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수 없는 비밀〉 등 2025년 1월 마지막 주 개봉영화 별점


말할 수 없는 비밀

감독 서유민

출연 도경수, 원진아, 신예은, 배성우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다운그레이드된 리메이크

★★☆

엄밀히 말해 주걸륜-계륜미가 주연한 원작 <말할 수 없는 비밀>(2007)은 완성도가 높아서 주목받은 영화였다기보다, 단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첫사랑을 묘사하는 뉘앙스가 풍부해서 사랑받은 영화였다. 사실, 이런 영화를 리메이크하는 게 더 어렵다. 기술이나 구조 영역이라면 적당히 따라 하는 게 어렵지 않지만, 뉘앙스라는 건 그럴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애석하게도 한국 버전으로 재탄생한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사랑에 빠진 두 사람 사이에 응당 있어야 할 설렘과 떨림의 뉘앙스를 잘 살려내지 못한다. 서구 양식의 교정과 노을 지는 해변 등이 신비감을 자아냈던 원작과 비교하면 너무 평범해져 버린 로케이션과 미술도 한계로 지적받을 부분이다. 전반적으로 다운그레이드된 리메이크.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

감독 페르난도 트루에바, 하비에르 마리스칼

출연 제프 골드브럼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재즈 애니메이션 그 이상

★★★☆

애니메이션 명작으로 꼽히는 <치코와 리타>(2010) 페르난도 트루에바, 하비에르 마리스칼 감독이 15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1960년대 브라질 보사노바의 천재 피아니스트 테노리우 주니오르의 실종을 다룬 작품으로 재즈 애니메이션에서 나아가 암흑의 시대로 기록된 남미 군사 독재 정권 시절을 들춘다. 다큐멘터리와 픽션을 결합한 다큐 픽션으로 다큐의 단조로운 구성이 한계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감독들의 독특한 작화와 문제의식, 보사노바 거장들의 생생한 육성을 담은 영화라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벌집의 정령

감독 빅토르 에리세

출연 아나 토렌트, 이사벨 테레리아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영화의 정령과 만나는 숭고한 체험

★★★★☆

빅토르 에리세 감독의 1973년 데뷔작으로 스페인 영화사에 남은 걸작이다. “영화가 온다!”는 의미심장한 대사로 시작하는 영화는 스페인 내전 직후, 카스티야 고원 마을을 배경으로 다섯 살 소녀 아나 가족의 일상을 비춘다. 벌집과 정령이라는 상징과 은유, 현실과 비현실을 섞는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은 우리가 잊어가는 영화의 본질을 깨닫게 한다. 후대에 영향을 미친 판타지 성장 영화의 표본과 같은 작품이다. 아나 토렌트의 아역 연기는 명불허전. 이 아름다운 영화를 완성한 감독과 아역배우가 50년 만에 다시 만나 또 한 편의 걸작 <클로즈 유어 아이즈>(2024)를 완성했다는 사실도 영화 같다.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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