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8편,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가 5월 17일 개봉해 한국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정보기관 특수요원 에단 헌트(톰 크루즈)의 고군분투를 그린 해당 시리즈는 톰 크루즈의 대표작이자 그의 ‘하고 싶은 거 다 해보는’(!) 시리즈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번에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는 무려 1996년 1편의 내용 및 여러 시리즈의 복선을 회수하면서 시리즈 전체를 일단락하는 작품이라 시리즈의 관심도를 다시금 높이고 있다. 벌써 28주년을 맞이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그 8편 중 씨네플레이 기자 개개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선정했다. 독자 여러분도 댓글로 최애편을 남겨준다면,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추억을 나누는 좋은 장이 될 것이다.

이진주 _ 4편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고층 빌딩만큼 쌓아올린 팀플의 미학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톰 크루즈의 원맨쇼로 기억하는 이들도 많겠지만, 사실 이 시리즈의 진짜 재미는 ‘팀플레이’에 있다. <고스트 프로토콜>은 그 팀플레이의 정점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단 헌트와 제인 카터(폴라 패튼), 벤지(사이먼 페그), 윌리엄 브랜트(제러미 레너)가 서로를 보완하며 만들어내는 합이 이 영화의 진짜 스릴이다.
시리즈 최초로 부제를 단 이 작품은 처음으로 개인이 아닌 조직 밖으로 밀려난 IMF 요원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정부의 지원이 끊긴 상황, 이들은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세계에서 서로에게 의존해야 한다. 예측에서 빗나가고, 타이밍이 어긋나며, 순간의 실수가 긴장감을 높인다. 팀 미션이기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오차들,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긴장의 결이 이 작품을 더욱 촘촘하게 만든다.
시리즈 특유의 쫄깃한 액션은 물론이다. 두바이 초고층 빌딩 외벽을 맨손으로 오르고, 모래폭풍을 가르며 추격하고, 주차타워 안에서 벌어지는 격투는 상상 이상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특히 공간을 적극 활용한 액션 시퀀스는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많이 언급되는 고공 액션보다도 더 강력한 서스펜스를 만들어낸다. 이 영화가 시리즈의 전환점으로 불리는 이유다.

추아영 _ 1편 <미션 임파서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정수
얼굴 가면이 찢기고 톰 크루즈의 얼굴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충격을 기억하는가.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이 연출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1편 <미션 임파서블>(1996)은 시리즈의 명맥을 잇게 하는 인장을 곳곳에 남겼다. <미션 임파서블> 1편은 단순한 첩보 액션 영화가 아니라 이후 30년 가까이 이어질 시리즈의 세계관과 미학을 결정지은 원형이다. 히치콕식 서스펜스로 긴장감을 연출하는 드 팔마 감독은 1편에서 CIA 본부의 금고 침투 장면과 같은 명장면을 만들어낸다. 이 장면은 그야말로 영화사의 상징적인 장면이 되었다. 바닥에 닿거나 소리를 내거나, 체온이 1도라도 올라가면 경보가 울리는 초고도 보안 금고실에서 와이어에 매달려 침투하는 금고 침입 시퀀스는 관객들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았다. 에단 헌트의 얼굴을 타고 흐르는 땀방울은 극도의 긴장감을 자아낸다. 또 수조 폭발을 이용한 탈출 장면, 기차 위 액션과 헬리콥터 추격 장면 등 1편은 인상 깊은 액션씬을 많이 남기며, 할리우드 액션 연출의 교본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드 팔마는 영화에 이탈리아 지알로 영화의 스타일을 녹여내 기존의 첩보 액션 영화와 차별화했다. 결과적으로 브라이언 드 팔마의 옷을 입은 <미션 임파서블>은 첩보 스릴러의 오락성과 영화적 실험이 공존하는 작품이 되었다.

