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콩나물〉의 김수안, 〈우리들〉의 최수인 등 숨겨진 원석을 발굴해 온 윤가은 감독이 이번에도 새로운 얼굴을 찾아냈다. 〈세계의 주인〉으로 데뷔한 배우 서수빈은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작품의 첫선을 보인 이후 “경이로운 연기”라는 찬사를 끌어내며 차세대 배우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친구들을 잘 챙기는 반장이자 공부를 잘하는 모범생에 성격도 밝고 쾌활하기까지 한 넘사벽 학교 인싸 이주인 역을 맡았다. 서수빈은 주변의 모든 사람과 스스럼없이 잘 지내지만, 마음속에는 과거의 상처와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주인을 신인답지 않은 깊은 연기로 그려낸다. 인터뷰 내내 시종일관 진솔한 답과 엉뚱한 답을 오가며 밝은 기운을 뿜은 서수빈 배우는 저절로 주인의 밝고 쾌활한 모습을 내비쳤다. 서수빈 배우를 만나 작품과 맡은 인물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이번 영화 〈세계의 주인〉이 데뷔작인데요. 데뷔작 촬영을 무사히 마친 소감과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스크린에 제 얼굴이 크게 나오는 그 자체가 너무 신기했어요. 또 많은 분이 기다린 윤가은 감독님의 작품을 어떻게 봐주실지도 궁금했고요. 이런 인터뷰를 하고 있는 지금도 긴장이 많이 되고, 아직 실감이 잘 안 나는 단계인 것 같습니다.
이주인이라는 인물을 처음 접하고 나서는 이 인물을 어떻게 만들어 가려고 하셨는지 궁금해요.
주인은 반장이고 모범생이다 보니까 친구들을 잘 챙기고 공부도 잘하는데요. 저는 그렇지 않아서 주인의 그런 특징에 포커스를 맞춰서 연기했던 것 같아요. 제가 평소에 친구를 만날 때도 전보다 훨씬 더 친구를 챙기고, 배려하고 그런 식으로 주인의 특징을 일상생활에도 적용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 일상생활이 많이 바뀌었어요. 준비할 때는 단 한순간도 주인을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었어요.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인물에 관해서 서로의 생각을 맞추기 위해 감독님과 나눈 얘기가 있을까요?
제가 너무 잘하고 싶어서 엄청 애를 쓰려고 했는데, 감독님께서 100% 완벽한 걸 만들려고 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놀이로서 접근해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다른 배우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게끔 해주셨어요. 그게 진짜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선배님들도 기꺼이 시간을 내주시고, 친구들도 시간을 내주고 같이 등산도 가고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감독님은 그렇게 주인에 대해 설명하기보다는 진짜 주인의 환경에 놓이게 해줬어요.
주인이 과거에 트라우마가 남을 만한 상처를 입긴 했지만, 그 트라우마 안에 자신을 가두려는 인물은 아니잖아요. 계속해서 사랑을 하려고 노력하는데, 그런 주인의 강인함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주인의 강인한 점이 저랑 닮았다고 생각해요. 자화자찬인가?(웃음) 제 추구미도 강인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주인의 그런 점이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저랑 비슷하면서도 제가 원하는 모습을 더 갖고 있는 인물이어서 역할을 맡았을 때 진짜 행복하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영화의 주연이 됐다는 기쁨보다 주인이를 만나서 너무 기뻤어요.

배우님은 20대지만 주인은 고등학생이잖아요. 영화가 전반적으로 10대의 성과 사랑을 다루면서 주인의 연애 장면이 많이 등장하는데요. 10대인 주인이 연애에 있어서 미성숙한 측면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신 게 있을까요? 감독님께서는 10대 연애 브이로그 영상을 많이 참고했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감독님께서 추천해 주신 브이로그 영상을 많이 봤고요. 오빠랑 놀고 있으면 그 자체가 잘 나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 연애 브이로그 장면을 찍을 때, 감독님께서 카메라를 주시고 저희끼리 가서 찍었거든요. 근데 처음에는 저희가 미성숙하게 보이려고 작위적으로 연기를 하더라고요. 근데 영화에서는 그런 것들은 다 없고, 저희끼리 장난으로 찍은 것들이 나와요. 예를 들면 찬우(김예창)가 사과를 들고 있고 제가 그걸 보고 빵 터지는 부분도 감독님께 보내려고 찍은 게 아니라 저희끼리 장난치다가 나온 NG컷인데 그게 영화에 쓰이기도 했어요.
세차장 장면에서는 주인의 숨겨져 있던 감정이 다 표출되잖아요. 이 장면 찍을 때는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연기하셨는지 궁금해요.
