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더너스 문상훈이 선택한 올해 최고의 코미디 영화 '너바나 더 밴드…' 후기

영화 '너바나 더 밴드' 포스터
영화 '너바나 더 밴드' 포스터

제목부터 유별나다. 영화 〈너바나 더 밴드: 전설적 밴드 ‘너바나’와는 별 관련 없는 ‘너바나 더 밴드’의 콤비 맷과 제이. 어느 날 공연을 위해 타임머신을 만드는 황당한 작전을 세우고 처음 만났던 17년 전으로 돌〉(이하 〈너바나 더 밴드〉)은 인기 코미디 크루 빠더너스(BDNS)를 이끄는 문상훈이 지난 일 년여 동안 최고의 코미디 영화를 찾기 위해 칸, LA, 홍콩 등을 돌며 고군분투한 끝에 선택한 단 하나의 코미디 영화로 화제에 올랐다. 여기에 캐나다 출신 뮤지션 타블로가 영화 자막 번역으로 참여해 더욱 기대를 높였다. 문상훈은 이 영화를 재밌게 관람하기 위한 당부의 말 두 가지를 남겼다. 첫째, 가장 친한 친구와 반드시 큰 화면으로 볼 것. 두 번째, 더 이상의 정보는 찾지 말고 되도록 먼저 본 후, 주변 사람들에게 이 영화에 대해 턱을 쳐들고 유세를 부리는 즐거움을 누릴 것이라고 전했다. 극장에 들어서기 전 웃을 준비를 단단히 하길 바라며, 〈너바나 더 밴드〉의 후기를 공유한다.


맷과 제이(왼쪽부터) - 〈너바나 더 밴드〉
맷과 제이(왼쪽부터) - 〈너바나 더 밴드〉

이 이야기의 주인공 듀오 맷(맷 존슨)과 제이(제이 맥캐럴)는 스폰지밥과 징징이, 〈무한도전〉의 하와 수에 버금가는 환장의 콤비다. 맷이 2,134,542,343번 째 쯤 되는 황당한 작전을 펼치면, 제이는 피아노를 연주하며 그의 유머를 위한 반주를 깔아주는 환상의 호흡을 발휘한다. 쉴 새 없이 농담을 주고받는 그들은 무려 17년 전부터 함께한 친구다. 맷과 제이는 캐나다 토론토의 유명한 클럽 ‘리볼리’에서 공연하기 위해 오랜 시간 고군분투해왔지만, 정작 리볼리에서 공연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은 제외하고 갖가지 황당한 작전을 펼친다. CN타워의 엣지워크에서 뛰어내린 후 낙하산을 이용해 로저스 센터의 돔 경기장 안으로 안착하는 스카이다이빙 작전을 펼치는가 하면, 캠핑카를 개조해서 타임머신으로 만들어 시간 여행을 하는 작전을 세우기도 한다. 하지만 맷의 황당한 계획은 번번이 어그러지고, 17년 동안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제이는 그제야 자신의 현실을 자각하고 홀로 설 결심을 품는다. 그런데 갑자기 그들의 타임머신이 작동하면서 2025년의 맷과 제이는 2008년으로 돌아가는데, 과거의 더 순수하고 낙관적인 젊은 자아를 다시 마주한 그들은 밴드 활동과 우정, 각자의 선택을 되돌아본다.


저예산 모큐멘터리와 SF의 이색적인 결합

〈너바나 더 밴드〉
〈너바나 더 밴드〉

〈너바나 더 밴드〉는 단번에 만들어진 작품이 아니라, 20년 가까이 지속해 온 창작 프로젝트를 영화로 확장한 것이다. 작품은 2008년 맷 존슨과 제이 맥캐럴이 직접 제작한 웹 시리즈 ‘너바나 더 밴드 더 쇼(Nirvana the Band the Show)’에서 출발했다. 이후 웹 시리즈는 TV 시리즈로 발전했고, 이번 영화는 그 모든 흐름을 집약하는 동시에 새로운 형식으로 확장한 결과물이다. 감독 맷은 본래 모큐멘터리인 웹 시리즈를 영화화하면서 타임머신을 이용한 시간 여행이라는 SF적 설정을 더한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에 있지만, 현실 그대로를 모방하려는 다큐멘터리 촬영 기법을 취하는 모큐멘터리와 환상의 세계에 더 맞닿은 SF의 만남은 신선하고 독특한 느낌을 자아낸다. 게릴라 형식으로 촬영한 영화는 시종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헷갈리게 만든다. 영화에서는 공공장소와 상점 등 실제 장소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맷과 제이의 황당한 계획을 설파하는 장면이 반복되는데, 이는 그들의 대화가 어디까지가 즉흥이고 대본인지 알 수 없게 한다.

〈너바나 더 밴드〉
〈너바나 더 밴드〉
〈너바나 더 밴드〉

〈너바나 더 밴드〉가 시간 여행 SF로 거듭난 데에는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영화 〈빽 투 더 퓨처〉(1985)의 영향이 크다. 영화는 큰 뼈대와 같은 플롯부터 세세한 부분까지 〈빽 투 더 퓨처〉의 것을 빌려와 변형한다. 〈너바나 더 밴드〉에서 타임머신으로 개조된 캠핑카는 〈빽 투더 퓨처〉의 드로리안을 연상시키고, 그들의 캠핑카는 플루토늄에 의해서 작동하는 드로리안처럼 오비츠 음료를 연료로 사용해 작동한다. 과거를 바꾼 영향으로 변해버린 현재에서 저지른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 다시 한번 과거로 돌아가는 플롯은 〈빽 투 더 퓨처〉의 1, 2편을 모두 아우른다. 무엇보다 번개를 이용해 타임머신을 작동하는 장면은 〈빽 투 더 퓨처〉의 명장면을 직접적으로 연상시킨다.


시대를 감별하는 유머

〈너바나 더 밴드〉
〈너바나 더 밴드〉

〈너바나 더 밴드〉에서 유머는 작품의 재미를 담보하는 중추이자 시간 여행 영화에서 시대를 감별하는 측정 도구로 작용한다. 감독은 시간 여행이라는 설정과 코미디를 버무려 유머가 시대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회적 장치인지 보여준다. 2008년으로 돌아간 맷과 제이는 극장에서 〈행오버〉(2009)를 관람한다. 영화는 〈행오버〉의 수많은 장면 중 “호모”라고 말하며 성소수자를 비하하는 개그를 담은 장면을 인용한다. 인종·젠더·성소수자를 비하하는 유머는 2000년대에는 메인스트림에 있었지만, 지금은 공감에 무능한 무지한 발언으로 인식된다. 지금의 시대 감수성과 맞지 않는 유머에도 관객이 박장대소하는 풍경을 견디지 못한 맷은 극장에서 뛰쳐나온다. 이 장면은 맷이 당시에는 유머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자신의 과거에 대한 자기반성이기도 하다. 또 영화는 맷과 제이가 러셀 피터스의 인종 개그에 관해 논하는 장면과 윌 스미스의 크리스 록 폭행 사건을 풍자하는 장면을 통해 유머의 무게에 대해 말한다. 〈너바나 더 밴드〉는 유머를 단순한 개그가 아닌 어디까지 농담으로 허용되는지에 관한 집단적 합의를 계속해서 갱신하는 사회적 장치로 해석한다. 동시에 유머는 사회 일원의 웃음을 생산하면서도 이 사회에서 누가 타자화되고 있는지 드러내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다. 이처럼 〈너바나 더 밴드〉는 시대와 함께 가는 유머의 가치와 함께 코미디언의 윤리적 역할에 대해서도 잊지 않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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