주성철 _ 2편 <미션 임파서블 2>
오우삼,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
사람들이 지나치게 <미션 임파서블 2>(2000)를 미워하는 것 같아, 내가 왜 이 영화를 진심으로 좋아하는지 얘기하고 싶다. 에단 헌트(톰 크루즈)와 나이아(탠디 뉴튼)를 초반부터 연인으로 등장시킨, 시리즈 중 가장 로맨틱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 웬 로맨스?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브라이언 드 팔마가 1996년에 만든 1편부터 애초의 TV 시리즈 <제5전선>과는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게 바로 <미션 임파서블> 영화 시리즈다. 심지어 제목부터 바꾸지 않았나. 팀플레이보다는 톰 크루즈를 중심에 두었으니, 그가 연기하는 에단 헌트가 2편에서 연인과 함께 서사를 이끌어가면 어떨까, 하고 생각한 것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전작 <미션 임파서블> 1편과 브라이언 드 팔마가 히치콕이라는 거장의 유산에 경도되었던 것처럼, 2편 역시 히치콕의 <오명>(1946)을 거의 리메이크 수준으로 따른다. 탠디 뉴튼은 <오명>에서 나치의 정보를 빼내기 위해 아버지의 친구에게 접근하는 잉그리드 버그만과 같다. 더 나아가 에단 헌트와 나이아의 애절한 사랑을 보면서, 오우삼 감독이 존경해 마지않는 ‘신필’ 김용 작가의 최고 로맨스 소설 「신조협려」의 양과와 소용녀가 떠올랐다. 나이아는 임무의 완수를 위해 자신의 몸에 직접 바이러스를 주사하고 에단 헌트는 20시간 안에 치료제를 구해서 돌아오겠다고 약속한다. 그래, 오우삼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신조협려」처럼 만들고 싶었구나! 하고 감탄했던 것. 게다가 바이오사이트 제약회사 빌딩과 악당 앰브로스의 아지트에서 펼쳐지는 액션신들은 <첩혈쌍웅>(1989)을 거의 샷 바이 샷 수준으로 재연한 것처럼, 인물들이 슬로모션으로 뱅글뱅글 뛰어다니고 흰 비둘기가 날아다니는 오우삼 감독의 전매특허다. 고불고불한 언덕길에서의 카체이스신, 오토바이를 뱅그르르 돌리며 총을 난사하는 모습 등 자신의 장기를 있는 힘껏 펼쳐 보인다. 정리하자면, 오우삼 감독은 감독의 자율적인 연출권을 최대한 보장받은 상태에서 그야말로 진심 가득히 전력을 다해 만들었다. 굳이 그의 죄라면, 1편과는 다른 스타일로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 라는 말을 지나치게 잘 들었다는 것 아닐까. 그러니 2편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남의 돈으로 한 번이라도 네 맘대로 연출해본 적 있느냐.

김지연 _ 5편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우리가 사랑했던 일사의 첫 등장
<미션 임파서블> 프랜차이즈의 아이덴티티는 단지 ‘액션의 스펙터클’에만 있지 않다. 사실, 태초에 <미션 임파서블>은 스파이 스릴러로 시작했다. 프랜차이즈가 확장될수록, 제작자 톰 크루즈의 욕심에 힘입어 <미션 임파서블> 속 액션의 스케일은 점점 커져 “미임파=대규모 액션”이라는 공식이 성립하게 됐지만,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배신과 배신을 오가는 묘미가 짜릿한 프랜차이즈이기도 하다. 특히나 다섯 번째 작품에 해당하는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은 정통적인 스파이 스릴러와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액션이 균형 있게, 또 조화롭게 뒤섞인 한 편이다.
더불어, 이 작품이 유난히도 매력 있는 이유는 바로 일사 파우스트(레베카 퍼거슨)가 첫 등장하는 편이기 때문일 것이다. <미션 임파서블> 프랜차이즈 역사상 가장 많이 사랑받은 여성 캐릭터인 일사 파우스트는 5편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부터 7편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까지 등장하는데, 그는 ‘여성 에단 헌트’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톰 크루즈 못지않은 ‘액션배우’로서의 역량을 증명해 냈다. 특히나 5편의 비엔나 오페라 암살 시퀀스는 레베카 퍼거슨의 필모그래피에서 상징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드레스를 입고 오페라 무대의 뒤에서 총기를 장전하는 모습은 어떤가. 일사 파우스트는 <미션 임파서블> 프랜차이즈가 직면해 왔던 수동적인 여성 캐릭터의 한계에 도전장을 내민다. 일사는 단순히 에단의 ‘조력자’ 혹은 ‘희생양’, ‘로맨틱한 상대’로서의 여성 캐릭터를 넘어 독자적인 생명력을 지닌 인물이다. 스파이인지, 혹은 이중 스파이일지, 우리 편일지, 빌런일지 모를 일사의 독특한 위치는 그를 더욱 궁금한 존재로 만들었기에, 그는 프랜차이즈의 막바지까지 사랑받는 인물이 될 수 있었다. 다만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부터는 새로운 인물 그레이스(헤일리 앳웰)가 등장해 에단 헌트를 돕기도 하고, 배신하기도 하며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에서 일사 파우스트가 지녔던 입체성을 고스란히 물려받는 듯해 보였으나, 그레이스 캐릭터는 단지 팀업을 위한 포석으로만 활용돼 일사의 자리를 물려받기에는 지나치게 도구로 소비됐다.

