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쳐(Vulture)와 리프린트 계약을 맺고 번역한 콘텐츠를 편집한 글입니다. (: 안젤리나 제이드 바스티앙)

<굿 파이트> 시즌2, 12번째 에피소드에서 수잔 모리스 판사(제인 알렉산더)는 자신을 이겨보려는 이민세관 집행국 요원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민주주의 사회에 사는 건 여전히 사실이지만, 이 방 안에서 여러분은 군주제 사회에 있는 겁니다.” 모리스 판사는 아주 짧은 순간에 공간과 사람들을 완전히 통제하며, 날카로우면서도 영리하게 이 이야기의 주제를 환기시킨다. 모리스 판사의 행동의 원료가 된 것은, 바로 판사 자신의 분노다. 이 장면은 <굿 파이트>가 정말 영리하게 시청자를 유혹하는 드라마임을 잘 보여준다. 제작진은 사기꾼 저리 가라 할 만한 법조인들의 유려한 말솜씨, 인물의 진화를 친절히 드러내는 멋진 의상, 화려한 세트장과 배우들의 신체적 특징을 잘 활용한 연출법을 잘 활용한다.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지금의 절망적인 문화적 환경에서 여성의 분노가 가진 친밀하면서도 정치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작품의 주제를 적극적으로 고민하게 만든다.

<굿 파이트> 시즌2는 개인의 안녕과 자율성에 적대적인 지금의 미국에서 여성의 분노가 처한 어려운 현실을 더 깊게 탐구한다. 열정적이고 능력 있는 변호사이자 열렬한 민주당 지지자 다이앤 록하트(크리스틴 바란스키)는 현재의 무시무시하고 괴상한 정치적 환경에 완전히 절망했다. <굿 파이트>는 이민세관 집행국의 과도한 간섭, #미투 운동의 복잡성, <환상특급> 수준으로 터무니없는 현재 백악관의 풍경을 바란스키와 여러 배우들의 환상적인 연기로 풀어나간다. 그럼으로써 드라마는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되는 모습을 드러낸다. 여성 분노의 복잡한 지형을 이용해 이질적인 정치, 사회적 이슈를 다루며 다른 작품은 할 수 없는 방식으로 현대의 정치적 삶에 질문을 던진다.

올해의 반이 지난 지금, 여성의 분노는 대중문화에서 신성한 주제가 되었다. <굿 파이트>의 다양하고 복잡한 여성 캐릭터와 그들의 성장은 이를 잘 드러낸다. 마이아(로즈 레슬리)의 기억은 부모의 폰지 사기 혐의를 알았을 때 느낀 절망으로 불안정하다. 로펌의 초임 수사관 마리사(사라 스틸)는 나이 많은 남성 동료들에게 묵살당하고 무시당한다. 리즈 로렌스(오드라 맥도널드)는 검사를 그만두고 전남편 애드리안 보스먼(델로이 린도)의 로펌에 합류해 불의에 끊임없이 맞선다. 특히 에피소드 9에서 로펌이 도널드 트럼프의 오줌테이프(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3년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 호텔에서 매춘부들과 함께 찍힌 섹스테이프가 있으며, 러시아가 이를 확보했다는 소문이 있다)를 발견하고, 영상 속 러시아 여성 한 명이 진실과 자유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만 할 때, 분노가 여성들에게 어떻게 길잡이가 되는지 분명해진다. 다이앤 록하트에게는 너무나 그렇다.

이번 시즌이 시작될 때 다이앤은 표류하고 있다. 시즌1에서는 개인의 삶과 직업적인 대재앙 때문이었다면, 지금은 정치적 분위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각 버섯도 아주 조금씩 흡입하고, 반파시즘 활동가와 ‘썸’도 타며, 언론 보도를 점점 더 불신한다. 정의와 정치가 자신의 믿음을 배신하자 다이앤은 계속해서 공격적으로 군다. 그녀의 작은 세계는 비틀거린다.

