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이 발렌타인데이였죠? 뭐 제 주위의 싱글 친구나 후배들은 하나같이 개구리얼굴로 발렌타인은 위스키임. 하여간 위스키임을 되뇌고 있었지만... 뭐 부인한다고 발렌타인데이가 없어지는 건 아니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엔 <발렌타인 데이>란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딱 이런 얼굴로 말이죠...ㅎ

<발런타인 데이>는 2010년 영화입니다. 제시카 알바, 애쉬튼 커쳐에 테일러 스위프트까지, 그야말로 초호화 캐스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사실 발렌타인데이에 주고받는 초콜릿처럼 사랑이 마냥 달콤하면 좋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죠. 이 영화에서도 이런저런 여러 사람이 등장하면서 그 여러 사람들이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묘사해냅니다. 주인공은 아마도 리드 베넷(애쉬튼 커쳐 분)이겠지만 여타 영화처럼 주인공의 비중이 큰 편은 아니고요. 여러 등장인물들이 마치 톱니바퀴처럼 연결되어가면서 영화가 진행됩니다

대강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네요. 꽃집 주인인 베넷이 동거하는 애인 몰리(제시카 알바)에게 발렌타인데이를 맞아 프러포즈를 하고 몰리는 그 프러포즈를 받아들입니다. 베넷은 창밖을 향해 "She said YESSSSSSSSSS!!!!"라고 크게 소리치죠.

She said YESSSSSSSSSS!!!!!

베넷의 친한 여사친인 줄리아도 베넷을 크게 축하해주고 기분이 더욱 좋아진 베넷은 줄리아에게 그녀가 사귀고 있는 이혼남 의사의 집을 찾아가 깜짝 쇼를 해 보라고 조언해줍니다. 어쨌든 발렌타인데이니까요. 그러나 깜짝 쇼를 하러 간 그곳에서 그 이혼남은 이혼남이 아니라 유부남이었던 걸 알게 되고 그녀는 운동선수 매니지먼트 직원인 친구 카라 등과 반 발렌타인 연대 파티를 하며 울분을 토합니다.

그밖에 스포츠 전문기자, 그렇고 그런 아르바이트를 하는 비서, 여군 장교, 노부부, 베이비시터 학생 등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발렌타인데이 하루 동안 기쁘고 슬프고 화나고 즐거운 사랑 이야기를 만들어갑니다. , 마지막엔 작은 반전도 하나 숨어있군요

게리 마샬

이 영화의 감독은 게리 마샬인데요. 이 분이 만든 영화 리스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프리티 우먼>, <두 여인>, <런어웨이 브라이드>, <프린세스 다이어리>, <그들만의 리그등이 대표작이죠. 영화 리스트만 봐도 어떻게 한 영화에 이렇게 대스타들을 모두 모아 낼 수 있었는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단 하루 동안 일어나는 많은 사건들을 서로 복잡하게 연결되는 많은 사람들과 마치 씨줄과 날줄처럼 능수능란하게 연결해낸 각본과 감독에게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가 없네요

영화 속에서 술이 비중있게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기껏해야 안티 발렌타인 파티’ 때 와인이나 기타 술이 약간씩 등장하는 게 다죠. 사실 그렇게 따지면 ‘영화 속 그 맛’ 코너로서 이 영화가 알맞은 영화는 아닐 수도 있을 텐데요. 저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술이, 엄밀히 말하면 술과 초콜릿의 콜라보레이션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위스키 봉봉과 술이 들어간 생초콜릿이죠.
 
