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

<꾼>이 무려 3주째 극장가 정상을 지키고 있습니다. 희대의 사기꾼을 잡기 위해 뭉친 사기꾼들, ‘사기꾼 잡는 사기꾼’들의 예측불허 팀플레이를 다룬 작품입니다. 한줄 설명만 봐도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드네요. 각자의 롤이 분명한 범죄자들이 뭉쳐,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뒤통수치기 파티(...)를 벌이는 영화들! 우리가 주로 ‘하이스트 무비’(Heist movie) 혹은 ‘케이퍼 무비’(Caper movie)라 부르는 장르의 영화들입니다.

감독 장창원

출연 현빈, 유지태, 배성우, 박성웅, 나나, 안세하

개봉 2017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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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스트 무비’란?
<꾼>

하이스트 무비는 범죄 영화의 하위 장르입니다. 'Heist'는 강도, 강탈 행위를 뜻하는 단어죠. 보통 아래의 공식을 따르는 영화를 '하이스트 무비'라고 부릅니다.

1단계, 범죄를 위한 공모자들이 모이고, 계획을 세웁니다.
특정 분야에 뛰어난 범죄자들이 함께 대형 범죄를 모의합니다. 도둑질할 물건과 그 위치, 시설의 경보 시스템은 어떻게 가동되며 그것을 어떻게 무너뜨릴 것인지에 대한 전체적인 레이아웃을 짜는 과정이 묘사됩니다.

2단계, 범죄를 실행합니다.
아슬아슬 범죄 과정이 촘촘히 묘사됩니다. 리듬감 있는 전개 또한 하이스트 무비만의 묘미죠. 예상치 못한 변수가 일어날 수도 있지만, 영화 속 대부분의 범죄는 성공합니다.

3단계, 범죄 이후의 상황을 다룹니다.
러닝타임이 막바지에 이를 때까지, 범죄에 가담한 인물들의 희비를 알 수 없는 것이 하이스트 무비만의 매력이죠. 캐릭터들이 서로 대립한다든지, 누군가가 배신해 외부와 협력을 맺는다든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반전의 반전의 반전이 이어집니다.

<도둑들>

자연스레 몇몇 영화들이 떠오르시죠? 국내에서 가장 사랑받은 하이스트 무비는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2012)입니다. 2012년 여름을 꽉 잡으며 천만 관객 돌파에 성공했습니다. 올해에도 여러 하이스트 무비가 국내 극장가를 찾았습니다. 3월 개봉한 <원라인>(2017), 앞서 소개한 <꾼>(2017), 외화론 <베이비 드라이버>(2017)까지! 모두 쫀득쫀득한 범죄를 담아낸 하이스트 무비였죠.


‘하이스트 무비’의
시초를 알아보자
<라플스>, <아웃사이드 더 로우>

보석 도둑으로 사는 영국 신사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라플스>를 비롯해 <아웃사이드 더 로우>, <나노치카> 등이 1930년대의 ‘하이스트 무비’로 손꼽히는 작품들입니다. 그 이전엔 금고털이범을 주인공으로 한 1915년작 무성영화 <가명 지미 발렌타인>이 있었고요. 이 시기엔 이 영화들을 ‘하이스트 무비’라는 장르로 따로 분류하진 않았습니다. 이 장르가 조금 더 또렷하게 자신만의 색을 찾게 된 건 1950년대부터죠. 그 시작은 존 휴스턴 감독의 <아스팔트 정글>(1950)이 알렸습니다. 한 분야에서 특출난 범죄자들이 모여 ‘한탕’을 성공하려는 이야기. ‘하이스트 무비’ 장르만의 공식적인 ‘틀’이 갖춰진 첫 영화죠. 이후 줄스 다신 감독의 <리피피>(1955),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킬링>(1956) 등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걸작들이 쏟아지면서 ‘하이스트 무비’가 영화계의 중요한 장르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아스팔트 정글>
<킬링>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면, 이 시절의 하이스트 무비는 지금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하이스트 무비와는 완전히 다른 색채를 지니고 있었다는 점이죠. 범죄 성공으로 인생역전 통쾌함을 선사하는 현 하이스트 무비의 결말과는 다르게, 1950년대 하이스트 무비 속 주인공들은 아슬아슬 인생을 바꿀 한탕에 성공하지만 언젠가! 결국엔! 예기치 못한 불운을 맞곤 했습니다. 1950년대를 꽉 잡고 있었던 ‘필름 누아르’ 장르(어두운 분위기의 범죄/스릴러물들을 일컫는 장르)의 영향 때문이었죠. ‘범죄자들을 미화해서는 안 된다’는 할리우드의 검열 원칙이 있기도 했습니다.