하지만 다이앤의 방황은 오래가지 않는다. 부조리와 불의 앞에서 스스로 보호막을 터뜨린다. 이번 시즌에는 변호사를 노리는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애드리안 또한 보이지 않는 적의 총에 맞으며 로펌 사람들은 타격을 입는다. 10번째 에피소드, ‘Day 471’은 중요한 전환점이다. 다이앤은 전설적인 경쟁자 솔로몬 왈처(알렌 알다)가 아드리안의 부상을 빌미로 고객을 빼가는 걸 알자마자 환각제를 내던지고 전열을 재정비한다. 계획을 세우고, 이 드라마가 가장 잘 하는 영리한 사기꾼 게임을 펼쳐놓는다. 왈처는 오랜 고객이자 시카고의 악명 높은 마약왕 레몬드 비숍(마이크 콜터)에게 얻은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고, 민주당 전국위원회는 그의 회사와 거래를 끊는다. 분노가 다이앤을 다시 깨운다. 다이앤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솔로몬에게 말한다. “세상이 미친 건 상관없어요. 내가 제정신으로 있을 구석만 있다면.”
 
<굿 파이트>#미투 운동과 현재의 페미니즘 운동도 섬세하게 분석한다. 페미니즘 안에서 세대 간 이동은 운동 그 자체나 이를 정의하는 원인 면에서 모두 좇아갈 만한 훌륭한 역사이지만, 지금의 페미니즘 대화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멋진 60대 여성으로, 경쟁심이 강하고 성생활도 활발한 다이앤과 그녀를 둘러싼 각각 다른 연령과 배경의 여성들은, 다른 드라마라면 겨우 스치듯 다룰 만한 문제들을 다룰 수 있다.
 
이번 시즌 11번째 에피소드는 가장 복잡하면서도 동시에 분노를 유발하는 시작점이다. ‘Day 478’은 한 사진작가가 “피해야 할 나쁜 놈들”이라는 사이트에 자신의 이름을 언급한 옛 데이트 상대에게 소송을 건 사건을 다룬다. 이곳은 힘 있는 남자들이 저지른 부적절한 행동이나 추행 사실을 여성들끼리 공유하는 사이트다. 피고소인과 가해자 둘의 이야기는 명확하지 않다. 그들이 서로에게 끌렸고, 키스나 그 이상의 성적 접촉이 있었던 사실에는 동의하지만, 그 의미는 서로 다르다고 주장한다. 남자는 모든 게 동의 하에 일어난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여자는 남자가 강요를 했고, 그날 자신의 불편함을 그가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느꼈다.
 
<굿 파이트>의 캐릭터들은 꽤 껄끄러운 도덕성을 가지고 있어, 다이앤이 웹사이트 폐쇄를 원하는 가해자의 변호를 맡은 점은 흥미롭다. (이 상황은 여러 면에서 이번 시즌 초반 아드리안이 자신도 모르게 여성들의 야망을 꺾었음을 알게 된 것과 맞닿아 있다.) 에피소드가 진행되며 질문할 거리는 많아진다. 다이앤 같은 페미니스트가 이런 남자를 변호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전 세대 페미니스트들은 현재의 움직임을 어떻게 생각할까? 폭행, 성관계, 동의에 대한 흐릿하고 불편한 이야기에 우리가 어디까지 선을 그어야 할까? 긴장이 고조되면서, 로펌의 남성과 여성은 이 질문들을 놓고 논쟁을 벌인다. 에밀리 누스바움이 훌륭한 글에서 언급했듯이 이 에피소드는 정말 지저분하고, 어떤 분기점에서는 맨해튼 부자 동네의 중년들이 북클럽에서 분노의 말을 쏟아내는 것 같지만, 킹 부부의 가장 중요한 수칙을 정의하기도 한다. 이들은 실용주의자다. 말뿐인 대화는 싫어한다.”
 