위스키봉봉은 잘 아시겠지만 딱딱한 재질의 초콜릿 안에 술이 들어간 형태를 말하고 생초콜릿은 초콜릿을 제조할 때 술을 같이 섞어서 만든 부드러운 초콜릿을 말합니다. 위스키봉봉이라고 보통 부르는 터라 위스키만 들어가겠구나 하고 생각하기 쉽지만 위스키만 들어가는 건 아니고요. 위스키나 약초계 리큐르뿐만 아니라 진이나 심지어 중국 백주 '수정방'도 사용되곤 합니다. 술과 초콜릿의 조합에 따라 당연히 맛이 변화하는데 그나마 위스키봉봉은 상대적으로 맛을 짐작하기 쉽지만 생초콜릿은 초콜릿과 술의 질감이 묘하게 섞여서 정말 상상하기 힘든 맛을 냅니다. 칵테일이 11의 재료를 더해서 3의 맛을 내듯이 초콜릿도 마찬가지더군요. 초콜릿의 달콤함과 질감에 술의 씁쓸함과 향기가 더해집니다. 그 과정에서 각각의 단점은 사라지고 장점은 강화되죠.

개인적으로 생초콜릿 중 가장 맛있었던 건 수정방이 들어간 초콜릿이었는데 백주 특유의 강한 향과 사람에 따라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뒷맛은 잘 다듬어져서 아주 매력적이고 고급스러운 향과 맛만 남더군요. 그 매력적인 향과 맛을 초콜릿이 부드럽게 감싸주면 입안에서 관능적으로까지 느껴지는 바로 그 맛과 질감이 완성됩니다.

chocolat dj. 전문 쇼콜라티에가 만들어주신 생초콜릿과 핫초코입니다. 배경에 보이는 술 이외에도 다양한 술을 실험하시더군요.

서로 전혀 다른 것들이 만나서 화합하고, 그 화합을 통해 1+13으로 만들어가는 그런 것, 칵테일이 그렇고 초콜릿과 술의 만남이 그렇듯이 사람의 연애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연애는 11이 만나서 0.1이 채 안되는 결과를 낳기도 하지만 11이 만나 3을, 혹은 그 이상을 만들어 가기도 하죠. 바텐더나 쇼콜라티에가 3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노력하듯이, 사람의 연애도 결국 서로를 위하는 마음 하나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치 처음 만났을 땐 달콤하지만 초콜릿의 속살을 느끼는 순간 씁쓸함이 느껴지고, 그 둘이 최종적으로 섞이면서 조화를 이뤄 입안에서 감미로움으로 완성되는 생초콜릿처럼 말이죠. ^^

Ballentine’s Limited Edition Christmas Reserve

술 이야기인데 술 들어간 초콜릿 이야기만 하니 약간 아쉬울 것도 같아 술도 하나 추천해봅니다. 이름은 같고 철자는 다른, 개구리 친구들이 목놓아 주장해대는 발렌타인위스키 중에서도 발렌타인데이에 살짝 어울리는 제품이 하나 있죠. 바로 Ballentine Limited Edition Christmas Reserve인데요. 보통의 정규품 발렌타인은 베이스로 아일라쪽 위스키가 꽤 들어가서 소위 '킥'이 있는 맛이 나지만 크리스마스 리저브는 특성이 많이 다릅니다. 킥은 약하고 꽤 달달하지만 질감이 묽어서 초콜릿과 같이 부담 없이 마시기 편하죠. 발렌타인데이와 그닥 관계가 없어진 아재 입장에선 철지난 크리스마스를 추억하면서 발렌타인(Valentine)데이에 발렌타인(Ballentine) 크리스마스를 마시는 것도 꽤 괜찮네요. 생각해보니 초콜릿 가게에 들른 지 꽤나 오래된 것 같은데 간만에 쇼콜라티에 분과 술 이야기도 재미있게 하고, 초콜릿도 몇 개 사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선물해줘야겠습니다.

모두 초콜릿처럼 달콤한 사랑 하시길 기원합니다. ^^
 
P.S. 초콜릿 사진은 종로구 내자동의 쇼콜라디제이에서 찍었습니다. 이 샵의 주인분은 이미 바텐더들 사이에선 유명한 분인데요. 글에 언급한 대로 수십 종의 술들을 그에 어울리는 카카오(마치 커피 원두처럼 카카오도 지역에 따라 맛이 다르다고 하더군요)와 매칭시켜서 위스키봉봉과 생초콜릿을 만듭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단 음식을 많이 안 좋아하는 편인데도 이 초콜릿은 정말 매력적이더군요. 광고는 아닙니다!


데렉 / 술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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