<매드 매드 대소동>
<갬빗>, <오션스 일레븐>

하이스트 무비가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되기 시작한 건 1960년대부터입니다. 주립 공원에 묻힌 현금을 찾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 <매드 매드 대소동>(1963)은 가벼운 코미디를 섞은 하이스트 무비였고요, 셜리 맥클레인과 마이클 케인이 주연을 맡은 <갬빗>(1966)은 로맨스를 녹여낸 하이스트 무비였죠. <오션스 일레븐>(1960)은 톱스타들로 무장한 호화 캐스팅을 앞세운 하이스트 무비였습니다. 캐릭터들 또한 '한탕' 성공한 덕에 잘 먹고 잘 사는 낭만적인 결말을 맞기 시작했죠.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반전 또한 하이스트 무비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잡았습니다. <이탈리안 잡>(1969), <스팅>(1973), <저수지의 개들>(1992) 등 개성 강한 영화들이 쏟아지며 점차 하이스트 무비의 범주가 넓어지기 시작했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하이스트 무비'일까?
<인셉션>, <나우 유 씨 미>,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하이스트 무비'로 봐야 하는 걸까요? 시간이 지나면서 하이스트 무비엔 보다 다양한 소재와 장르가 접목되기 시작했습니다. 보다 더 업그레이드된 플롯을 장착했음은 물론이죠. 타인의 꿈을 훔쳐 목표를 달성하려는 인물들의 이야기 <인셉션>은 SF 장르를 접목한 하이스트 무비입니다. 무수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던 이 작품의 스토리는 하이스트 무비계의 혁신으로 남기에 충분했죠. <나우 유 씨 미> 시리즈는 인물들의 범죄 행각에 마술을,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첩보물 특유의 스펙터클을 접목한 하이스트 무비입니다. 화려한 팀플레이 자랑하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카 액션으로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하이스트 무비죠.

<배드 지니어스>

최근 개봉한 <배드 지니어스> 역시 하이스트 무비로 분류됩니다. 하이스트 무비 장르를 태국 고등학교의 한 시험 현장에 접목시킨 셈이죠. <배드 지니어스>는 '커닝'이라는 소재를 선택했습니다. 그간 볼 수 없었던 소재로 색다름을 어필한 건 물론, 러닝타임 내내 심장 졸이게 만드는 쫀쫀함까지 200% 훌륭한 작품이었죠!


놓쳐선 안 될
하이스트 무비들
<유주얼 서스펙트>(1995)
<히트>(1995)
<셋 잇 오프>(1996)
<보틀 로켓>(1996)

'하이스트 무비'에 대해 알아봤으니, 이 장르의 명작들도 놓칠 수 없습니다. <인디와이어>, <테이스트 오브 시네마> 등의 해외 매체에서 여러 번 언급되었던 베스트 하이스트 무비들을 간략히 소개합니다. 시네필 필람작 <유주얼 서스펙트>(1995), 알 파치노, 로버트 드 니로 주연의 <히트>(1995)는 하이스트 무비 장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들입니다. 여성 캐릭터들의 활약으로 주목받았던 <셋 잇 오프>(1996), 웨스 앤더슨 감독의 감각이 살아있는 <바틀 로켓>(1996)도 '베스트 하이스트 무비'에 늘 언급되는 영화들이죠.

<오션스 일레븐>
<인사이드 맨>
<뱅크 잡>
<타운>

21세기 하이스트 무비를 대표하는 작품은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연출한 <오션스 일레븐>(2001)입니다. 앞서 소개한 1960년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죠. 원작처럼 화려한 캐스팅으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덴젤 워싱턴, 클라이브 오웬, 조디 포스터 등이 출연하는 <인사이드 맨>(2006)은 해외 매체들이 사랑하는 하이스트 무비입니다. 영리한 각본과 선명한 캐릭터, 그들을 둘러싼 월스트리트란 배경을 통해 미국의 현대성까지 투시한 작품이었죠. 그 외 가이 리치 감독의 리듬감 있는 연출이 돋보이는 <스내치>(2001), 은행을 터는 데 성공했으나 더 큰 범죄에 휘말리게 된 인물들을 조명한 <뱅크 잡>(2008), 벤 애플렉이 연출, 각본, 주연을 맡은 <타운>(2011) 등이 하이스트 무비 장르의 명작으로 손꼽힙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유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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