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셰프로 일하고 있는 케이트(케서린 제타 존스 분)는 꼼꼼하고 일밖에 모르는 완벽주의자입니다. 주방 작업이라는 게 서로 간의 절묘한 호흡과 타이밍으로 이뤄지기 마련인데, 케이트는 모든 요리를 자신이 직접 마무리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녀가 지나갈 때면 찬바람이 쌩쌩 불고 차가운 그녀의 권위에 기가 눌린 후배들도 많아 보이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이런 성격이니 당연히 주변에 가까운 사람이 있을 리 없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성격적인 결함이 있는 듯 보여도 본인은 고독한 일상을 혼자만의 평온함으로 느끼며 지내죠. 그녀에게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 찾아오기 전까지 말입니다.

그녀의 삶에 변화가 생긴 건 언니가 교통사고로 죽고 어린 조카를 맡게 되면서부터입니다. 케이트는 돌봐줄 사람이 없는 조카 조이(아비게일 브레슬린 분)와 함께 살기 시작하죠. 그런데 누군가의 감정을 읽어 본 적이 없는 케이트는 엄마를 잃고 상처받은 조카에게 다가가는 게 어렵기만 합니다. 너무 오랫동안 혼자 살아왔고 그동안 일 외에는 정서적인 교감을 나눌 상대가 없었거든요. 자신의 특기인 요리 실력을 살려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맛볼 법한 근사한 요리를 해줘도 조이는 도통 먹지를 않습니다.

결국 케이트는 평소 찾던 심리 전문가에게 상담을 요청합니다. 그때 상담가는 그녀에게 말합니다. 조이는 엄마가 해주는 요리를 원하는 거라고요. 하지만 케이트는 혼란스럽습니다. 언니는 요리를 자주 하지 않았고 시판 제품으로 끼니를 때우곤 했으니까요. 하지만 자신은 정말 맛있는 요리를 해주고 있는데 뭐가 문제일까요?

돌봐야 할 어린 조카가 생긴 것만으로도 힘든데, 케이트에게 문제가 하나 더 생깁니다. 언니의 사고로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고용된 부주방장 닉(아론 에크하트 분) 때문이죠. 케이트와 정반대의 성격인 그는 모든 직원들과 친하게 지내고, 낭만적인 성격을 타고나 요리를 하면서도 시도 때도 없이 오페라를 부릅니다. 케이트가 세운 엄격한 규율에 따라 돌아가던 주방의 분위기도 달라졌습니다. 주방 사람들은 이제 서로 웃으며 얘기를 나누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일합니다.

이런 분위기를 만든 닉에게 불만이 쌓인 그녀는 그를 당장이라도 해고하고 싶지만 사장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은 그를 따르고 좋아하니 그저 참을 수밖에요. 게다가 닉이 이 레스토랑에 지원한 이유가 케이트에게 요리를 배우고 싶어서라고 하니 미워하기만 할 수도 없습니다. 일단 그의 방식에 조금씩 적응해보기로 합니다.

잘 풀리지 않던 관계는 부주방장 닉이 조이를 만나면서부터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유모를 찾지 못해 결국 조이를 데리고 레스토랑으로 출근한 날. 닉이 조이에게 먼저 다가가 친근하게 말을 건네고 직접 토마토 파스타를 만들어주는 모습을 보게 된 거죠. 어디 그뿐인가요? 그동안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했던 조이가 닉 앞에서는 아주 맛있게 파스타 한 접시를 싹 비웁니다. 조카가 음식을 먹지 않아서 걱정만 쌓여가던 그녀에게 이보다 고마운 일은 없습니다. 케이트는 이 사건으로 닉에게 호감을 갖게 되고 이후 셋은 자주 만나며 친분을 쌓아갑니다.

어쩌면 어린 조이가 원했던 건 세련되거나 화려한 요리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재료를 뭘 썼건, 어떤 과정으로 만들었건 아이가 원하는 것은 그저 엄마의 애정과 사랑이 담긴 집밥일 테니까요. 케이트의 음식은 근사하긴 하지만, 엄마의 음식은 아니었을 겁니다. 오히려 할머니의 레시피로 만들었다는 닉의 파스타가 어린 조이의 마음을 달래줬겠죠. 타인을 믿지 않고 모든 걸 자신의 규칙에 맞춰야 하는 케이트와 엄마를 잃고 마음에 생채기를 얻은 조이. 두 사람의 마음은 닉의 요리로 인해 위안을 얻습니다.
 
영화의 배경이 고급 레스토랑이다 보니 트뤼플, 랍스터, 스테이크 같은 근사한 메뉴가 자주 등장하지만 영화는 오히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파스타, 피자, 팬케이크 같은 소소한 요리들에 더 애정을 갖고 보여줍니다. 일상은 우리가 매일 만나는 평범한 요리들로 채워져 있으니까요.

사랑의 레시피

감독 스콧 힉스

출연 캐서린 제타 존스, 아론 에크하트, 아비게일 브레스린, 패트리시아 클락슨

개봉 2007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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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메뉴 따라 하기

차갑고 도도한 주방장 캐서린과 따뜻하고 쾌활한 부주방장 닉. 너무 달라 보이지만 서로에게 완벽한 보완재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들이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는 순간,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건 티라미수입니다. 이탈리아 디저트인 티라미수(tiramisu)는 이탈리아어로 잡아당기다라는 뜻의 티라레(tirare)’와 를 뜻하는 (mi)’, ‘를 뜻하는 (su)가 합쳐진 말입니다. 나를 위로 잡아당기는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는 디저트란 뜻이죠. 이유는 달콤한 디저트라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기도 하고, 초콜릿과 에스프레소를 넣어 만든 터라 카페인이 들어가 약간 흥분이 되기 때문이라고도 하죠. 어느 쪽이든 사랑하는 사람과 나눠 먹기엔 더없이 좋은 디저트입니다.


티라미수

▶재료
마스카포네 치즈 (혹은 크림치즈) 175g 설탕 35g 레몬즙 1큰술, 마르살라 와인 40g 생크림 180g
에스프레소 시럽- 50g 설탕 50g 에스프레소 2,
레이디 핑거 10(혹은 시판 카스텔라), 코코아파우더 적당량
 
▶만드는 법
1. 볼에 마스카포네 치즈를 부드럽게 푼 뒤, 설탕- 레몬즙- 마르살라 와인 순으로 섞는다.
2. 생크림은 거품기를 이용해 약간 단단하게 휘핑한 뒤, 1에 두 번에 나눠 섞는다.
3. 에스프레소 시럽 : 물은 뜨겁게 데운 뒤 설탕을 넣어 완전히 녹이고 에스프레소를 섞어서 준비한다.
4. 티라미수를 굳힐 그릇에 레이디핑거를 깔고 그 위에 에스프레소 시럽을 듬뿍 묻힌다.
5. 그 위에 크림을 얹은 뒤, 레이디핑거- 시럽- 크림 순으로 한 번 더 쌓고 코코아파우더를 뿌려 냉장고에 서너 시간 굳힌다.
 
TIP. 이탈리아 디저트인 티라미수에는 마스카포네 치즈, 마르살라 와인, 레이디핑거 세 가지가 기본으로 들어가지만 구하기 힘들 경우 마스카포네 치즈는 크림치즈로, 레이디핑거는 카스텔라로 대체 가능하고 마르살라 와인은 생략 가능하다.
 


파란달 / 요리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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