그 세차장 신이 가장 부담됐었어요. 선배님들도 다 궁금해하시고 한 번씩 찍었는지 물어보시니까 이거 진짜 잘해야 되는데 싶더라고요. 감독님께서도 다른 장면들은 연습을 많이 하게 했는데, 세차장 신은 한 번도 연습을 안 시켜주시는 거예요. 세차장 신에 관한 얘기는 크게 나누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더 불안해서 혼자 연습실 가서 소리 지르면서 연습했었어요.
현장에 갈 때도 너무 떨려서 별의별 노래를 다 들었어요.(웃음) 현장에 막 도착했을 때도 긴장이 돼서 몸이 확 굳어버린 거예요. 그날따라 감독님도 좀 긴장하신 것 같더라고요. 걱정되는 마음으로 촬영을 시작했는데, 신기하게도 주인의 주변 인물을 떠올리고 자연스럽게 극 속으로 들어가지더라고요. 그래서 감독님께서 이전에 연습을 안 시켜본 이유가 오늘 이 순간에 여기서 주인의 내면을 만나게 해주려고 그랬나 보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굉장히 떨렸지만 귀한 경험을 한 것 같아요. 그 장면 끝나고 나서는 감독님께서 고맙다고 안아 주셨어요.

모녀 관계로 출연한 장혜진 배우와의 호흡은 어떠셨어요? 현장에서 선배인 장혜진 배우에게 들은 조언이 있다면 함께 말씀해 주세요.
선배님께서는 늘 유쾌하셨어요. 현장 분위기를 항상 밝게 해주셨는데, 그럴 때마다 많이 웃었고, 이전 작품에서 재밌었던 에피소드도 많이 들려주셨어요. 대화를 많이 나눴는데, 조언 같은 건 앞으로의 배우 생활에 있어서 제가 너무 큰 부담을 느끼지 않게끔 “도망가도 된다”고 말씀해 주셨어요.(웃음)
또 세차장 장면에서는 극 중에 나오는 직원분이 실제 주유소 직원분이셨거든요. 근데 촬영에 들어갔는데, 그분이 핸드폰으로 저를 찍으신 거예요. 그때 연기하면서 집중이 많이 흔들렸는데, 선배님께서 손을 딱 잡아 주시면서 눈 감고 천천히 호흡하고 너한테 집중하라고 시간을 충분히 가져도 된다고 말씀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그때 진짜 신기하게도 집중력이 돌아오더라고요. 저는 그렇게 집중이 흔들렸던 경험도 처음이다 보니까 어떻게 돌아오게 하는지를 전혀 몰랐었는데, 선배님 덕분에 다시 집중할 수 있었어요.
동생 해인 역을 맡은 이재희 배우는 더 어린 아역 배우기도 한데, 함께 연기하면서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촬영 초반에 처음으로 집 장면을 찍을 때, 제가 바짝 긴장을 했어요. 그렇게 촬영 장소인 집에 갔는데 재희 배우가 내복 바람으로 너무 자연스럽게 거기 살고 있는 거예요.(웃음) 분명히 재희 배우도 그날 처음 그곳에 왔을 텐데, 그냥 그 집에 살고 있는 해인이가 온 거예요. 그래서 저도 덩달아 긴장을 좀 풀고 진짜 그 집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올해 토론토 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이후부터 서수빈 배우의 연기에 대한 극찬이 이어지고 있잖아요. 배우로서 출발을 잘한 셈인데, 앞으로 하고 싶은 연기가 있을지도 궁금해요.
제가 운동에 자신 있어서 스포츠 영화를 하고 싶어요. 근데 스포츠 영화 중에서도 약간 겨루는 거 있잖아요. 그런 걸 하고 싶어요. 또 스포츠 영화 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밀리언 달러 베이비〉나 〈백엔의 사랑〉처럼 그런 뜨거운 영화들, 몰입이 너무 잘 되는 그런 영화요. 정말 터질 것처럼 힘든 순간의 그 기분을 잘 알다 보니까 그런 거를 한번 연기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배우로서 연기 활동을 계속해나갈 텐데, 그에 앞서서 다짐한 거나 각오한 게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앞으로 하게 될 모든 경험이 〈세계의 주인〉의 도움을 크게 받을 것 같아요. 영화 내적인 것뿐만 아니라 〈세계의 주인〉을 하면서 배웠던 소중한 경험들, 그것들을 통해서 항상 솔직하게 피하지 않고 온전히 경험하면서 살아갈 것 같고요. 뭐든지 충실하게 올바르게 하면서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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