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소극장에서 시작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미국 공연계 주요 시상식 휩쓸고 토니상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 [ⓒMatthew Murphy. NHN링크 제공]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 [ⓒMatthew Murphy. NHN링크 제공]

대학로 소극장에서 시작한 한국 창작 뮤지컬이 미국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주요 시상식을 석권하며 한국 공연예술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로봇의 사랑을 그린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이 뉴욕 드라마 비평가 협회 작품상, 미국 드라마 리그 어워즈의 뮤지컬 작품상과 연출상, 미국 '외부 비평가 협회상'의 최우수 뮤지컬 작품상·극본상·연출상·음악상 등을 차지했다.

이 작품은 다음 달 개최되는 제78회 토니상에서도 뮤지컬 작품상, 연출상, 각본상, 작사·작곡상(Best Original Score) 등 10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연이은 수상 소식에 미국 연극·뮤지컬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토니상 수상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오래전부터 〈어쩌면 해피엔딩〉을 아껴주신 한국 관객분과 공연에 참여한 많은 분께 응원이 되는 소식이라 저 역시 기쁩니다. 이 소식이 우리 공연이 더 오래 더 안정적으로 지속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라고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가 23일 서면 인터뷰에서 토니상 후보에 오른 소감을 밝혔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만나 사랑하게 되며 겪는 이야기를 그린 창작 뮤지컬이다.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는 대학 시절부터 친구로 지내며 〈어쩌면 해피엔딩〉 외에도 〈번지점프를 하다〉, 〈일 테노레〉 등 여러 작품을 함께 창작했다. 이들은 팬들 사이에서 '윌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어쩌면 해피엔딩〉 국내 공연 [CJ ENM 제공]
〈어쩌면 해피엔딩〉 국내 공연 [CJ ENM 제공]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여정은 2014년 우란문화재단의 기획으로 시작됐다. 2015년 시범 공연을 거쳐 2016년 말 약 300석 규모의 대학로 소극장에서 초연된 이 뮤지컬은 연이은 매진 행렬을 기록했다.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2018년 제2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는 '소극장 뮤지컬상'을 포함해 총 6개 부문을 석권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국내 공연의 성공과 함께 영어판 공연 추진도 본격화됐다. 박 작가와 애런슨 작곡가는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영어와 한국어로 동시에 작업을 했기 때문에 영어 버전 역시 어떤 형식으로든 선보여야겠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했다"고 밝혔다.

"꼭 브로드웨이여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이 이야기와 음악이 저희의 의도대로 잘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어떤 곳도 괜찮다고 생각했다"며 "그게 설령 미국 중소도시의 작은 극장이라 하더라도 상관없었다"고 전했다.

2016년 우란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미국 뉴욕에서 낭독회 형식의 '어쩌면 해피엔딩' 쇼케이스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토니상을 수상한 유명 제작자 제프리 리처즈의 눈에 들어 브로드웨이 공연 계약으로 이어지는 결실을 맺었다.

브로드웨이 버전에서는 한국 공연과 비교해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창작진은 "한국 공연보다 배우의 숫자와 오케스트라의 악기 숫자 등이 조금씩 늘어났다"며 "한국어 버전에서는 암시만 하고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았던 장면을 브로드웨이 버전에서는 추가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반대로 축약되거나 생략된 대사와 넘버도 있다"면서 "모든 변화는 오랫동안 작업을 이어가며 최대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시도였다"고 덧붙였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브로드웨이 공연 [NHN링크 제공]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브로드웨이 공연 [NHN링크 제공]

공연은 현지 배우와 제작진으로 구성되어 작년 10월 프리뷰 기간을 거친 후 11월 1천석 규모의 벨라스코 극장에서 오픈런(open run·폐막일을 정하지 않고 무기한 상연) 형태로 막을 올렸다. 올리버 역은 대런 크리스, 클레어 역은 헬렌 제이 션이 맡았으며, 2023년 토니상 뮤지컬 연출상 수상자인 마이클 아덴이 연출을 담당했다.

박 작가와 애런슨 작곡가는 개막 전 흥행에 실패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고 회상했다.

"브로드웨이는 공연 제작비가 워낙 막대하다 보니, 이미 유명한 원작이나 스타를 앞세우는 공연이 대부분"이라며 "원작이 없는 오리지널, 거기에 한국을 배경으로 한 이 공연의 개막 자체를 우려하는 업계의 목소리도 컸고 홍보비가 부족해 처음엔 티켓이 거의 팔리지 않은 채로 개막해야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공연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며 상황이 급반전됐다. 평론가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미국 공연문화 소식지 플레이빌에 따르면, 프리뷰 기간 30만 달러(약 4억 원)를 밑돌던 티켓 매출액은 개막 첫 주 46만 달러(6억 원), 둘째 주 59만 달러(8억 원) 등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최근에는 2주 연속 100만 달러(14억 원)를 넘어서는 기록을 세웠다. 공연 전체 기간 평균 좌석 점유율도 93.31%까지 상승했다.

작가 박천휴, 작곡가 윌 애런슨 (서울=연합뉴스) [CJ ENM 제공]
작가 박천휴, 작곡가 윌 애런슨 (서울=연합뉴스) [CJ ENM 제공]

이러한 흥행 성공에 힘입어 〈어쩌면 해피엔딩〉은 내년 1월까지 예매를 확장했다. 작품성 또한 인정받아 올해 토니상에서 뮤지컬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등과 함께 단일 작품 중 가장 많은 10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토니상 수상이 창작자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묻자, 박 작곡가와 애런슨 작곡가는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수상한다면, 아마 창작자로서 생활이 달라지는 건 없을 것 같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긴 마라톤 같았던 서울과 뉴욕에서의 〈어쩌면 해피엔딩〉 작업 여정을 좀 더 뿌듯하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그들은 밝혔다.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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