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오〉 외톨이였던 내가 이 세계에선 지구 대표?! 칼 세이건이 묻고 픽사가 답한 “우리는 혼자인가” (+쿠키영상)

 〈엘리오〉 포스터
〈엘리오〉 포스터

 

우주를 꿈꿔본 적 있는가. 있다면 ‘왜’ 꿈꿔보았는가. 이 지구에 발붙이고 사는 것이 쉽지 않은데도, 사람은 한 번쯤 우주를 꿈꾸기 마련이다. 그 이유는 모두 다를 것이다. 누군가에겐 미래고, 누군가에겐 희망이고, 누군가에겐 미지의 호기심일 것이다. 어떤 사람에겐 저 미지의 세계에, 이 엉망진창인 나를 받아줄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기대가 있을 수도 있다. 6월 18일 개봉하는 픽사 스튜디오의 신작 애니메이션 <엘리오>가 그렇게 우주를 꿈꾸는 소년을 이야기의 중심에 불러낸다. 엘리오는 왜 우주를 꿈꿨는가. 그리고 우주엔 그를 받아줄 곳이 있는가. 픽사가 그리는 ‘우주와 나’, <엘리오>를 미리 본 후기를 전한다.


 〈엘리오〉
〈엘리오〉

 

고모와 함께 살고 있는 엘리오는 매일같이 해변에 앉아 자신이 만든 특별한 모자를 뒤집어쓰고 우주로 메시지를 보낸다. 부디 자신을 데려가주길. 그러던 중 우여곡절 끝에 엘리오가 보낸 메시지가 우주에 도착하고, 정말로 우주선이 찾아와 그를 데려간다. 그가 도착한 커뮤니버스는 각 행성, 종족의 대표가 모인 곳으로 이곳의 외계인들은 엘리오를 ‘지구 대표’로 받아들이고자 한다. 하지만 같은 날, 커뮤니버스의 합류를 거절당한 그라이곤 때문에 엘리오가 다시 지구로 돌아가야 할 상황이 일어나고, 엘리오는 돌아가기 싫은 마음에 그라이곤을 저지하겠노라 나선다.


 〈엘리오〉
〈엘리오〉

픽사 애니메이션 하면 떠오르는 것이 독창적인 세계이다. 픽사는 인간보다 다른 것의 시점을 빌려 현실 세계의 일부를 확장하거나 아예 새로운 세계로 빗대는 방식으로 작품의 세계를 구성하곤 한다. <토이 스토리>나 <몬스터 주식회사> 같은 대표작은 물론이고 바닷속 세계를 묘사한 <니모를 찾아서>나 미식과 요리를 쥐의 시점에서 바라본 <라따뚜이> 등 대부분의 작품에서 그런 방식을 취했다. 그런 점에서 <엘리오>는 독특한 지점에 있는데, 화려하고 신선한 세계(우주)에 선 ‘평범한 아이’를 화자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그동안 픽사 애니메이션에선 우주라는 SF적 공간이 드물기도 했거니와, 인간 소년을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도 거의 없다. SF라면 <월-E>와 <버즈 라이트이어> 두 작품이, 소년이 주인공인 영화는 <코코> <루카>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세 작품이 끝이다. 그래서 픽사, 우주, 소년 이 조합만으로도 꽤 신선한 감흥을 유발한다.

 

 

 〈엘리오〉
〈엘리오〉

이처럼 신선한 조합을 내세운 <엘리오>는 반대로 작품 내에선 굉장히 보편적인 메시지를 토대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세상 어느 곳에도 내 자리가 없을 것 같은 엘리오는 우주에서 본인과 비슷한, 광폭한 종족의 일원이지만 온순한 성격의 글로든을 만난다. ‘내 자리’가 없을 것만 같은 세상에서 만난 두 사람은 금방 가까워진다. 평생 글로든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엘리오는 작전을 짜지만, 내 자리 없는 세상이 그렇게 녹록하겠나. 두 사람 사이에 위기가 찾아오고 마는데, 그 과정에 고모와 주변 인물들이 큰 역할을 하며 <엘리오>를 관통하는 질문 “이 우주에 내가 있을 곳은 어디인가”에 픽사가 준비한 답이 전해진다. ‘어른도 울리는 픽사’라는 수식어답게 이번 <엘리오>도 우주라는 낯선 공간과 생태계를 통해 외로움에 고통 받았을 사람들을 위로하며 여운을 남긴다.

 

 

 

 〈엘리오〉
〈엘리오〉

SF 장르임에도, <엘리오>는 철저히 지구에 발붙인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의 핵심 모티브는 보이저, 그리고 골든 레코드다. 보이저는 (1호, 2호 모두) 1977년 발사한 탐사선으로, 혹여 외계생명체와의 접촉이 있을 경우를 염두에 두고 인간의 목소리와 지구의 정보를 담은 ‘골든 레코드’가 부착됐다. 엘리오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우주박물관에서 이 보이저와 골든 레코드를 보고 우주에 대한 열망을 갖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골든 레코드처럼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모티브는 바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다. 「코스모스」와 「창백한 푸른 점」 저자, 영화 <콘택트>의 원작자이며 골든 레코드 아이디어를 낸 칼 세이건은 외계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높게 보고 또 호의적인 존재일 것이라는 시각을 내비친 바 있다. <엘리오>는 바로 그런 칼 세이건의 낙관적 태도에 영향을 받을 것을 넘어 영화의 오프닝과 결말 모두 자신의 문장을 읽는 칼 세이건의 목소리로 영화를 여닫을 만큼 그의 시각을 고스란히 작품에 녹여냈다.

 

 

 

 〈엘리오〉
〈엘리오〉

이 시선을 바탕으로 픽사 애니메이션은 한층 더 경쾌한 우주를 그려낸다. 칼 세이건의 낙관적 태도로 무장한 <엘리오>는 보다 다양하고 참신한 묘사를 과시한다. 특히 감탄할 만한 부분은 캐릭터 디자인과 기하학 표현력. 글로든을 비롯해 영화에서 그려지는 외계생명체는 다양한 외형과 그에 걸맞은 행동양식을 보여주며 우주라는 생태계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또 우주 사용자 길잡이나 고속 이동 등 선으로만 표현하는 몇몇 기하학적 디자인은 <소울>에서 선보였다시피 기하학의 단순한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데 성공한다. 토킹 헤즈의 ‘Once in a lifetime’이 흐르는 가운데, 타임랩스 기법으로 엘리오의 ‘우주 집착’을 표현하는 도입부 역시 영리한 연출이 인상적이다.

 

 

 

 〈엘리오〉
〈엘리오〉

아쉬운 점이라면 우주라는 배경과 달리 이야기 규모는 다소 소박하다. 우주 배경의 어드벤처물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영화가 다소 의외로 느껴질 것이다. 또 보편적인 메시지에 도달하기 위해 어느 정도 안정적인 전개를 보여주는데, 기존 픽사의 재기발랄한 전개와 비교하면 조연 캐릭터들의 활용도가 미진하다. 전체적으로 위험천만한 위기나 인상적인 연출로 관객을 밀어붙인다기보다 캐릭터의 매력과 재치 있는 장면들의 나열에 몸을 맡기면 어느새 종착점에 도착해있는 편안함이 <엘리오>의 매력이자 한계라고 말하겠다.

 

+쿠키 영상은 메인 엔딩 크레딧이 지나고 하나, 모든 엔딩 크레딧이 끝난 후 제작진의 메시지가 있다. 이 쿠키는 영화와 관련한 글귀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영화의 감흥을 더욱 강하게 한다고 느껴 영화가 마음에 든다면 끝까지 기다려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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