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너와 나의 5분' 엄하늘 감독, “N차 관람 유발하는 멜로적 순간” ②

“표현할 수 있는 게 늘긴 늘었구나, 그렇게 생각하게 됐다”

씨네플레이 이화정 객원기자


※ 〈너와 나의 5분〉 엄하늘 감독의 인터뷰는 1부에서 이어집니다.

〈너와 나의 5분〉
〈너와 나의 5분〉

내향적인 경환이 결국 부당함에 매번 맞선다면, 외향적이고 자신만만한 재민은 오히려 반대인데요. 말씀하신 대로 재민은 앞서 겪은 상처로 빨리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 걸 수 있죠. 굉장한 자기방어의 표현일 수 있죠.

​맞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재민의 마음에 대해서는 관객분들이 가끔 물어보세요. “재민이는 그럼 헤테로인가요? 아니면 그쪽인가요?” 저는 영화로 다 얘기했다고 생각해서 굳이 규정을 하고 싶진 않았거든요. 이 영화의 멜로 장치는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걸 보면서 경환이의 마음에 공감해주면 좋겠다는 의도가 컸어요.

그럼에도 경환을 설레게 한 재민의 제스처, 이를테면 갑자기 손잡고 시장 거리를 뛴다던가, 얼굴을 가까이 들이민다던가, 어깨를 부여잡는 동작들은 다분히 의도적인 설렘 유발 장치이자 멜로 영화의 클리셰잖아요. 〈피터팬의 꿈〉의 레퍼런스로 언급하신 곽재용 감독의 〈클래식〉(2003)이나, 이번 작품에 삽입된 〈엽기적인 그녀〉 같은 곳에서 한국 대중 멜로영화에 대한 탐구와 활용이 엿보였어요.

​네, 그건 의도했어요. 제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족들과 극장 가서 본 작품이 〈엽기적인 그녀〉(2001)였어요. 곽재용 감독님은 〈비 오는 날의 수채화〉(1989)부터 멜로를 해오셨죠. 뿐만 아니라 거슬러 올라가면 〈겨울 나그네〉(1986)의 곽지균 감독님도 있고요. 1990년대~2000년대 초 한국 멜로들도 좋아해요. 그래서 “이건 내가 좋아해서 넣은 거다”라는 깃발 같기도 하고요. (웃음) 뻔뻔하게 넣은 거죠.

엄하늘 감독 (사진제공=트리플픽쳐스)
엄하늘 감독 (사진제공=트리플픽쳐스)

멜로영화와 순정만화의 공간의 활용도 돋보이는데요. 버스 뒷좌석이 대표적이에요. 두 캐릭터가 교실 안에서 차별과 혐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면, 이곳은 그들에게 감정의 도피처로 기능하는데요. 이미 많은 작품에서 사용되어 자칫 식상할 수 있는 장면인데도 차창 밖의 풍경, 겨울이라는 계절감을 놓치지 않으면서 이 작은 공간을 ‘그들만의 5분’이 존재하는 따뜻한 감정 교류의 장으로 만들었어요.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 만들어졌고요.

​2014년에 처음 이 시나리오를 썼을 때는, 그냥 “창밖을 바라보는 경환, 음악이 흐른다, 창밖이 흐릿하게 보이면서 2~3분이 흐른다” 이렇게만 썼어요. 경환이는 좋아하는 길이 있다는 걸 창밖을 보는 걸로 묘사한 거죠. 근데 그 뒤로 단편도 더 찍고, 이 이야기를 다른 형태로도 계속 만지다 보니까, ‘창밖만 나오게 하지 말고 이 순간의 온도, 공기, 표정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지금처럼 확장된 거고요. 그걸 보면서 ‘그래도 내가 그동안 게으르게 살지는 않았구나, 표현할 수 있는 게 늘긴 늘었구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캐릭터들을 이어주는 건 그룹 글로브의 음악인데요. 재민이 밴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댄스곡인 ‘Faces Places’를 좋아한다면, 경환은 글로브의 발라드곡인 ‘Departures’를 좋아하죠. 선곡으로도 여러 해석이 가능한데요. 글로브의 음악을 활용하게 된 계기는 어떤 것이었나요.

