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기록. 슈퍼히어로 코믹스를 기반으로 한 영화가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 이후 슈퍼히어로 영화의 지형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케빈 파이기가 이끄는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는 그 위상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마침내 슈퍼히어로 영화는 황금사자상 수상으로 예술로 인정받았다. 이 영광의 주인공은 호아킨 피닉스 주연, 토드 필립스 연출의 <조커>다. 베니스영화제의 수상으로 <조커>에 대한 기대치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10월 2일 개봉을 앞둔 시점에서 몇 가지 주목할 점을 짚어봤다.
1. 호평 대 혹평
<조커>는 이른바 호불호(好不好)가 갈리는 영화라고 알려졌다. 주목할 점이 있다. 평단의 이런 흐름이 일반적인 양상과 달라 보인다. <조커>에 대한 호오(好惡)는 영화 자체의 완성도에 기반한 것이 아닌 것 같다. 9월 18일 현재 로튼토마토에서 <조커>는 77%의 신선도 지수를 기록하고 있다.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낮은 점수라고 볼 수 있다. 이 낮은 지표를 만든 사람들은 주로 미국의 평론가들이다. 그들이 점수를 끌어내렸다. 이들이 <조커>를 낮게 평가한 이유는 “위험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는 평가를 보류하기도 했다. 이런 판단은 미국의 특수성과 연관이 있다. <조커>가 또 다른 총기난사사건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듯하다. 실제로 2012년 미국 콜로라도 극장 총기난사건은 <다크 나이트 라이즈> 상영 중 일어났고 범인은 자신을 조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미국의 일부 평론가들은 <조커>를 보며 현 미국의 정치적 상황을 염두에 둔 평가를 내린다. 조커 캐릭터를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 소외된 백인 남성과 비슷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참고로 알렉 볼드윈이 조커와 대립하는 토마스 웨인 역에 캐스팅됐다가 하루만에 자진 하차했다. 토마스 웨인이 트럼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캐릭터라는 게 이유였다. 볼드윈은 유명한 민주당 지지자다.
2. 히스 레저의 이후의 조커
<조커>의 베니스영화제 수상 이전, 이 영화가 화제가 됐던 건 단연 호아킨 피닉스 때문이었다. <조커>의 메인 예고편이 공개된 이후 아니 티저 예고편이 공개된 이후 그 파급력이 한층 커졌다. 메인 예고편 영상 초반에 기괴하고 날카로운 웃음소리를 내던 호아킨 피닉스가 웃음을 뚝 끊었을 때의 섬뜩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조커처럼 감정에 문제가 있는 사람일 테다. 이걸 가능하게 하는 배우가 호아킨 피닉스다. 그는 한마디로 연기파 배우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간략하게 살펴보자. 폴 토마스 앤더슨의 <마스터>를 가장 먼저 언급해야 할 것이다. 호아킨 피닉스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역시 폴 토마스 앤더슨이 연출한 <인히어런트 바이스>도 주목할 영화다.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너는 여기에 없었다>도 빼놓을 수 없다. 현재 그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 가운데 한 명이다. 그리고 결정적인 한 가지. 우리가 기억하는 가장 강렬한 조커. 히스 레저가 <다크나이트>에서 보여준 그 광기를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가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많은 이들은 지금 호아킨 피닉스를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의 강력한 후보로 점치고 있다.
3. <조커>에게 영향을 준 영화들
<조커>를 본 사람들은 이 영화에 영향을 준 작품을 언급한다. 특히 <택시 드라이버>와 <코미디의 왕>이 자주 입에 오른다. 영국의 ‘가디언’은 “<조커>는 1988 발간된 그래픽 노블 <배트맨: 킬링 조크>에서 비롯됐지만 진짜 영향을 받은 건 마틴 스콜세지의 걸작 <택시 드라이버>와 <코미디의 왕>”이라고 보도했다. 그들의 점수는 별 다섯 개, 만점이었다. 공교롭게도 <택시 드라이버>와 <코미디의 왕>, 두 영화 모두 마틴 스콜세지가 연출했으며 <조커>에 출연한 로버트 드 니로 주연의 영화라는 점이 눈에 띈다. 특히 로버트 드 니로는 <코미디의 왕>에서 과대망상증에 걸린 코미디언 지망생 루퍼트 펍킨을 연기한 바 있다. 펍킨은 거물 코미디언 제리 랭포드(제리 랭포드)에 접근하고 그가 ‘한번 연락하라’고 한 한마디로 과대망상에 빠진다. 로버트 드 니로는 <조커>에서 제리 랭포드의 역할과 유사한 머레이 프랭클린 역으로 출연한다. 그는 코미디 TV쇼의 사회자다. 물론 호아킨 피닉스의 아세 플렉/조커는 과거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한 펍킨에 해당할 것이다. <조커>의 예고편에서 (조커가 되기 전인) 아서 플렉이 프랭클린에게 자신을 조커라고 소개해달라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4. <조커> 이후의 DC 영화
<조커>의 토드 필립스 감독은 “로버트 패틴슨이 출연하는 <더 배트맨>과의 크로스오버의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조커>는 애초부터 DC 확장 유니버스에 속한 작품도 아니다. 슈퍼히어로 영화 최초로 유력 영화제를 통해 작품성을 인정받은 <조커> 이후 워너브러더스는 어떤 플랜을 가지고 있을까.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는 다시 볼 수 없는 것일까. <조커>가 공개되기도 전이지만 몇 가지 단서는 존재한다. 토드 필립스는 <조커>의 감독직을 수행하면서 R등급을 고집했고 워너브러더스의 경영진을 설득했다. 이를 관철시키면서 그는 DC 확장 유니버스와 완전히 분리된 DC 블랙 레이블(DC Black label)을 제안했다고 한다. 이 프랜차이즈는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MCU와는 다른 방식이다. 감독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단독 영화들을 시리즈로 만드는 방식이다. <조커>의 흥행 성공여부에 따라 DC 블랙 레이블의 실제 실행 여부가 결정될 듯하다. 참고로 DC코믹스는 2018년 9월 19일 <배트맨: 데임드>를 시작으로 블랙 라벨이라는 한정판 코믹스를 출간하고 있다.
<조커>는 화제작이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몸무게 23kg을 감량했다는 호아킨 피닉스의 열연은 영화를 보지 않고도 알 수 있는 당연한 것처럼 느껴진다. 반전은 막장 코미디 <행오버> 시리즈를 연출한 토드 필립스 감독이 <조커>를 훌륭하게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평단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히스 레저의 친구였던 호아킨 피닉스는 마블의 닥터 스트레인지 캐릭터를 거절하고 조커를 선택했다. 그의 선택은 옳았을까.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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