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11일. 전국 528개 영화관의 3017개 스크린에서 영화가 상영된다. 어떤 영화는 많은 스크린에서, 어떤 영화는 간신히 몇몇 스크린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해마다 천만 영화가 나오고, 6년째 관객 수 2억 명을 동원하는 한국 극장가. 대대적으로 밀어준 영화부터, 관객들의 입소문으로 널리 퍼진 영화까지. 스크린 수와 흥행의 관계를 정리했다.

※ 본문의 자료는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이하 KOBIS)의 통계를 기반으로 한다.

※ 스크린 점유율은 당일 총 스크린 중 해당 영화가 배정 받은 비율을 뜻하며, 교차 상영이 포함돼 총상영관+@가 된다. 예를 들어 2000개 중 1000개라고 해도 500개 관에서 교차상영 중이라면, 50%보다 훨씬 낮게 표시된다. 때문에 스크린 점유율뿐만 아니라 상영 점유율(일일 전체 상영횟수 중 배정된 상영횟수의 비율)도 표기한다.


최초의 2000개 스크린, 씁쓸한 뒷맛

<군함도>, 2017

<군함도>

2017년 7월 26일 개봉한 <군함도>는 여러 논란을 감당해야 했다. 그중 하나가 독과점 논란이었다. <군함도>는 개봉 당일 전국 2758개 스크린 중 2072개 스크린에서 개봉했다. 처음으로 한 영화가 2000개 이상 스크린에서 상영됐다. 세간의 관심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인 듯했으나 2,000개라는 수치는 누가 봐도 몰아주기로 느낄 만했다. <군함도>는 개봉 첫 주에 상영 점유율이 50%가 넘었으나, 개봉 당일과 금요일을 제외하면 좌석 판매율(배정된 좌석수의 판매 비율) 50% 이하였다. <군함도>는 결국 전국 659만 관객에서 씁쓸하게 퇴장했다. <군함도> 전 최다 스크린 배정 영화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로 아슬아슬하게 2000개를 넘지 않은 1991개였다.


‘마블 공화국’의 역대 최다 스크린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2018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마블 공화국. 처음엔 농담이었지만, 이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단어다. 2018년 4월 25일 개봉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개봉 첫날 2461개, 개봉 4일 후엔 2553개 스크린을 점령했다. 상영 점유율이 77%니까 극장에 가면 언제든 볼 수 있는 수준이었다. 개봉 당일 98만 명을, 개봉 주말까지 476만 명을 동원하는 저력을 보여줬으니 “팔리는 만큼 상영관을 주는 것”이란 극장 측의 변명도 틀린 말은 아녔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1121만 관객을 모았다.


최다 스크린 국내 영화, 전작보다 못했다

<신과함께-인과 연>, 2018

<신과함께-인과 연>

최다 스크린을 따낸 국내 영화는 무엇일까. 2018년 8월 1일 개봉한 <신과함께-인과 연>이다. 전편 <신과함께-죄와 벌>이 1441만 명으로 흥행하자 전편(1912개)보다 더 많은 2235개 스크린을 얻어냈다. 사실 최다라고는 하지만 약 2700에서 2000개를 가져간 <군함도>나 약 2900개에서 2235개를 가져간 <신과함께-인과 연>이나 오십보백보 수준이다. <신과함께-인과 연>은 개봉 당일 123만 관객을 모아 역대 최고 오프닝, 역대 최고 평일 관객 수 기록을 경신했다. 상영 점유율 59%, 좌석 점유율 66%로 전편의 47%, 53.1%를 넘었지만, 최종 성적은 전편에 비해 적은 1227만 명에서 멈췄다.


독과점이냐, 수요에 따른 공급이냐

<명량>, 2014

<명량>

역대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는 <명량>. 최종 성적 1761만 명을 기록해 지금까지 독과점, 밀어주기의 상징처럼 남았다. <명량>은 전국 2281개 스크린에서 1587개를 가져갔다. “저 정도면 당연히 독과점이지!” 할 수도 있지만, <명량>은 개봉 직후 10일간 좌석 판매율을 50%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심지어 140만 좌석 중 123만 좌석이 팔려 좌석 판매율 87.9%를 달성하기도. 같은 해 1602개 관을 가져간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는 간신히 529만 명을 모았다. 한마디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언급했던) “팔리는 만큼 상영관을 준다”는 극장 측 입장을 정확히 보여주는 예가 <명량>이다. 독과점이 나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명량>의 흥행을 오롯이 독과점 덕분이란 것도 어폐가 있다.


