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일종의 약국이나 실험실과 유사하다.
아무렇게나 내민 손에 어떤 때는 진정제가 때론 독약이 잡히기도 한다. - 마르셀 프루스트"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문장으로 시작됩니다.
33살의 피아니스트 폴(기욤 고익스) 어릴 때 부모님을 여의고 그 충격으로 말을 잃고 살아갑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던 현장에 폴도 있었다는데 워낙 어릴 때라 전혀 기억하지 못하죠. 피아니스트로의 재능을 지닌 그는 두 이모(베르나데트 라퐁, 헬렌 벤상) 함께 살며 이모들이 운영하는 고전무용 교습소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게 전부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파트의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면서 폴은 우연히 마담 프루스트(앤 르 ) 집에 들어가게 되고 뜻밖의 풍경을 만나게 됩니다.

그가 발을 디딘 마담 프루스트의 집은 마치 영화 <존 말코비치 되기>에 나오는 71/2(7층과 8층 사이)에 있는 사무실을 연상케하는 묘하고 환상적인 공간입니다. 수많은 식물들이 가득한 마담 프루스트의 집은 폴의 무미건조한 아파트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죠. 이곳에는 저마다의 상처를 지닌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습니다. 우쿨렐레를 좋아하는 마담 프루스트가 건네는 차 한 잔과 마들렌 한 조각은 그들을 잠시나마 잊고 있던 기억 속으로 안내합니다.

마담 프루스트는 폴에게도 아스파라거스 향이 나는 허브차와 마들렌을 건넵니다. 그가 마들렌을 한 입 베어 물고 의식을 잃은 순간, 그는 부모님과 함께 했던 어린 시절을 섬광처럼 떠올리기 시작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내면에 앙금처럼 가라앉아 있던 기억이 두둥실 떠오르기 시작하는 거죠. 마담 프루스트는 말합니다. 기억은 잔잔한 수면 아래 숨어있는 물고기와 같다고. 폴은 마들렌과 차를 낚싯바늘 삼아 잊고 있던 (혹은 잊고 싶었던) 과거의 기억들을 꺼내기 시작합니다.

프랑스 과자인 ‘마들렌’(madeleine)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티 쿠키인데 조개를 연상케 하는 모양을 지닌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의 과자입니다. 이 과자는 문학이나 영화에서 종종 등장하는데 잃어버린 기억을 떠올리거나 과거의 추억에 젖게 하는 상징적인 음식으로 나옵니다. 이는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영향이죠. 이 소설에서 주인공이 따뜻한 차에 마들렌을 한 입 베어 먹는 순간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게 되는 유명한 장면이 나오거든요. 이 장면 때문에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촉매제로서의 마들렌은 ‘프루스트의 마들렌’이라고 불리며 많은 곳에서 인용되고 있습니다.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 역시 이 사실을 염두에 두고 쓰인 작품이라는 건 주인공들의 이름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폴 마르셀’과 ‘마담 프루스트’의 이름을 합치면 마르셀 프루스트가 되거든요.

이 영화에는 마들렌 외에 슈케트(chouquette)라는 과자도 나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커스터드 크림이 채워진 슈에서 크림을 빼고, 슈 반죽에 우박 설탕을 뿌려서 구운 과자에요. 안이 비어서 가볍고 달콤한 과자죠. 영화에서 폴이 집착을 보이는 과자로 등장하는데, 무언가에 집착하는 유년기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가 기억을 복원하면서 슈케트는 더 이상 등장하지 않죠.

나쁜 기억은 행복의 홍수 밑으로 보내 버려. 수도꼭지를 트는 일은 네 몫이란다.”

이제 폴은 수도꼭지를 틀어 나쁜 기억을 행복의 홍수 밑으로 내려보냅니다. 우리의 기억이 언제나 좋을 수는 없겠죠.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린 기억을 편집해서 살아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 기억을 회피할지 정면으로 마주할지는 자신의 선택입니다. 어느 쪽이든 우린 그 결과를 감당하며 살아야 될 테니까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감독 실뱅 쇼메

출연 귀욤 고익스, 앤 르 니, 베르나데트 라퐁, 헬렌 벤상

개봉 2013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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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메뉴 따라 하기

마들렌은 프랑스 로렌 코메르시(Commercy)에서 유래됐다고 알려진 과자로 밀가루, 버터, 달걀, 우유를 넣고 만듭니다. 구웠을 때 조개껍질처럼 골이 파인 반대 방향이 볼록 튀어나오게 구워져야 잘 구워진 것입니다. 이 부분을 흔히 마들렌의 배꼽이라고 부르죠. 잘못 구우면 배꼽이 터져 반죽이 흘러나오는데 이것을 마들렌의 눈물’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낮은 온도에서 오래 구우면 딱딱해지기 쉬우니 높은 온도에서 빨리 구워내는 게 부드러운 마들렌을 만들 수 있는 비법입니다.


홍차 마들렌

재료
박력분 100g 베이킹파우더 3g 달걀 11/2개 설탕 90g 버터 95g 우유 50g 티백 2
팬에 바를 버터 약간, 팬에 바를 밀가루 약간

만들기
1. 분량의 우유를 뜨겁게 데운 뒤, 티백 1개를 넣고 우려낸다.
2. 볼에 달걀을 멍울 없이 푼 뒤, 설탕을 넣고 거품기로 잘 섞는다.
3. 여기에 1의 티백을 우려낸 우유를 넣고 잘 섞는다.
4. 체 친 박력분과 베이킹파우더를 넣고 잘 섞는다.
5. 버터는 중탕이나 전자레인지를 이용해 완전히 녹여서 4에 넣고 매끄럽게 섞는다.
6. 나머지 티백 1개를 뜯어서 가루를 넣고 잘 섞는다.
7. 준비된 마들렌 팬에는 버터를 얇게 바른 뒤, 여분의 밀가루를 발라서 탁탁 털어낸다.
8. 준비된 틀에 반죽을 80%가량 채운 뒤, 180도에서 12분가량 굽는다.


파란달 / 요리 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