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플레이 이화정 객원기자
■ 〈종이 울리는 순간〉 김주영, 코메일 소헤일리 감독 인터뷰는 2부로 이어집니다


특히 주요 등장인물인 군수 님의 역할도 컸어요. 보통 책임자의 경우 인터뷰에 보수적일 거라는 예상을 깨고, 솔직하게 개발을 주도한 당사자로 관의 입장을 설명하는데요.
코메일 감독 군수님께서 굉장히 오픈 마인드여서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이 작품이 환경 다큐일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인터뷰 도중에 “이거 편협한 편집으로 악의적으로 편집하시는 거 아니겠죠?”라고 귀엽게 걱정하신 부분도 있었거든요. “절대 그럴 일은 없습니다”라고 말씀 드렸죠. (웃음)
김주영 감독 그분이 젊었을 때 환경운동을 하셨던 분이더라고요. “이런 이야기의 중요성”을 알고 계신 분이었어요. 더불어서 각 곳에 촬영 협조를 구할 때 저희가 국제 제작자이고 이란인 감독이라 경계가 조금 헐어지는 부분도 있었던 것 같아요.
현재는 가리왕산에서 케이블카가 운영 중인데요. 영화와 비교하면 상황이 조금 달라졌나요.
김주영 감독 영화를 제작하던 시점에는 “2년간 시범 운행을 한 후에 이걸 완전 복원할지 아니면 계속 갈지”를 결정해야 되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저희는 이 영화에 약간 시간 제한이 있었어요. “그 이전에 꼭 만들어서 공론화하고, 복원하는 쪽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욕망을 갖고 제작을 시작했어요. 그 당시에 협의체가 구성이 됐는데도 생각의 간극이 너무 크다 보니까 합의점에 이르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지금은 중봉이랑 상봉은 여전히 유전자보호림이고, 하봉은 해제돼 있는 상태라서 이것도 궁극적으로는 유전자보호림으로 되돌린다고 합의가 됐는데, 문제는 그때까지는 자연을 훼손하는 케이블카를 계속 운행한다는 거예요.

막상 작업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것들, 더 큰 문제를 절감하셨을 것 같은데요.
코메일 감독 저희한테도 이 영화 제작 자체가 되게 큰 케이스 스터디 같은 작품이었어요. IOC나 이런 큰 지자체에서 배포하는 보도자료를 보면 되게 경제적으로 생산적인 것처럼 보이잖아요. 그런데 실제 필드에 가서 더 큰 리서치를 하고, 실제 숫자로 경제적 성과가 있었는지를 다 찾아보면 “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배우게 되는 과정이었어요. 2주 정도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 갑자기 수천 명의 관광객이 온다고 해서 이 도시에 엄청나게 큰 경제적 이득을 보지 않는 건 확실한 것 같아요.
김주영 감독 그래서 저희가 지적하고 싶었던 건, 기자님 말씀처럼 “누가 악당이냐”가 아니라 시스템 자체였어요. 우리가 생각할 때 ‘개발=발전’이냐 하면 그게 아니잖아요. 실제로 경제적 효과가 있느냐 하면, 결국 극히 일부의 누군가만 이득을 보고, 실제로 그곳에 살고 있던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는 게 저희가 느낀 바예요.


영화를 보면서 위협적으로, 또 공포감으로 다가오는 건 이것이 비단 평창만의, 가리왕산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이 영화가 알려준다는 점이예요. 곧 동계올림픽이 개최되는 이탈리아의 도시 밀라노 역시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음을 영화가 보여주는데요. 국내 문제 뿐만 아니라 다음 개최지까지 점검하게 된 계기는 어떤 것이었나요.
코메일 감독 한국 파트를 먼저 다 편집한 다음에, 과거 올림픽에 대해 연구를 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니까 “그럼 앞으로 다가올 올림픽은 다를까?”라는 의문이 생겼고, 그게 이탈리아로 이어졌어요. 그런데 이탈리아 장면을 넣는 게 정말 어려웠어요. 올림픽을 앞둔 상태에서는 그 나라 정부가 그걸 ‘팔아야 하는 상품’으로 보고 있어서, 이걸 폄훼하는 게 훨씬 위험한 일이었어요.
김주영 감독 첫 번째로 협업했던 단체는 인터뷰도 여러 차례 했고, 영상도 많이 받았는데, 편집을 마치고 공유하니까 “죄송한데 이 모든 영상을 다 빼달라, 지금 되게 예민한 상황이라서 이게 공개됐을 때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앞으로 나한테 연락도 하지 말라” 하고 사라지셨어요. 이탈리아는 마피아도 있고, 실제로 지역 이권이 걸려 있어서 위험하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오히려 “더더욱 이탈리아를 꼭 넣어야겠다”라고 생각했고, 집요하게 다른 단체를 찾았어요. 그러다 운 좋게 저희와 생각이 같은 코르티나에 있는 젊은 환경 단체를 만나게 됐어요. 패턴이 정말 놀라울 정도로 유사했어요. 경이로운 자연, 정부의 “복원하겠다”는 약속, 하지만 결국 “미안한데 못 지킨다”는 식의 뒤집기. 이게 그대로 반복되고 있었어요.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인 자연, 즉 가리왕산의 모습이 영화에 오롯이 담기는데요. 영화를 보면 신령스러운 가리왕산의 모습에서 서서히 산이 훼손되는 장면, 신음하는 동식물과 포크레인, 굴삭기의 소음이 맴도는데요. 결국 가리왕산의 변화하는 모습을 담아냄으로써 두분 감독님께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와닿는데요. 가리왕산을 카메라에 담는 도전은 어떤 것이었나요.
김주영 감독 저희가 갔을 때는 산이 이미 파괴된 시점이었어요. 과거 장면을 찍을 수는 없으니까 “이걸 어떻게 하지” 싶었는데, 진짜 가리왕산이 저희를 많이 도와줬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이 장면이 필요한데 도저히 못 찾겠다”고 할 때마다, 마침 그 산에 가면 딱 그 장면이 벌어지고 있더라고요. 포크레인이 와 있다든가, 개발이 막 진행되고 있다든가. 그래서 크레딧에도 사람만큼 자연의 비중을 넣어놨어요. “이건 정말 모두의 도움으로 만든 영화다”라는 뜻으로요.
코메일 감독 중봉 올라가서 찍을 때는 장비를 들고 산을 올라가야 해서 너무 힘들었고, 중간에 폭우가 내려서 나무 밑에 숨어 카메라를 지키기도 했고, 아이들도 다 데리고 다니면서 촬영을 해서 결국 다 같이 코로나에 걸리기도 했어요.
김주영 감독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저희 아이와 함께 태어난 영화라고 봐야 돼요. 제가 둘째 임신했을 때 시작해서 지금 애가 세 돌이거든요.(웃음)


마지막으로 두 분께서 이 영화를 통해 꼭 알려주고 싶은 점이 있다면요.
코메일 감독 우리가 수천 년 동안 자연과 함께 살아왔는데, 불과 몇 세기 동안 너무 멀어졌잖아요. 이 영화가 그 끊어진 연결성을 조금이라도 되찾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김주영 감독 목전에 있는 수많은 난개발 이슈들… 케이블카, 산악열차, 공항… 이런 것들이 첫 삽 뜨기 전에 멈췄으면 좋겠어요. 진짜 너무 절박해요. 함께 연대해서 막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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