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Y' 한소희② “‘열심히’보다 ‘잘’해야 하는 시대, 다른 얼굴을 보여주려면 나 자신을 버릴 줄 알아야”

※〈프로젝트 Y〉 배우 한소희 인터뷰는 1부에서 이어집니다.

〈프로젝트 Y〉
〈프로젝트 Y〉

〈프로젝트 Y〉는 특히 인물들의 비주얼이 아이코닉합니다. 미선의 비주얼을 어떻게 설계하셨나요.

영화가 길지 않은 시간을 담고 있다 보니까, 입을 수 있는 착장이 한정적이었어요. 그 안에서 스타일리시함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캐릭터마다 시그니처가 되는 색상이나 패턴이 필요하다고 느꼈는데요. 처음에는 캐릭터를 아예 배제하고, 우리의 몸에 맞는 옷을 입고, 우리가 좋아하는 옷을 입어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 저는 호피를 선택하게 됐고, 도경이는 빨간색을 입게 됐죠. 그래서 도경과 미선을 보면 각자 스타일리시하면서도 스타일이 겹치진 않거든요.

영화에서 본인 의상을 입기도 했나요. 듣기로는 본인의 실제 파우치를 영화에 사용했다고요.

호피 의상은 제 거였어요. 파우치는 대단한 건 아닌데, 미선이의 직업이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일에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잖아요. 그러다 보니 오래 쓴 흔적이 있고, 좀 생활감 있는 것을 쓰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가 평소에 들고 다니는 파우치를 가져갔어요.

흔치 않은 ‘여성 버디 누아르’ 영화를 작업하며 어려웠던 점도 있었을 것 같아요.

설명적인 부분이 적은 영화다 보니까, 연기를 할 때 명분이 필요하기도 했어요. 가영, 도경, 미선의 서사도 그렇고, 도경과 미선이 왜 그렇게 돈에 얽매이는지에 대한 부분, 그리고 둘이 목숨까지 걸면서 위험한 일에 뛰어드는 부분에 대해 명분들을 찾아가는 과정이 있었어요. 그런데 사실 그 모든 것은 가영이라는 캐릭터로 인해 다 해소가 되었죠. 또, 복수물은 물리적으로, 또 지략적으로 어떤 사람을 뛰어넘는 것을 납득시켜야 하잖아요. 〈프로젝트 Y〉의 후반부에서도 그렇지만, 〈마이 네임〉 때부터 계속 고민해 왔는데, 여자가 남자를 어떻게 물리적으로 전복시킬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계속 생각하고 있어요. 물리적으로 응징하는 방법에 대해, 무술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나누고, 어떤 식으로 관객을 설득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이 고민했어요.

전종서 배우는 앞서 인터뷰에서 “〈프로젝트 Y〉는 도경이와 미선이가 끝까지 손잡고 뛰어가는 영화”라고 말한 바 있어요. 전종서 배우의 요약에 동의하시나요. 종서 배우는 "누구 하나가 돋보이는 영화가 아니길 바랐다”라고 말했는데요.

네. 요약 잘했는데요.(웃음) 맞아요. 저는 이 영화의 주인공이 없다고 생각해요. 어쨌든 도경이와 미선이를 필두로 이 이야기가 흘러가기는 하지만, 석구(이재균)가 없고 황소(정영주)가 없고 가영(김신록)이 없고 토사장(김성철)이 없으면 사실 이 영화가 성립되지 않거든요. 그러니까 앙상블이 좀 더 비율이 높은 영화지, 누군가의 독주가 되는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종서도 그렇게 얘기한 것 같아요. 누구 하나가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게 아니라, 다 같이 끌고 가는 이야기니까요.

전종서 배우와는 친구이기도 하잖아요. 친구로서의 전종서와, 배우로서의 전종서는 어떻게 달랐나요?

종서는 정말 사랑스러운 친구예요. 마음에 사랑이 너무 가득한 친구거든요. 사실 저는 그런 걸 잘 표현하지 못해요. 그런데 종서는 자기가 가진 사랑을 굉장히 잘 표현하는 친구거든요. 〈프로젝트 Y〉의 도경이는 조금 와일드한 면이 있는 친구잖아요. 그런데 도경이에게서 종서의 모습이 안 보였어요. 그래서 그게 제가 미선이로 임하는 데에 가장 큰 도움이 됐어요. 또, 종서는 굉장히 스펀지 같은 친구예요. 현장 상황이나 대사가 갑자기 바뀌어도 굉장히 빨리 흡수하는 친구여서, 그런 면에서도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이환 감독은 〈밀정〉(2016), 〈암살〉(2014) 〈똥파리〉 (2009) 등에 출연한 배우 출신 연출자인데요. 배우 출신 감독과 협업한 소감은요.

