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14(일)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 ‘구로사와 기요시 회고전, PART II’에서 〈차임〉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국내 영화 팬들과 만남을 가졌다. 국내 첫 프리미어 상영 후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참석해 〈비밀은 없다〉 이경미, 〈유령〉 〈독전〉 이해영 감독과 100분간 품격 있는 대화를 나눴다.

먼저 이해영 감독이 “20세기부터 팬이었기 때문에 저는 100년째 팬이다.”라며 재치있는 인사로 대담의 포문을 열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또한 “이경미, 이해영 감독의 영화를 봤다. 두 분의 영화를 보고 놀랍기도 하고 감동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왜 일본에서는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없을까. 오락성도 있으면서 독창성 있는 작품들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을지 그 비밀을 오늘 대담을 통해서 가져가면 좋겠다.“라고 답해 훈훈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이날 국내 최초로 상영한 〈차임〉과 〈큐어〉의 연관성에 대해 이해영 감독이 “〈큐어〉를 만들었을 때인 20여년 전의 일본 사회와 〈차임〉을 만든 현재 일본 사회는 어떻게 다른가?” 물었고,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큐어〉를 찍었을 때는 20세기 후반이었는데, ‘좋은 일도 없고 다 끝나간다’는 포기하는 분위기가 주변에 있었다.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고립이나 불안 같은 감정들을 조금 가볍게 다룰 수 있었던 분위기가 있었다. 막상 21세기 되니 다를 게 없었다. 환경이나 생활 수준에는 변화가 있었지만 인간의 감정이나 사회와 인간 관계라던지 20세기와 크게 다를 바 없고 오히려 악화된 것은 아닌지 최근 실감하게 되었다.”고 답했다.
이어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21세기가 되어도 좋아진 것은 없구나’ 불만을 가진 나 자신에게 ‘그렇다면 내 책임은 전혀 없나?’라고 자문하던 시기가 있었다. 내가 무책임하지 않았는지, 영화를 하는 사람으로서 책임이 있지 않는지, 사회 불안이나 도덕을 가볍게 다뤄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최근 갖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나이가 들면서 앞으로 영화를 몇 편이나 더 찍을 수 있을지 생각도 하게 됐다. 나의 책임은 내가 죽을 때까지 알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내가 찍고 싶은 영화를 한번 더 찍어볼까하는 가벼운 마음도 드는 요즘이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영화를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힘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경미 감독의 질문에는 “어떻게 계속해서 영화를 찍고 있는지 제 자신에 대한 분석을 해본적은 없다. 정신차리고 보니 영화를 계속 찍고 있었다.”고 답해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여러가지 많은 이야기를 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두 분이 재미있는 질문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다. 내가 이렇게까지 말을 해도 되나 할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했다. 여러분들도 유익한 이야기를 들으셨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와주셔서 감사하다.”라는 소감과 인사를 전하며 마무리했다.

〈차임〉은 요리 교실 강사 마츠오카가 한 수강생으로부터 종소리가 들린다는 기이한 말을 듣고 기묘한 공포감에 휩싸이며 벌어지는 이야기. 일본의 미디어 유통 플랫폼인 로드스테드(Roadstead)의 첫 번째 오리지널 작품으로 공개되어 일부 미니시어터(일본의 예술극장)에서 소규모 개봉한 작품이다.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부문에 공식 초청되어 “짧은 러닝타임 안에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담아내는 예술의 훌륭한 사례”(베를린국제영화제), “기술적 공포와 매력적인 모호함. 45분동안 관객을 사로잡는 차갑고 냉정한 공포”(Loud and Clear Reviews) 등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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