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세상 모든 건 사진으로 찍을 만하다”
★★★
사울 레이터를 알지 못하더라도 당신은 그가 남긴 유산들을 거리 광고판에서, 잡지 속 사진 구도에서, 영상물 등에서 알게 모르게 접하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컬러 사진’이 저평가 받던 시대에 굴하지 않고 색과 감성을 입힌 컬러 사진의 선구자, 많은 사진작가에게 영향을 줬고, 토드 헤인스의 영화 <캐롤> 창작에도 영감을 안긴 사울 레이터의 삶과 생각을 13개 챕터로 나눠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다. 인물을 조명한 다큐 중에서도 당사자 인터뷰가 많은 편인데 감독의 선택이 이해가 간다. 노년의 사진가가 내놓는 답변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다. 예술에 대한 것뿐 아니라, 인생을 먼저 걸어간 이가 남기는 주옥같은 말들이 수두룩하다. 감독에게 “완성된 다큐가 후지다고 생각하면 공개하지 않겠다”라고 으름장을 놓는 사울 레이터의 성정을 미뤄 짐작했을 때, 이 다큐가 그 자신의 마음과 닿는 부분이 있었던 듯하다. 다큐는 2013년도에 완성됐고, 그는 그 해 세상을 떠났다. 본의 아니게 유언과도 같은 작품이 됐는데, 다행이다. 그의 기록을 이렇게 볼 수 있어서. 그러고 보니, 이건 그가 사진을 통해 사람들에게 기록을 선물했던 것과 흡사하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말년의 예술가를 만나다
★★★
<캐롤>에 영감을 준 사진가로 알려진 사울 레이터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인물 다큐멘터리. 2013년에 제작된 영화여서 그의 생전 모습과 인터뷰가 담겼다. 영화 속에서 은둔의 사진가는 카메라를 든 감독에게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는 아흔 살 노인이고, 그의 모델이자 뮤즈였던 연인을 여전히 잊지 못하는 로맨티시스트에, 과거의 물건들을 정리하고 싶어 하는 맥시멀리스트이기도 하다. 예술가의 고집, 회한 그리고 여전히 피사체를 보면 반가워하며 거침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열정까지 사울 레이터라는 사진가를 이해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기록물이다.
댓글 (0)
댓글 작성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