공교롭게도 최근에 촬영한 〈인턴〉이라는 영화도 배우로 활동하신 김도영 감독님의 작품이에요. 두 배우 출신의 감독님을 만나게 됐죠. 확실히 배우의 입장에서 생각해 주세요. 컨디션이나 표정을 보고는 내가 어떤 상태구나, 하는 것들을 정확하게 캐치하시는 것 같아요.

배우 한소희. (사진제공=9아토엔터테인먼트)
배우 한소희. (사진제공=9아토엔터테인먼트)

한소희 배우는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커리어를 쌓고 있어요. 드라마와 영화 현장은 어떻게 다른가요?

제가 데뷔했을 무렵은 OTT가 막 뜨기 시작할 때였어요. 그래서 영화 스태프가 시리즈로 오는 경우도 많았고요. 운 좋게도, 저는 영화 촬영 시간제가 생겼을 때 막 활동을 시작한 배우였기에 영화와 시리즈물 촬영할 때 컨디션의 차이는 못 느꼈던 것 같아요. 드라마나 영화 모두 저에게는 하나하나 뛰어넘어야 할 산이에요. 앞으로 더 좋은 근사한 산을 만들어서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해요.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를 나누고 싶지는 않고, 내가 도전할 수 있는 작품이라면 언제든지 참여하고 싶고요. 그런데 영화는 흥행 스코어가 나오다 보니까, 그것 때문에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하고요. 그리고 이 영화를 어떤 시선으로, 어떻게 해석해서 보실지 궁금해요.

​첫 상업영화가 개봉해, 이렇게 프로모션에 참여하는 게 처음이시잖아요. 토론토영화제도 가시고, 부산국제영화제도 가면서 어떤 기분을 느끼셨나요. 영화에 대한 애착이 있는 배우시잖아요.

저는 너무 있죠. 요즘 영화 시장이 많이 어렵다고들 하잖아요. 그런데 이번에 토론토 영화제를 처음 가봤고, 부산영화제도 영화로는 처음 가본 건데, 아직도 영화에 낭만이 있으신 분들의 표정을 보면 행복해지더라고요. 제가 엊그제 일본에서도 〈프로젝트 Y〉 프로모션을 하고 왔는데, 관객석이 꽉 차 있는 게 되게 좋더라고요. 영화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사람들은 아직도 영화를 원하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 〈폭설〉로 독립영화 현장을 경험해 본 적 있으시죠. 독립영화를 촬영할 때는 어땠었나요.

〈폭설〉은 저예산 독립 영화여서, 회차에 대한 부담감이 컸었고, 스태프분들의 피로도가 컸을 거예요. 〈폭설〉은 겨울 서핑 영화, 자연을 다루는 영화라서, 바다의 연결을 맞춰야 했거든요. 그래서 촬영이 없는 날에도 바다의 상태를 보곤 나가서 촬영했던 기억이 있어요. 되게 추웠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이 미화되는 건지, 좋았던 것 같아요.

한소희 배우가 전종서 배우에게 DM을 보내 두 분이 친해진 걸로 알고 있어요. 왜 전종서 배우에게 DM을 보냈나요? 딱 봐도, 저 친구는 나와 코드가 맞겠다, 잘 맞을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나요.

처음에는 정말 완전히 단순한 팬심이었어요. DM을 읽을 거라고 기대도 하지 않았어요. 저는 그전에 전종서라는 사람을 배우로서 좋아했거든요. 저와 〈마이 네임〉을 함께 했던 장률 오빠가 〈몸값〉(2022년 드라마)에 출연해서 〈몸값〉을 보게 됐는데, 거기에서 종서가 너무 멋있었어요.

어떤 면을 보고 배우 전종서의 팬이 되었나요.

정말 외양적인 취향일 수도 있는데, 저는 종서의 얼굴이 너무 좋아요. 선과 악이 공존하는 얼굴이라서 좋고, 목소리도 좋아요. 너무 사랑 고백 같나요.(웃음) 〈콜〉도 〈버닝〉도, 당시 신인이었는데 화면 장악력이 있었어요. 낯선 얼굴인데 이목을 집중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던 것 같아요.

