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BT가 아니라 LGSM다. ‘레즈비언(Lesibian)과 게이(Gay)는 광부(Miner)를 지지한다(Support)’라는 뜻이다. 4월 27일 개봉한 <런던 프라이드>에 LGSM이 등장한다. <런던 프라이드>는 1984부터 1년 여간 이어진 영국 광산 파업의 광부들에게 연대의 손길을 내민 동성애자들의 이야기다.
파업+동성애 편견
대처 정부 아래에서 일어난 광부들의 파업을 다룬 영화는 <빌리 엘리엇>이 가장 유명하다. 춤을 사랑한 아들의 학비를 위해 파업을 하던 아버지가 출근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런던 프라이드>는 <빌리 엘리엇>과 비슷한 면이 있다. <빌리 엘리엇>이 ‘파업+발레를 좋아하는 남자에 대한 편견’이라면 <런던 프라이드>는 ‘파업+동성애자들에 대한 편견’을 이야기한다.
1984년 ‘런던 게이 프라이드 행진’으로 <런던 프라이드>는 시작된다. 동성애자들의 권리를 위한 이 행사에서 마크(벤 슈네처)는 광부들을 위한 모금을 시작하고 LGSM을 만든다. 게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있는 어리숙한 브롬리(조지 맥케이)도 얼떨결에 LGSM의 일원이 된다. 어린애처럼 생일 배지를 달고 있었던 브롬리는 그날 스무살 생일이었다. 레즈비언 스테프(페이 마르세이)는 ‘이성애자는 16살, 동성애자는 21살부터 성인’이라고 알려준다.
LGSM이 파업 광부들을 위한 후원금을 모금했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다. 수화기를 들고 후원금을 내겠다면서 LGSM이라고 밝히면 들려오는 소리는 “뚜뚜뚜~”이다. 수없이 전화를 돌린 끝에 웨일즈 시골의 광산 커뮤니티에서 그들의 후원금을 받았다. 전화를 받은 할머니가 LGSM의 L이 ‘런던 뭐시기’인줄 알았기 때문이다.
후원금을 받은 파업 광부 다이(패디 콘시딘)는 런던에서 LGSM을 만난다. LGSM이 어떤 단체인지 알게 된 그는 처음엔 당황하지만 게이 클럽에서 감사와 지지를 호소하는 연설을 한다. 이후 그는 LGSM을 자신의 마을에 초대한다. 그들을 맞이하는 마을 사람들의 표정은 안 봐도 뻔하다. 게이 클럽에서 큰 박수를 받았던 다이와 달리 마을 회관에서 연설한 마크에 대한 반응은 싸늘하다.
마을을 찾은 마크에게 다이는 자신들의 마을회관에 보관하고 있는 100년도 넘은 현수막 이야기를 한다. “그 현수막에는 이렇게 두 손을 함께 잡은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다이와 마크는 그렇게 손을 마주잡았다.
노동자와 동성애자는 어떻게 연대했나
<런던 프라이드>는 영국에서 가장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웨일즈 시골 광산 노동자와 런던의 동성애자가 어떻게 연대했는지 보여주는 영화다.
꽤 무거운 주제를 이야기하지만 분위기는 가볍고 경쾌하다.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보여주고 그것을 깨나가는 방식도 유쾌하다. 남자들은 춤을 추지 않다는 광부 마을의 전통(?)은 게이 조나단(도미닉 웨스트)의 춤에 반해버린 여자들 때문에 깨져버렸다. 광부들은 게이에게 춤을 배운다. “마이 레즈비언스, 마이 레즈비언스”(My lesbians, My lesbians)라며 레즈비언 커플과 진한 우정을 나눈 할머니는 매우 사랑스럽다.
1980년대 특유의 음악도 영화의 가벼운 분위기에 큰 역할을 한다. 사운드트랙 리스트에서 퀸, 펫 숍 보이스, 더 스미스 등 익숙한 밴드들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런던 프라이드>의 후반부는 초반과 달리 좀더 진지하다. LGSM의 멤버들에 대한 이야기에 중심을 더 두고 있다. 16년 간 어머니를 만나지 않은 웨일즈 출신의 게이 게딘(앤드류 스캇), 에이즈에 걸린 조나단, 부모에게 성정체성을 들킨 브롬리의 사연 등이 등장한다.
광산 파업이 끝난 뒤, 마을을 찾은 마크와 브롬리는 우연히 만난다. 아웃팅 이후 집에 갖혀 지내며 LGSM 멤버들과 멀어졌던 브롬리에게 마크는 얘기한다. “자신에게 당당해져(Have some pride!), 삶은 짧단 말이야. 무척 짧다고. 알겠어?” 이후 브롬리는 집을 나온다. 자신의 이름이 ‘조’라고 다른 LGSM 멤버들에게 분명히 이야기한다. 브롬리는 그의 별명이다. 첫 거리 행진에서 조가 ‘브롬리에서 왔고, 막차 시간 때문에 빨리 가야 한다’는 둥 소극적인 면을 보였기에 붙여졌다.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내다
<런던 프라이드>는 1985년 ‘런던 게이 프라이드 행진’으로 끝이 난다. 이 행진은 꽤 감동적이다. 파업 광부들은 자신들에게 먼저 손을 내민 동성애자 커뮤니티에 지지와 연대를 보낸다. 조는 마크가 건네준 동성애자 성인을 상징하는 ‘21’ 배지를 가슴에 달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런던 프라이드>는 ‘파업과 동성애자들에 대한 편견’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영화다. <빌리 엘리엇>이 그랬던 것처럼. <빌리 엘리엇>보다 더 정치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긴 하다.
<런던 프라이드>의 배우들, 어디서 봤더라?
<런던 프라이드>의 광산 마을 커뮤니티 의장 헤피나(오른쪽)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엄브릿지 교수 역으로 유명한 이멜다 스턴톤이 연기했다. <런던 프라이드>의 그녀는 얄미운 악당이 아니다.
파업 광부 다이를 연기한 패디 콘시딘은 <본 얼티메이텀>에 등장한 <가디언> 기자 사이먼 로스 역으로 많이 알려졌다. 사이먼 로스 시절보다 나이가 든 게 느껴진다.
LGSM의 멤버 조나단은 미국 드라마 <더 와이어>의 지미 맥널티로 유명한 도미닉 웨스트가 연기했다. 볼티모어 빈민가의 갱과 경찰의 이야기인 <더 와이어>는 2002년부터 2008년까지 방영됐다. 이 드라마는 역대 최고의 TV 시리즈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극찬했으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다크나이트>를 연출할 때 참고했다. 하버드 대학 등에서는 <더 와이어>를 통한 사회학 강의를 하기도 했다.
영국 드라마 <셜록>의 악역 짐 모리아티를 연기한 앤드류 스캇은 많은 분들이 쉽게 알아볼 걸로 믿는다. 그는 <런던 프라이드>에서 LGSM 멤버 게딘을 연기했다.
LGSM 멤버 마이크를 연기한 조셉 길건은 <디스 이즈 잉글랜드>의 우디 역으로 국내에 얼굴이 알려지긴 했지만 진짜 매력은 영국 드라마 <미스핏츠>의 루디에서 발견할 수 있다. <미스핏츠>는 엄청난 병맛 드라마이고 루디는 엄청난 ‘돌+아이’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신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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