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미(전종서)가 실종된다. 종수(유아인)는 해미의 행적을 추적해나간다. <버닝>은 단순한 서사 구조를 지녔다. 간단한 스토리를 ‘미스터리’하게 부풀린 건 바로 이 영화의 이미지다. 얽히고설킨 인물들 사이에 자란 무력감, 분노, 그를 둘러싼 기묘한 아우라까지 날 것 그대로 스크린 안에 담겼다. <버닝>의 촬영에 찬사가 쏟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 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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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창동
출연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
개봉 2018 한국
유령
1999
한국 최초 잠수함 영화 <유령>은 홍경표의 카메라에서 탄생했다. 홍경표 촬영감독은 <유령>을 촬영하며 국내 처음으로 수중촬영을 하지 않고 수중 장면을 만들어내는 ‘드라이 포 웨트(Dry For Wet)’ 기법에 도전했다. 400평이 넘는 세트에 스모그를 가득 채우고, 스모그의 농도와 조명을 통해 잠수함 미니어처를 진짜 잠수함으로 보이게 촬영하는 기법. 수많은 실패 끝에 시대를 앞선 리얼한 잠수함 전투 신을 구현해낼 수 있었다. 여태까지도 <유령>은 한국 영화 촬영 기술에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손꼽힌다.
-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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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민병천
출연 최민수, 정우성, 윤주상
개봉 1999 대한민국
<반칙왕>의 명장면은 영화 후반부를 장식하는 대호(송강호)와 유비호(김수로)의 경기 장면이다. 한 시퀀스에 사용된 다양한 촬영 기법이 사각 링 안의 혈투를 더욱 사실적으로 만들었다. 배우들의 얼굴을 가까이 담은 장면에선 펄떡이는 감정선이, 사각 링 전체를 담은 장면에선 액션이 주는 쫀득함이 살아 숨 쉰다. 현장감을 더하는 핸드헬드 촬영은 덤. <반칙왕>은 한국 영화 최초로 초고속 카메라 촬영을 도입한 영화이기도 하다. 역동적인 장면 한가운데 삽입된 슬로우 모션 액션이 <반칙왕> 특유의 리듬감을 탄생시켰다.
- 반칙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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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지운
출연 송강호, 장진영
개봉 2000 대한민국
M
2007
영화 <M>은 이미지의 향연이다. 현실과 환상 속에서 혼동하는 민우(강동원)의 들쑥날쑥한 심리를 화면 속 극명한 빛과 어둠의 대조로 담아냈다. 끝없이 쫓고 쫓기는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한 공간은 도시의 뒷골목이다. 이곳에선 빛과 어둠의 역할이 뒤바뀐다. 컴컴한 어둠 속에서 홀연히 등장했다 사라지는 인물들. 홍경표 촬영감독은 실루엣만으로도 인물의 상태를 설명하는 데 성공한다. 이곳이 현실인지 환상인지 구분하기 어렵게 만든 조명의 활용이 빛나는 장면이다.
-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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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명세
출연 강동원, 이연희, 공효진
개봉 2007 대한민국
마더
2009
글로 풀면 시시해지는 장면이 있다. <마더>의 엔딩이 그렇다. <마더>는 마더(김혜자)의 춤으로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영화다. 너른 갈대밭에서 카메라를 직시하며 춤을 추던 마더의 모습으로 시작된 영화는 관광버스 안에서 의식을 치르듯 춤을 추는 ‘마더들’의 모습으로 막을 내린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압축시킨 이미지. 일몰을 배경으로 춤을 추는 이들의 모습은 어떤 의식을 치르는 듯 신성해 보인다. 버스의 흔들림마저 모성애와 광기 사이에서 흔들리는 마더의 감정선을 표현하는 듯하다. 완벽한 시간과 공간이 만나 최대의 시너지를 일궈낸 장면.
- 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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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봉준호
출연 김혜자, 원빈
개봉 2009 대한민국
설국열차
2013
<설국열차>는 세트장을 달리는 열차로 둔갑시켜야 했던 영화다. 홍경표 촬영감독은 세트의 창문마다 조명을 설치하고, 그를 껐다 켰다 반복하며 열차가 달리는 장면을 만들어냈다. 배우들과 촬영팀의 노고가 묻어난 <설국열차>의 명장면은 횃불 전투 신이다. 열차가 터널에 진입하며 암흑이 스크린을 덮친다. 야간투시경이 없는 꼬리 칸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진압군에게 죽어나가는 일 뿐. 순간 횃불이 등장하며 상황이 완전히 역전된다. <설국열차>의 횃불 전투신에선 최소한의 인위적인 조명도 사용되지 않았다. 배우들은 실제 횃불을 휘두르며 촬영에 임했다. 홍경표 촬영감독은 “캄캄한 장면에서 횃불로 이어지는 원시적인 대조를 살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횃불을 휘두를 때마다 흐드러지는 불꽃이 이들의 액션에 아름다움을 더한다.
- 설국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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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봉준호
출연 크리스 에반스, 송강호, 에드 해리스, 존 허트, 틸다 스윈튼, 제이미 벨, 옥타비아 스펜서, 이완 브렘너, 알리슨 필, 고아성
개봉 2013 대한민국
해무
2014
<해무>는 ‘제7호 태창호 사건’(태창호를 타고 국내로 밀입국을 시도한 중국인, 조선족 60명 중 25명이 질식사하자 선원들이 그들의 시신을 바다에 던져버린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홍경표 촬영감독의 카메라는 배를 가득 메운 시체들을 비추기보단 전진호의 분위기를 담아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밀폐된 공간을 둘러싼 짙푸른 안개, 도끼를 들고 서성이는 이들의 실루엣과 배 한가운데서 일렁이는 벌건 불빛. 이 풍경만으로도 <해무>가 지닌 기묘한 참혹함이 느껴진다.
- 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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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심성보
출연 김윤석, 박유천, 한예리, 이희준, 문성근, 김상호, 유승목
개봉 2014 대한민국
곡성
2016
<곡성>은 스크린을 뚫고 나오는 음산함이 백미인 영화다. <곡성> 특유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엔 공간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을씨년스러운 외지인의 폐가, 러닝타임이 지날수록 섬뜩해지는 종구(곽도원)의 집, 외지인과 무명(천우희)이 조우하는 폭포수… 실제로 홍경표 촬영감독은 촬영 당시 카메라에 담을 귀기(鬼氣) 서린 곳을 찾아다녔다. 덕분에 배우들의 연기뿐만 아니라 공간마저도 관객들을 압도시킬 수 있었다. 영화 개봉 후 인터뷰에서 홍경표 촬영감독은 <곡성>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영화 후반부를 장식하는 새벽 장면을 꼽았다. 걷잡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후의 쓸쓸함과 허무함, 묘한 정서가 푸르스름한 새벽빛과 잘 어우러졌다는 게 그 이유. 가장 좋은 빛이 드는 순간, 그 찰나를 담아내야 했던 새벽 촬영의 노고가 살린 명장면이다.
- 곡성(哭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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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나홍진
출연 곽도원, 황정민, 쿠니무라 준, 천우희, 김환희
개봉 2016 대한민국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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