배우 한소희. (사진제공=9아토엔터테인먼트)
배우 한소희. (사진제공=9아토엔터테인먼트)

그렇다면 배우로서 본인은 어떤 매력, 강점이 있는 것 같나요.

옛날에는 솔직히 그냥 열심히만 하면 다 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결국에는 실력 싸움이라는 생각을 해요. 예전에도 그런 생각을 했지만, 요즘에는 시대가 너무 빠르고, 변화가 빠르고, 대중들의 니즈도 구별하기 어려워지다 보니까 더욱 체감해요. 결국엔 ‘열심히’보다는 ‘잘’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어요. 제가 가진 강점도 한계가 있다고 보는 게, 모든 사람들은 자기만의 고유의 매력과 달란트를 가지고 태어나잖아요. 저도 사실은 초반에는 되게 얕은 수로, 타고난 것들을 이용해서 연기를 했던 것 같은데, 그것도 결국에 시간이 지나면 다 퇴색되기 마련이거든요. 연기자면 결국에는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야 되는데, 자꾸 내 고유의 색깔로 그 사람의 인생을 살아버린다면 다양성이 없어지니까요. 그래서 아예 다른 얼굴을 보여주려면 결국에는 나 자신을 버리기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 요즘에는 제 매력을 어필한다기보다는 저를 백지장처럼, 아무 색도 입혀지지 않은 사람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배우로서의 롤 모델이 있나요.

롤 모델은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전도연 선배님을 좋아합니다.

〈부부의 세계〉로 스타덤에 오른 이후, 〈마이 네임〉이나 〈경성크리처〉 등과 같은 도전적인 작품에 출연했어요. 이번 〈프로젝트 Y〉도 그렇고요.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부부의 세계〉가 끝나고, 많은 대본들이 들어왔어요. 그 당시에 저는 그냥 얼굴 좀 괜찮은 연기자로 끝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마이 네임〉을 선택했던 것 같아요.

그렇다면, 향후에 도전해 보고 싶은 배역이 있나요.

사이코패스요. 매번 약간 감정적으로 일을 해결하는 캐릭터를 하다 보니까, 감정이 결여돼서 고난과 역경이 와도 타격을 받지 않는 사람을 연기하고 싶어요.

배우 한소희. (사진제공=9아토엔터테인먼트)
배우 한소희. (사진제공=9아토엔터테인먼트)

예전 인터뷰에서 한소희 배우가 「불안의 서」(저자 페르난두 페소아)를 추천한 이후로 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어요. 책과 영화를 좋아하는 배우로서, 최근에 본 콘텐츠를 추천해 주신다면요. 「불안의 서」는 여전히 종종 읽고 계신가요.

그거 너무 두꺼워가지고.(웃음) 요즘에는 시집을 많이 읽어요. 예전에는 소설책도 보고 두꺼운 책도 봤는데, 요즘에는 문장을 읽는 능력이 떨어진 건지 두 장을 못 넘기더라고요. 그래서 시집 읽고, 예능 봐요. 〈이혼숙려캠프〉, 〈금쪽 같은 내 새끼〉같은…(일동 웃음)

배우로서의 목표를 들려주신다면요.

누가 한소희라는 배우 어때?라고 물어봤을 때, “잘해”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한소희 예쁘지, 그런 게 아니라 그냥 그 작품에서 잘하더라, 거기서 걔 잘하더라, 그런 말을 더 많이 듣고 싶어요.

그렇다면 인간 한소희의 삶은 어떤가요. 〈부부의 세계〉로 스타덤에 오른 이후, 많이 바뀌었을 것 같은데요.

사실 뭐 유명한 배우가 되기 전과 후, 제 인생이 갑자기 판 뒤집어지듯이 바뀐 게 아니라서요. 사실 그다지 화려하지는 않거든요. 화려하다고 치면 그냥 먹고 싶은 것 마음껏 시켜 먹을 수 있는 그 정도니까. 저는 아직도 시간 날 때 지인 카페에 가서 아르바이트하거든요. 알아봐 주시면 ‘감사합니다’ 하고. 저는 그런 삶을 지키려고 노력해요. 그게 제 행복이라 생각해요.

오늘 일기에 ‘명함을 만들고 싶다’라고 적으셨잖아요. 만약 한소희 배우가 명함을 만든다면, 명함에는 어떤 문구가 쓰이게 될까요?

그냥 ‘한소희’. 제가 무슨 일로 인사를 드릴지 모르니까요. 제가 카페 알바생으로 인사를 드릴 수도 있고요. 저를 한 틀에 규정해 놓고 싶지는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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