 대한 서슬퍼런 시선이 서려 있다고 한다. 첫 상영 이후 줄곧 최고의 평가를 받으면서 황금종려상 유력 후보로 손꼽혔고,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즈비아긴체프는 칸 영화제에 네 번 초청돼 단 한번도 빈손으로 돌아간 적이 없다.


각본상
The Killing of a Sacred Deer /
You Were Never Really Here

각본상은 공동수상이다. 린 램지의 <유 워 네버 리얼 히어>와 더불어, 칸 영화제가 늘 주목하는 그리스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더 킬링 오브 어 세크리드 디어>가 그 영광을 안았다. 외과의사 스티븐의 이상적인 삶이 16살 소년의 등장으로 송두리째 무너지는 과정을 그렸다. '성스러운 사슴의 살해'라는 제목부터 그 분위기가 범상치 않다. <매혹 당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콜린 파렐과 니콜 키드먼이 주연을 맡았다. 전작 <더 랍스터>(2015)에 이어 곤욕스러운 상황에 놓인 사내를 콜린 파렐의 얼굴로 목격할 수 있다. 키드먼은 올해 칸 영화제에 총 네 작품이나 초청됐지만, '70주년상'을 받는 데에 만족해야 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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