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양극화, 고용불안, 청년실업의 근원
★★★☆
해외 거대자본의 경제 식민지가 될 처지에 몰린 대한민국을 구하려는 자와 위기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소시민, 급변의 틈바구니에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사람들이 뒤엉켜 1997년 외환위기 상황을 그려낸다. 신파로 흐를 수도 있는 몇몇 지점을 영리하게 극복하며 드러내고자 하는 이야기를 일관되게 끌어가고, 시대 정신에 부응하는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 낸 점도 긍정적이다. 국가 시스템이 무너져 내리며 그 고통은 정부를 믿고 의지하던 국민들에게 가장 아프게 전가되어 버린다. 실패의 역사가 교훈도 없이 지난 20년 동안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 영화를 보는 내내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 오늘의 우리가 함께 해법을 찾아야 할 양극화, 고용불안, 청년실업이란 말의 근원에 대한 영화.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기억해야 할 시대를 조명하는 자세, 절반의 성취
★★☆
‘헬조선’은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시작됐는가. 대선을 앞두고 터진 IMF 외환위기라는, 90년대 대한민국에서 가장 정치적이고 극적인 사건을 다룬 의미 있는 텍스트다. 다만 좋은 기획 의도와는 별개로 완성도는 아쉽다. 당시 상황을 조리 있게 설명하는 다큐가 아닌 극영화만이 보여줄 수 있는 무언가에 충분히 도달했는지는 의문이다. 일단 다양한 계층, 상황을 감안한 듯한 캐릭터 설계가 다소 도식적으로 배치된 듯한 인상을 지적할 만하다. 후반으로 갈수록 각각의 퍼즐이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분절되어 버리는 듯한 연출은, 배우들의 열연과는 별개로 전체적 톤을 들쑥날쑥하게 만든다. 이 영화를 보고 일어나는 감정적 작용은 작품 자체의 힘 때문이라기보다, 관객 각자가 극 중 시대 상황을 개인적 기억과 연관 지어 떠올리는 데서 나오는 힘이 더 큰 듯 보이기도 한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지난 21년을 반추하게 하는, 김혜수의 스피치 명장면
★★★☆
1997년, 21년 IMF 구제금융 도입의 결정 직전, 일주일 간의 긴박한 상황을, 당시 실제 했다는 비공개 협상팀의 활동을 중심으로 극적으로 구성한 작품. ‘앞으로 일주일 남았다’는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의 선언이 있은 후, 영화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달린다. 빠른 편집 리듬 안에서 영화는 국가의 이권이 개입되고, 우왕좌왕한 결정이, 국가를 믿고 따르는 국민들에게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키는지 오버랩 시키며 보여준다. 장르적인 흥미를 충실히 쌓아가면서도 놓치지 않는 것은, 영화가 끝날 때쯤 1997년 이후 21년간 한국의 경제상황과 지금의 처지를 돌아보게 만들 만큼, 이 영화가 감정적 호소력을 갖는다는 점이다. 침몰해가는 ‘국가’ 앞에서, 모두가 ‘예스’라고 IMF의 도입을 찬성할 때, ‘No'라고 말하는 한시현의 고군분투는 한국 영화의 많은 스피치 장면 중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배우 김혜수가 가진 화면 장악력이 얼마나 큰지 새삼 보여주는, 김혜수의 결정적 명장면이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현재진행형인 그날의 선택
★★★☆
예상보다 좋은 성취들, 그리고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들이 있다. 시스템 문제를 ‘가족 신파’로 만들지 않은 건, 기존 한국 상업영화들과 견주어 봤을 때, 분명 큰 성취다. 아쉬움은 여러 인물 군상을 교차시키는 과정에서 캐릭터가 너무 전형적으로 그려졌다는 점이다. 이러한 단점을 중화시키는 건 배우들의 존재감. 각종 경제 용어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관객이 길을 잃지 않고 따라가게 되는 건, 그것을 발화하는 배우가 김혜수이기 때문일 테다. 빤하게 그려진 재정국 차관이 빤하게만 느껴지지 않는 것 역시 조우진이 입힌 그의 개성 덕이다. 경제 관료들의 무능에 분노하는 이들과, 열심히 살아도 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지 의문을 품은 이들에게 <국가부도의 날>이 전하는 메시지를 확실하다. 의심하라. 실수를 반복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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