에피소드에서 다이앤과 “피해야 할 나쁜 놈들” 사이트 운영자 그레첸 맥기(조이 윈터)와 맞서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자신에게 배신자라 쏘아붙이는 그레첸에게 다이앤은 말한다. “당신 문제가 뭔지 알아요? 여자는 그저 하나의 모습만 있는 게 아니에요. 그리고 당신이 우리가 어떤 모습일지 결정할 권리도 없고요. 다음에는 제대로 된 변호사를 고용해 명단을 제대로 만들어요.” 내가 지금 세대의 페미니스트이지만, 그레첸이 다이앤을 평가절하하는 것 같은 말에는 화가 났다. 이 에피소드는 다른 드라마에서 할 수 없었던 첨예한 내용, 페미니즘 안에서의 세대 분화, ‘여성다움’과 ‘피해자다움’을 본질적으로 연결하는 불편한 단정을 다루며, 여성은 세상이 안기는 고통 그 이상의 존재임을 마치 미래를 내다보듯 선명하게 드러낸다. 이를 통해 여성의 분노는 개인의 삶을 다시 만들어가는 수단이자 애초에 무엇이 가능할 수 있었는지 상기시키는 희망임을 보여준다.

현재의 정치 지형이 판을 깔고, 드라마가 만든 캐릭터에 입체감과 생생함을 더하는 것은 바란스키의 연기다. 바란스키는 지난 몇 년간 계속해 캐릭터에 다양한 면을 더하고, 대담하면서도 찰나 같은 순간에 다이앤에 대한 강렬한 이해를 선보인다. 시즌2 초반, 솔로몬 왈처는 다이앤의 전남편이자 총기 전문가 커트 커트 맥비(게리 콜)에 대한 의심의 씨앗을 심는다. 그들의 소원한 결혼 생활이 문제에 직면하는 지점은 투닥거리는 스크루볼 코미디 스타일로 그려진다. 바란스키는 차갑고 날카로운 말투로 커트의 충성심이 누구에게 있는지 묻는 것부터 흔들리는 목소리로 실망감을 나타내는 것까지 완벽하게 해낸다. 바란스키는 옳고 그름, 개인적인 삶, 직업적인 영역 모두에서 다이앤이 품은 분노를 그 처음부터 끝까지 폭넓게 보여준다.
 
나는 바란스키의 걸음을 볼 때마다 경외심을 품는다. 침착하고, 날카로우며, 임팩트 있고, 우아하고 날카롭다. 바란스키는 다이앤을 어떤 공간에서든 자리를 잡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여성으로 표현한다. 임무가 있고, 자신의 화려함과 불같은 열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음을 보여준다. 바란스키가 그리는 다이앤의 분노는 겉으로는 우아하고 교양 있어 보이지만, 포악하게 분출하는 것만큼 뜨겁게 타오른다.
 
<굿 파이트>는 불완전하다. ‘시카고다움’을 잘 그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다크 코미디는 가끔 익살스러운 소동으로 끝난다. 드라마 속 흑인 캐릭터에 대한 접근은 다른 캐릭터에 비해 단순하고 특별하지 않다. ‘CBS 올액세스’에 서비스되는 것 또한 접근 장벽을 높이는 요인이다. 하지만 바란스키의 연기는 여성의 분노를 가시처럼 뾰족하고, 영감 가득하며 신체적으로도 빈틈없이 그려낸다. 그렇게 <굿 파이트>가 지금이 아니면 존재할 수 없을 가장 필요하면서도 재미있는 드라마가 됐다.

굿 파이트 시즌2

출연 크리스틴 바란스키, 쿠쉬 점보, 로즈 레슬리, 델로이 린도, 에리카 타젤, 사라 스틸, 저스틴 바사

방송 2018, 미국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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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파이트

출연 크리스틴 바란스키, 쿠쉬 점보, 로즈 레슬리, 델로이 린도, 사라 스틸, 저스틴 바사, 에리카 타젤

방송 2017, 미국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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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The Good Fight Is the Most Incendiary Portrait of Female Anger on TV
편집 겨울달 / 에그테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