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떠돌다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10년 만에 고향인 부르고뉴로 돌아온 장(피오 마르마이). 그를 맞이하는 건 고향에 남아 있던 여동생 줄리엣(아나 지라르도) 막내 남동생 제레미(프랑수와 시빌)입니다. 아버지가 위독하신 동안 줄리엣은 아버지를 대신해 농장을 운영하고 있었고, 제레미는 그 사이 결혼해 부잣집 처가살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동생들의 삶이 변하는 동안 장의 삶에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결혼을 했고 아이가 생겼고 자신의 농장을 운영하느라 대출 빚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무작정 집을 떠난 그의 앞엔 여러 인생의 고비가 기다리고 있었고 그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죠. 아버지의 상태만 확인하고 가려던 장은 동생들과 하루하루를 보내며 고향인 부르고뉴에서 예정보다 더 긴 시간을 머물게 됩니다.

이 영화는 프랑스판 <리틀 포레스트> 같습니다. 상처를 받은 주인공이 고향으로 돌아가 힐링을 한다는 게 그렇죠. 영화는 플래시백으로 주인공의 어린 시절을 자주 보여줍니다. 지금의 아버지는 늙고 병들어 의식을 잃고 병원에 누워있지만, 한때 젊고 건강했던 모습은 현재의 장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아버지의 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자식들이 말하는 아빠(혹은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라는 영원한 라임은 이 영화에서도 반복되지만, 감독은 장을 통해 그들(부모님) 역시 생의 풍파에 변할 수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하는 듯합니다.

이 영화의 백미는 부르고뉴의 포도밭과 와인이 제조되는 과정입니다. 포도밭의 사계는 자연의 힘을 느끼게 하고 실제로 와인이 완성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 또한 즐겁습니다. 배경인 부르고뉴는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주인공이죠. 와인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보르도 와인부르고뉴 와인은 한 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부르고뉴는 전 세계 와인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기도 합니다. 부르고뉴는 와인뿐만 아니라 가히 프랑스 요리의 정점이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수산물 쪽은 약하지만 풍부한 과실과 육류를 바탕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어지간한 프랑스 요리들의 고향이기도 하죠. 꼬꼬뱅, 뵈프 부르기뇽, 에스카르고 등, 와인 생산지답게 와인과 잘 맞는 음식들도 많습니다

포르주 거리의 프랑소와 뤼드 광장

예전에 부르고뉴의 주도인 디종(Dijon)에 간 적이 있었는데, 상점마다 개성 넘치는 소규모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와인들이 가득했습니다.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뭘 골라야 할지 모를 지경이었죠. 이 도시에서 가장 번화한 곳인 포르주 거리의 프랑소와 뤼드 광장에서는 인상적인 조각상도 볼 수 있었는데요, 한가운데 있는 분수대를 유심히 보면 조각상(나르제상) 포도를 밟아 으깨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곳이 포도와 와인의 산지임을 보여주는 것이죠. 결국 디종을 떠나기 전 고민 끝에 부르고뉴 레드 와인의 명성에 걸맞은 피노누아(Pinot Noir)를 구입했습니다. 피노누아는 우아하고 섬세한 레드와인을 만드는 포도 품종이죠. 재배하기도 까다롭고 잘 자라는 것도 아니지만 그 독특한 맛은 사람들을 매혹시키기 충분합니다. 와인에 관한 또 다른 영화인 <사이드웨이>를 보면 주인공이 자신을 피노누아에 비교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합니다.

아버지의 유산인 부르고뉴 포도밭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은 세 남매는 각자의 상황에 따라 갈등을 겪지만 이들이 공유하는 추억의 힘은 그들을 단단히 결속시킵니다.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은 <Back to Burgundy>이고 프랑스 원제목은 <Ce qui nous lie>인데, 원제목이 영화의 내용을 더 잘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우리를 연결하는 것(Ce qui nous lie)’. 그것이 있어서 세 남매는 포도밭을 지켜낼 수 있었으니까요.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

감독 세드릭 클라피쉬

출연 피오 마르마이, 아나 지라르도, 프랑수아 시빌

개봉 2017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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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메뉴 따라 하기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와인이 마시고 싶어집니다. 부르고뉴산 와인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꼭 부르고뉴 와인이 아니더라도 영화를 보기 전에 와인 한 병쯤은 꼭 준비해두세요. 영화를 보는 내내 와인향에 흠뻑 취해서 분명히 찾게 될 테니까요.

와인을 마시면서 곁들이기 좋은 메뉴를 하나 소개합니다. 바로 연근칩인데요, 연근은 피로회복에도 좋은 약용 음식입니다. 얇게 썰어 튀기면 바삭바삭한 식감도 좋고 맛도 좋아서 술안주로 딱입니다.


연근칩

재료
연근 한 토막 (10cm), 소금 1/2작은술, 식초 약간, 포도씨유(식물성 오일) 적당량

만들기
1. 연근은 껍질을 벗긴 뒤, 둥글고 얇고 썰어서 준비한다.
2. 차가운 물에 식초를 약간 떨어뜨리고 썰어놓은 연근을 담가두었다가
3. 키친타월을 이용해 물기를 제거해서 준비한다.
4. 튀김 냄비에 포도씨유를 붓고 170-180도로 가열한 뒤 준비한 연근을 갈색이 되도록 튀긴다.
5. 튀긴 연근에 소금을 솔솔 뿌려서 완성한다.


파란달 / 요리 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