최초 천만 영화들의 스크린수는?

<실미도>, 2003 / <아바타>, 2009

<실미도>

최초의 천만 한국·외국영화로 기록된 <실미도>와 <아바타>는 스크린 몇 개로 시작했을까? 2003년 12월 24일 개봉한 <실미도>약 300개 스크린에서 개봉했다. 개봉 당시 KOBIS가 없었기에 정확하진 않지만, 전국 1100개 중 300개니까 아주 많은 수는 아니다. 교차상영 가능성도 생각하면 점유율도 20%대였을 가능성이 크다. 보도에 따르면 개봉 직후 관객몰이에 성공해서 380개까지 확장했다고 한다. 이후 2004년 2월 19일, 개봉 58일 만에 천만 관객을 넘으며 최초 천만 관객 돌파 영화로 이름을 남겼다.

<아바타>

2009년 12월 17일 개봉한 <아바타>는 전국 1996개 중 724관에서 상영됐다. 스크린 점유율은 26.7%, 상영 점유율은 29.9%. 개봉 당일 좌석 판매율도 26.7%로 생각보다 낮다. 하지만 주말 이틀 연속 좌석 판매율 60%를 돌파하더니 12월 24일 87.5%를 기록한다. 사실상 전석 매진 수준이다. 그 기세로 주말마다 관객을 쓸어 담으며 38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한다. 2D, 3D, 아이맥스 포맷으로 상영해 N차 관람을 부추겼다는 비판도 있었으나 관객들이 <아바타>를 선택했다는 건 확실했다. 또 극장 측이 더 많은 포맷 상영관을 고려하게 된 시발점이기도 하다.


입소문의 힘, 천만 돌파를 만들다

<왕의 남자>, 2005년

<왕의 남자>

독과점이 무조건 천만을 보장하는 건 아니듯, 작품이 좋으면 배급 환경을 넘어서는 성과도 낼 수 있다. 2005년 12월 29일 개봉한 <왕의 남자>가 그랬다. 전국 1648개 스크린 중 207개 스크린에 걸렸다. 스크린 점유율 10.3%, 상영 점유율 16.9%, 좌석 점유율 18.9%였다. 하지만 신정으로 이어지는 연휴 기간 동안 좌석 판매율은 최고 89.3%를 달성했다. 영화를 본 후 관객들은 입소문과 N차 관람에 적극적이었다. 좌석 판매율은 평일에 50% 밑으로 떨어졌다가도 주말이면 70%를 돌파했다. 극장 측은 <왕의 남자>의 스크린 수를 늘리긴 했지만, 그래도 스크린 점유율 20.9%를 넘지 않았다. 상영 점유율도 24.4%, 좌석 점유율도 31.2%가 최고였다. <왕의 남자>는 천천히 오래 상영돼 ‘몰빵’ 논란 없이 개봉 66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역대 흥행작 중 입소문 파워 갑(甲)은?

<말아톤>, 2005 / <과속스캔들>, 2008

<말아톤>

스크린 수보다 입소문의 힘을 보여준 영화가 두 편 있다. <말아톤>은 역대 흥행작 200편 중 스크린을 가장 적게 배정받았다. 2005년 1월 27일 개봉한 <말아톤>은 전국 1567개 중 238개 스크린에서 개봉했다. 스크린 점유율 18.3%, 상영 점유율 22.2%, 좌석 수 25.8%. 스크린 수로는 200위지만 410만 관객을 돌파해 흥행 순위 132위에 안착했다.

<과속스캔들>

<과속스캔들>은 한 술 더 뜬다. 2008년 12월 3일 개봉한 <과속스캔들> 368개 스크린을 배정받았다. 절대 수치로는 <말아톤>보다 많지만, 점유율은 13.8%로 한참 낮았다. 상영 점유율은 비슷했고, 대형관의 영향으로 좌석 수만 26.4%로 조금 더 많았다. 그런데 주말마다 관객들을 모으더니, 12월 25일에 배정된 좌석의 78%를 채우며 흥행 가도에 올랐다. 이렇게 관객들을 사로잡은 <과속스캔들>은 역대 관객 수 30위에 자리 잡았고, 이른바 ‘가성비’ 대표 영화로 기억되고 있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