성찬얼 _ 3편 <미션 임파서블 3>
감독별 스타일 빛났던 초창기 시리즈의 고점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을 시작으로 크리스토퍼 맥쿼리와 톰 크루즈가 합을 맞춘 이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톰 크루즈가 얼마나 대단한 스턴트를 보여줄 것인가’에 과할 정도로 이목이 집중되곤 한다. 그러나 그 이전, 그러니까 크리스토퍼 맥쿼리가 처음 시리즈에 합류한 5편 시점까지만 해도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최고의 장점은 ‘감독에 따라 매번 달라지는 스타일’이었다. 브라이언 드 팔마가 연출한 1편은 섬세하게 구성한 첩보물이자 리바이벌 시대가 도래하기 전, 리부트의 훌륭한 모범 사례였다. 오우삼 감독이 연출한 2편은 특유의 낭만적인 분위기가 강렬했다. 그리고 이어진 3편은 감독별 스타일을 강조하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장점을 더욱 살릴 만한, 당시만 해도 ‘신예 천재’로 분류되던 J.J. 에이브럼스가 메가폰을 잡았다. 드라마계에서 여러 히트작을 낸 그의 영화 연출 데뷔였기에, 과연 그가 어떻게 <미션 임파서블>을 이어갈지 이목이 집중됐다.
그리고 J.J. 에이브럼스가 내놓은 <미션 임파서블 3>은 당시 그의 별명 ‘떡밥의 제왕’에 걸맞은 작품이었다. 오웬(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에게 에단 헌트(톰 크루즈)가 협박 당하는 오프닝부터 충격을 안겼고, 이어지는 내용에서도 도통 정체를 알 수 없는 ’토끼발’이란 물품으로 관객을 홀렸다(맥거핀의 대표 사례로 소개되던 토끼발은 이번 영화에 와서야 그 정체가 드러났다). 에단 헌트와 시리즈 개근에 성공한 루터(빙 라메스)가 함께하는 건 물론이고 든든한 조력자로 거듭나는 벤지(사이먼 페그)의 첫 등장도 이 영화다. <미션 임파서블> 하면 떠오른 스턴트 ‘킬링 파트’가 시리즈에서 빈약한 축이지만, 대신 영화 내내 뛰고 달리고 매달리고 구르는 에단 헌트의 액션과 그런 그를 보좌하는 팀원의 시너지가 다른 작품과 비교해도 손색없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최고 장점은 다름 아닌 에단 헌트의 감정선이다. 에단 헌트는 사랑하는 아내 줄리아(미셸 모나한)의 위험 앞에서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흔들리고, 톰 크루즈는 그 투명한 눈망울에 에단의 처절함을 담는다. 우리가 항상 잊고 있는 사실. 톰 크루즈는 ‘무비스타’이기 이전에 ‘훌륭한 배우’라는 것을 이 영화가 상기시킨다. 그렇게 에단 헌트를 몰아세울 수 있는 오웬, 즉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역대급 악역 연기도 상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