시나리오 처음 쓸 때 결심한 노래가 ‘Departures’였어요. “이건 무조건 들어가야지” 하고. 그래서 글로브 노래를 다 다시 들어 보니까 ‘재민이 입장에서는 ‘Faces Places’가 맞겠다’ 싶었어요. ‘Departures’는 실제 글로브 멤버가 여자친구와 싸우고 그다음 날 쓴 곡이래요. 눈 내리는 길을 둘이 같이 간다, 너만 있으면 된다… 이런 가사라서 경환이랑 잘 맞았고요. 재민이는 오히려 어떤 시기를, 어떤 얼굴을, 어떤 장소를 떠올리는 아이니까 ‘Faces Places’가 맞겠더라고요. 선택은 단순했는데, 하고 나서 오히려 제가 노래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너와 나의 5분〉
〈너와 나의 5분〉

퀴어 장르의 변화 중 하나가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묘사예요. 소수자를 향한 명확한 선악 구도를 벗어나고자 한 노력이 보였어요. 특히 친한 친구인 ‘솔’ 캐릭터가 보여주는 ‘무심코 한 차별’을 표현한 게 중요하다고 봤어요. ‘대놓고’ ‘의도적으로’ 와는 다른, 평범한 사람들의 시점이 보이더라고요.

​누군가를 완전한 악으로도, 또 선하기만 하게 그리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그 친구가 완전히 선하다고 볼 수는 없는 아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장면을 썼어요. 그 친구가 보여주는 여러 결의 표현이나 태도는 사실 제 학교 때 모습이 그랬어요. 성격적으로 저도 솔이처럼 장난치는 것도 좋아하기도 했고요. 그러면서 차별받는 친구를 보고 막상 도와주지도 못했고요. 어쩌면 솔이가 보통 사람들의 시선일 수 있겠구나, 그런 부분을 반영해서 만든 캐릭터예요.

캐스팅은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경환 역할을 먼저 하려는데 진행이 더뎌지면서 재민 역의 현우석 배우를 먼저 캐스팅했어요. 처음에 설정을 중3으로 했는데, 오디션 후에 2차 시나리오를 보내주면 못하겠다고 하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어린아이들이라 부담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캐릭터 설정을 고1로 한번 조정했어요. 그러면서 오히려 배우 선택의 폭이 넓어졌죠. 앞서 우석 씨가 〈빅슬립〉(2023)에서 가출팸의 리더로 나오는데 영화에서 거친 모습을 보다가 실제 만났는데 너무 잘 웃고 순박해 보였어요. 아 이런 이미지면 같이 할 수 있겠다 싶었죠.

〈너와 나의 5분〉
〈너와 나의 5분〉

심현서 배우는 워낙 어릴 때부터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로 주목받았고, 화제가 된 단편 〈유월〉(2018)에서도 춤 연기를 보여줬었죠. 이 작품을 통해 그 어린이가 참 잘 컸고, ‘본격적으로’ 좋은 배우가 되었구나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네, 이제 연기에 집중하려 하더라고요. 경환 역을 찾으면서 두 배우의 나이 차가 너무 많이 나면 안되겠다 하면서 캐스팅을 했어요. 경환 역을 찾는 데는 시간이 좀 오래 걸렸어요. 원래 제가 비주얼 적으로 경환과 재민의 키 차이를 크게 하려고 했어요. 현서 배우를 고려했는데 두 배우가 키가 1센티 밖에 차이가 안 나서 제가 그린 그림과 맞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내가 너무 제 함정에 빠져서 그런 사람들만 찾으려고 하는 게 아닌가, 키를 벗어나서 일단 만나 보자 해서 현서 배우와 하게 됐죠. 아직 십대라 저도 더 많은 모습이 기대되고 궁금해요.

마지막으로 제목이기도 한 ‘너와 나의 5분’의 장면 연출이 굉장히 서정적인 울림을 주는데요. 크레딧이 흐르는 동안 Departures 가 흐르는 5분과 의도적으로 맞아떨어지게 장면을 구성했어요. 사춘기, 정체성의 확립이 되는 시기를 거치는 동안 두 사람에게는 물리적으로 짧지만 영원의 시간이기도 한데요.

제목에서 5분은 사실 노래 길이를 생각해서 지었어요. 그런데 쓰다 보니까 정말 중요한 건 경환이 그 5분을 기억하는 순간이 의미가 있어서잖아요. 그래서 경환이가 행복했던 모습을 5분만 보여주고 싶었어요. 정확히는 4분 50초인데, 크레딧을 좀 더 길게 보여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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