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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혼종성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과잉의 미학, 루카 구아다니노의 〈퀴어〉

〈퀴어〉
〈퀴어〉

이제껏 사랑의 다양한 양태를 그려왔던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또 다른 사랑 이야기로 돌아왔다. 6월 20일 개봉하는 영화 <퀴어>는 마약과 알코올에 빠져 방탕한 생활을 즐기는 작가 리가 아름다운 청년 유진에게 빠져들면서 시작된 사랑을 그려낸다. 영화는 감독이 오랫동안 영화화를 원했던 윌리엄 S. 버로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퀴어>에는 비트 세대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포스트모던 문학의 기수로 평가받는 작가 윌리엄 S. 버로스의 실험성과 루카 구아다니노의 섬세함이 공존한다.


〈퀴어〉 유진(왼), 리
〈퀴어〉 유진(왼), 리

1950년대 멕시코시티, 헤로인과 알코올, 니코틴에 빠져 권태로부터 도망치는 작가 리(다니엘 크레이그)가 있다. 그는 매일 술집과 호텔을 오가며 욕망을 채워줄 상대를 찾는다. 어느 날, 그는 이지적인 매력을 품은 아름다운 청년 유진(드류 스타키)과 마주친다. 유진은 단번에 그의 눈길과 마음을 모두 사로잡는다. 리의 노골적인 관심과 구애 끝에 둘은 하룻밤을 함께하지만, 그날 이후 유진은 리와 가까워질 수도 멀어질 수도 없는 거리를 둔다. 그의 마음을 알 수 없는 리는 더욱더 유진에게 집착한다.

〈퀴어〉
〈퀴어〉

연베이지색 투피스 수트를 깔끔하게 차려입고 담배를 입에 문 리는 멕시코시티의 거리를 한가로이 거닌다. 거리의 곳곳에는 매춘과 노름에 빠진 사람들로 즐비하다. 리의 연베이지 슈트는 타락한 거리의 어둠 속에서 그를 분리하며, 그의 고결함을 말하는 듯하다. 그렇게 그는 닭싸움에 열광하는 거리의 멕시코인 무리를 구경거리를 보듯이 지켜보다가 유진을 보게 된다. 잠시 닭싸움에 눈길을 주다가 이내 자리를 떠나는 유진을 리의 눈은 바삐 쫓는다. 노름의 열광에 도취된 사람들과 대조되어 더욱 냉소적으로 보이는 유진은 리에게 강렬한 매혹을 느끼게 한다.


루카 구아다니노의 과잉의 미학

〈퀴어〉
〈퀴어〉

루카 구아다니노는 이번 작품에서 예술적 한계를 두지 않고 나아간다. 사사롭게는 과거의 시간대를 가리키는 영화의 이미지에 의도적으로 시대를 달리하는 음악을 사용하면서 이질감을 불어넣는다. 감독은 1950년대의 멕시코 풍광을 비추는 영화의 이미지에 너바나의 음악 ‘Come As You Are’을 덧댄다. 전체적으로 이질적인 것들의 조합이 두드러지며, 환각을 보는 듯한 과격한 연출과 무작위성이 영화를 지배한다. 또 윌리엄 S. 버로스의 원작과 마찬가지로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영화 <네이키드 런치>의 세계가 혼합되어 있다. <퀴어>의 초현실주의적인 연출은 <네이키드 런치>의 것과 닮아 있다.

 

〈퀴어〉
〈퀴어〉
〈퀴어〉
〈퀴어〉

<퀴어>는 3부로 나뉜 분절된 구성(정확히는 에필로그까지 있다)을 취하는데, 각각의 챕터마다 톤앤매너를 다르게 가져가기도 한다. 그중 멕시코시티에서 보내는 권태로운 일상과 두 남자의 모호한 관계에 초점을 맞춘 1부는 멕시코의 이국적인 풍경 속 군데군데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녹여낸다. 리가 드나드는 호텔은 절제된 채도의 색감으로 구성되어 있다. 리가 술집에서 만난 남자와 서로의 몸을 탐한 호텔 방에 함께 누워 있을 때는 호퍼의 그림에서 볼 법한 관음적인 구도가, 유진이 리의 집 소파에 앉아 있는 장면에서는 호퍼의 색감과 함께 유리창에 맺힌 인공조명이 드러나 있으며, 벽, 창문과 같은 건축적 요소로 소통과 고독의 경계를 드러낸다. 호퍼의 필치가 묻은 영화의 공간에는 적막과 외로움이 자리한다. 2부와 3부는 텔레파시의 민감도를 높여준다고 전해지는 식물 ‘야헤’를 찾는 과정이 주된 서사를 이룬다. 2부에서는 인물 간의 심리적 거리를 섬세하게 포착하는 구아다니노 특유의 심리극이 돋보이고, 3부와 에필로그에서는 영화 전반에 스며 있던 초현실주의적 연출 기법이 극대화된다.

 

 

 

〈퀴어〉
〈퀴어〉

감독의 전작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첫사랑의 순수함을 햇빛으로 조각해 영화에 새겨 넣었다면, <퀴어>는 욕망과 집착, 애정이 함께하는 사랑의 혼종성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퀴어>의 이질적인 것을 조합하는 연출 방식, 폭발하듯이 욕망하는 과잉의 미학은 절제할 수 없는 사랑과 닮아 있다. 또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호모 섹슈얼을 아름답게만 그려냈다면, <퀴어>는 사랑의 다양한 양태에 주목하며, 어두운 단면까지 담아낸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빛에 <퀴어>의 어둠이 더해 대칭을 이루면서 비로소 루카 구아다니노의 세계는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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