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아직 우리가 보지 못한 수많은 영화가 있다. ‘오늘은 무슨 영화를 볼까’라는 행복한 고민에 빠진 이들을 위해 쓴다. ‘씨네플레이’는 ‘씨플 재개봉관’이라는 이름으로 재개봉하면 당장 보러 갈 영화, 실제로 재개봉하는 영화들을 소개해왔다. 이번에 만나볼 영화는 11월 29일 재개봉한 <이프 온리>다.

*주의! <이프 온리>의 스포일러를 암시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프 온리
감독 길 정거 출연 제니퍼 러브 휴잇, 폴 니콜스, 톰 윌킨슨 루시 대븐포트 개봉 2004년 10월 29일 재개봉 2017년 11월 29일 상영시간 96분 등급 15세 관람가

이프 온리

감독 길 정거

출연 제니퍼 러브 휴잇, 폴 니콜스

개봉 2004 미국,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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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봉 영화 <이프 온리>의 기세가 뜨겁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 12월 4일에는 재개봉 관객수 8만 명을 넘기며 일간 박스오피스 5위를 기록했다. 이런 기세라면 조만간 10만 명을 넘길 수도 있겠다. 애초 2004년 개봉했던 <이프 온리>의 13년 만의 작은 흥행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제니퍼 러브 휴잇
폴 니콜스

영국 남자, 미국 여자
<이프 온리>는 영국 남자 이안(폴 니콜스)과 미국 여자 사만다(제니퍼 러브 휴잇)의 사랑 이야기다. 2000년 이후 로맨스 영화 속 영국 남자는 히트 상품이었다. 대표적인 배우는 휴 그랜트다. 미국의 스타 배우(줄리아 로버츠)와 영국의 평범한 남자(휴 그랜트)의 사랑을 그린 <노팅 힐>의 영향력이 아닐까 싶다. 물론 영국 남자, 미국 여자 조합의 원조는 <네 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이다. 휴 그랜트와 앤디 맥도웰이 출연했다.

<이프 온리>에서도 같은 영어를 쓰지면 전혀 다른 억양과 말투를 쓰는 영국 남자와 미국 여자의 알콩달콩한 장면들이 꽤 있다. 이안은 사만다에게 영국식 표현인 “블러디”(bloody)를 말해보라 장난을 치기도 한다.

영국 남자, 미국 여자의 연애를 소재로 한 영화는 2006년 개봉한 <로맨틱 홀리데이>에서도 볼 수 있다. 로맨틱 코미디의 대가 낸시 마이어스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에는 영국 남자 주드 로와 미국 여자 카메론 디아즈가 출연한다.


다시 주어진 하루라는 시간
영국이든 미국이든 한국이든 남자들은 사랑을 잘 모른다. <이프 온리>의 이안 역시 마찬가지다. 이안은 중요한 미팅을 앞두고 사만다에게 소홀하다. 미국의 가족에게 이안을 소개시켜주길 바라는 사만다는 그런 이안에게 섭섭한 마음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다투게 된다. 이안과 헤어지고 택시에 탄 사만다는 사고를 당한다. 사만다의 죽음으로 슬픔에 잠긴 이안은 사만다의 일기를 품에 안고 잠이 든다. 다음날 눈을 뜬 이안은 어제 깨졌던 시계가 멀쩡해진 걸 본다. 놀랍게도 이안에게 다시 어제가 시작된다.

타임리프는 다소 식상한 소재이긴 하지만 분명 매력적인 면이 있다. <이프 온리>는 이 타임리프 소재를 살짝 비틀어 보여준다. 어제와 같은 화면을 보게 될 거라는 관객의 기대를 조금 배신하는 것이 재미다. 예를 들면 이렇다. 사만다는 어제 이안이 놓고간 서류를 전해주려다 이안의 중요한 미팅을 망치고 말았다. 다시 보게 된 미팅 장면. 관객과 이안은 사만다의 등장을 기대하지만 사만다는 어제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다. 대신 관객은 사만다의 등장을 예측했던 이안의 실수를 보는 데서 재미를 얻는다.

타임리프의 소소한 재미를 기반으로 <이프 온리>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사랑을 잘 모르는, 정확하게 스스로 사랑하는 방법을 모른다고 말하는 남자 이안의 변화를 보여준다. 이안은 뒤늦게 진짜 사랑을 깨닫고 사만다와 행복한 하루를 보낸다.

참고로 타임리프와 관련된 로맨틱 코미디의 명작으로는 빌 머레이와 앤디 맥도웰의 <사랑의 블랙홀>도 있다.


음악, 런던, 영국
타임리프를 이용한 진실한 사랑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소소한 볼거리들이 <이프 온리>에는 있다. 런던이라는 도시, 영국의 시골 풍경, 제니퍼 러브 휴잇이 참여한 음악 등이 그렇다. 템스강과 이제는 영국의 명물이 된, 당시에는 아마도 생긴 지 얼마 안 됐을 런던아이(2000년 3월 개장)를 보여주는 항공촬영 신으로 <이프 온리>는 시작한다. 이어서 런던 택시, 블랙캡을 운전하는 남자의 손을 보여준다. 운전석 유리창 밖으로 런던 시내의 구석구석을 볼 수 있다.

다시 주어진 하루의 시간을 위해 이안과 사만다는 이안의 고향으로 기차를 타고 짧은 여행을 떠난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피해 두 사람은 시골의 오두막에 머물기도 한다. 전형적인 영국 시골의 풍광은 두 사람의 행복한 한 때를 더욱 애틋하게 만들어주기에 충분하다.

이안의 깜짝 이벤트로 사만다의 노래를 들을 수도 있다. 사만다를 연기한 제니퍼 러브 휴잇이 직접 부른 노래 'Love Will Show You Everything'은 당시 큰 인기를 얻었다. 씨스타 효린, 레드벨벳 슬기, 에일리의 애창곡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프 온리> 무삭제 뮤직 예고편

<이프 온리>의 흥행 이유?
앞서 소개한 내용을 종합해 재개봉 영화 <이프 온리>의 흥행 요인을 분석해보자. 첫째, 폴 니콜스와 제니퍼 러브 휴잇이 연기한 영국 남자와 미국 여자 조합. 물론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가 이 조합에서 생기는 재미를 만들어줬다. 둘째, 타임리프를 통한 재미와 감동. 살짝 비튼 타임리프를 통해 웃음을 만들었고 어제와는 다른 하루의 끝을 통해 눈물도 만들어냈다. 셋째, 로맨틱 코미디를 위한 적절한 양념들. 영화의 지리적 배경, 음악 등을 통해 <이프 온리>는 로맨틱 코미디의 필수 요소를 완비했다.


<이프 온리> 흥행의 진짜 이유!?
사실 이 흥행 요소는 특별할 게 없다. 게다가 어떻게 보면 이런 요소들 자체가 판에 박힌 로맨틱 코미디의 클리셰일 뿐이다. 그런 이유로 <이프 온리>는 매우 잘 만든 영화라고 보기 힘들다. 위에서도 언급했던 영화들 <노팅 힐>, <사랑의 블랙홀>이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 평론가들의 기준에서 더 잘 만든 영화다.

그럼에도 개봉 당시 약 100만 명의 사람들이 <이프 온리>를 보고, 재개봉 때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극장을 찾고 있다. 그 진짜 이유는 마지막 5분에 있다. “죽음도 사랑을 갈라놓을 수 없다”는 사만다의 말처럼 운명을 거스를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이안의 마지막 선택, <이프 온리>의 진짜 힘이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신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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