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여빈 배우는 1시간 남짓한 인터뷰 시간 동안 자신의 연기 철학을 전하는 것보다 선후배 동료 배우들의 고생스러운 시간과 숨은 노력을 드러내는 데 시간을 더 할애했다. 그는 동료 배우들에게서 장점과 배울 점을 발견하려고 애쓰는 사려 깊은 사람이었고, 이러한 전여빈의 성정은 절도죄로 소년원을 나온 이후, 아니 그보다 더 오래전부터 사회에서 소외돼 온 김영란의 선함을 발견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누구보다 전여빈은 극 속의 영란을 처절하게 이해하고, 마지막까지 응원한 사람이다. 배우 전여빈을 만나 작품과 인물 김영란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착한 여자 부세미〉를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가 작품의 로그라인이라고 들었어요. ‘다른 사람이 너에게 어떤 손가락질을 해도 넌 너 자체로 행복할 자격이 있다’는 글귀 때문에 선택했다고 들었는데, 그 글귀가 당시 본인에게 어떤 마음의 동요를 주었기에 작품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었나요?
이 세상에 태어난 존재라면 어떤 사람에게 어떤 평가를 받건 마땅히 행복할 수 있다는 그 말이 되게 큰 위로로 느껴졌어요.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에게 어떤 결핍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나쓰메 소세키의 책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보면 그런 문장이 있어요. “무사태평하게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 깊은 곳을 두드려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라는 문장인데, 저는 그런 것 같아요. 이 세상 누구라도 사연 없는 사람은 없을 거고, 자기의 결핍이 없는 사람도 없을 것 같거든요. 드라마를 설명하는 그 로그라인이 제가 듣고 싶은 말이기도 했고, 모두에게 필요한 위로처럼 느껴졌어요.
김영란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감정 연기를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데, 액션도 해야 하고, 코미디도 해야 하잖아요. 준비하는 과정에서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만들어 가셨어요?
대본을 받았을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느꼈던 건 서울 사람들과 무창 사람들의 톤앤매너가 너무 다르다는 거였어요. 한쪽은 너무 차가운데, 한쪽은 너무 뜨거워요. 근데 영란은 그 둘을 오가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어떻게 톤을 맞춰야 할지 고민했어요. 그때 시소처럼 오르락내리락할 수 있게 중심축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1, 2화에는 영란의 드라마가 제일 많이 드러나기 때문에 무조건 호소력이 있어야 했어요. 그래서 삶에 대해서 처연한 심정을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미지로는 버림받은 길고양이 같은 느낌이요. 그렇게 첫 번째로 할 수 있는 시도는 외형적인 거였어요. 살을 빼서 몸을 마르게 했고요. 두 번째는 연기적으로 할 수 있는 시도였는데요. 영란은 어쨌든 아주 절박한 사람이거든요. 평범이라는 단어와는 아주 먼 거리의 삶을 산 친구이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이 친구에게는 아주 가혹한 날임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어떤 가혹한 날들을 이겨내고 있는지조차도 모르는 그런 얼굴과 텐션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영란은 대사보다는 눈빛으로 말하는 게 더 많았거든요. 그 눈빛에 흔들리면서도 영란의 단단한 면모가 보일 수 있게 노력했어요.

그렇다면 부세미를 연기할 때는 김영란과 어떤 차별점을 두셨어요?
평범과는 아주 거리가 먼 삶을 산 영란이 상상해 봤을 법한 걸 생각해 봤어요. 아주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20대, 30대 여성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영란이 새로 태어날 수만 있다면 되고 싶은 모습은 어땠을까? 그런 부분에서 생각해 봤어요. 부세미의 모습은 영란이 꿈꿨을 모습, 사실 영란이에게는 가장 비범한 모습일 수도 있죠. 그래서 막상 부세미가 됐을 때는 부자연스러워 보이게끔 연기했어요. 영란은 항상 무채색의 옷을 입고 목이 다 늘어진 옷, 기장이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지만, 부세미가 됐을 때는 아주 좋은 옷을 입어요. 근데 그 옷이 아주 어색하게 느껴지길 바랐어요.
감독님께서 “이 드라마는 복수 스릴러 30%, 코미디 30%, 휴먼 30%다”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듣기로는 장르마다 명확하게 구분되고 쉬울 것 같지만,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되게 어려웠을 것 같아요. 각 장르의 톤, 균형을 어떻게 맞추셨어요?
처음 이 작품이 들어왔을 때부터 범죄, 로맨스, 스릴러, 코미디, 휴먼, 이렇게 복합 장르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요즘은 쇼츠를 정말 많이 소비하는 시대잖아요. 12부작이면 드라마치고는 짧을 수도 있지만, 쇼츠에 비하면 너무 긴 시간이거든요. 그래서 복합 장르라는 게 오히려 저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댓글 (0)
댓글 작성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