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의 세계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동궁' 인터뷰 ② 김승규 조명감독

박정훈 촬영감독, 김승규 조명감독, 이목원 미술감독 등 〈동궁〉의 베테랑 제작진이 생생한 제작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동궁〉 대본을 처음 봤을 때 느낀 점은?

처음 〈동궁〉 대본을 봤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한 작품 안에 사극을 기반으로 미스터리, 스릴러,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적 결이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있다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단순히 ‘예쁜 사극 조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장면마다 달라지는 감정과 분위기를 조명으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특히 인물들의 심리가 굉장히 다층적으로 그려져 있었기 때문에, 빛의 온도나 명암, 색의 대비를 통해 감정을 시각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점이 조명 감독으로서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또한 현실 세계와 귀의 세계처럼 서로 다른 공간의 결을 조명으로 구분하며 세계관과 서사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점 역시 큰 도전이자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두 세계의 조명 콘셉트를 각각 어떤 기준과 의도로 설계했나.

〈동궁〉에서는 현실 세계와 귀의 세계를 색의 대비를 통해 명확하게 전달하고자 했다. 단순히 분위기를 구분하는 것을 넘어, 색 자체가 서사를 완성하는 중요한 장치가 되길 바랐다. 특히 하나의 화면 안에 다양한 색을 섞어 공간적으로 표현하기보다 시퀀스마다 색의 방향성을 분명히 가져가는 ‘시간적 배색’에 중점을 두었다. 이를 통해 현실과 귀의 세계가 명확하게 구분되면서도, 각 세계가 지닌 감정과 의미를 더욱 강화하고자 했다. 현실 세계는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기존 사극의 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푸른 계열의 조명으로 설계했다. 반면 귀의 세계는 보다 강렬한 붉은 계열의 색감을 사용해 현실과 확실한 대비를 이루도록 했다. 대본 안에서 이미 ‘붉은 달’이라는 상징이 제시되어 있었기 때문에, 현실의 달빛은 더 푸르게 표현하고 귀의 세계는 붉은 계열의 유사색으로 구성해 강한 보색 대비를 만들고자 했다. 그렇게 서로 다른 두 세계가 강렬한 이미지로 충돌하면서도 동시에 서로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조화를 이루길 바랐다.

조명을 통해 인물이 머무르는 공간의 톤을 어떻게 달리 표현했나.

영화와 드라마에서 색감은 단순한 미장센을 넘어 감정과 분위기를 만들고 서사에 몰입하게 하며 오래 기억될 힘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작품마다 고유의 톤이 중요하다고 느꼈고, 〈동궁〉에서도 인물과 공간의 성격에 따라 조명의 결을 다르게 설계했다. 왕과 대비가 있는 궁 내부의 공간은 미스터리와 스릴러 장르의 감각을 반영해 차갑고 어두운 색감과 낮은 명도로 표현했다. 긴장감과 억눌린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도록 조명 톤을 절제한 것이다. 반면 구천과 생강이 머무는 공간은 보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감정이 느껴질 수 있도록 접근했다. 특히 두 인물이 함께하는 실내 장면에서는 강한 빛이 실내 깊숙이 들어오도록 설계하고, 스모그를 활용해 빛의 결이 공간 안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도록 표현했다. 이를 통해 인물들의 감정과 관계성이 보다 따뜻하고 인상적으로 전달되길 바랐다.

인물의 특징과 감정을 담아내기 위해 고민한 지점은?

촬영에 들어가기 전, 기획 단계부터 어떤 색과 분위기로 작품의 이미지를 더욱 특별하고 오래 기억되게 만들 수 있을지 최정규 감독님, 박정훈 촬영감독님과 굉장히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현장에서 촬영하며 느끼는 톤과 후반 작업을 거쳐 완성된 결과물 사이에 괴리감이 없기를 바랐다. 그래서 단순히 후보정에 의존하기보다 촬영 단계에서부터 최종 이미지에 가까운 화면을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무엇보다 대본 안에 담긴 인물들의 심리 상태와 공간의 상황 자체가 분위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였기 때문에 화면의 질감과 색감, 명도를 어떻게 가져갈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인물마다 가진 감정의 결이 다르기 때문에 빛의 방향, 밝기의 밀도, 그림자의 깊이 같은 부분들도 섬세하게 조절하려고 했다. 조명만으로 완성된 이미지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간의 재질, 의상과 미술의 색, 자연광의 흐름처럼 빛과 연결되는 모든 요소가 함께 어우러져야 비로소 원하는 장면의 감정이 완성된다고 생각해서, 현장에서는 그런 부분들까지 늘 함께 고민하며 작업했다.

촬영이 기대됐던 장면과 가장 어려웠던 장면은?

똑같은 공간이 현실 세계와 귀의 세계로 동시에 그려진다는 설정 자체가 굉장히 흥미로운 요소였다. 처음 호기심이 생긴 출발점도 바로 그 부분이었고, 특별히 어느 한 장면이라기보다는 ‘같은 공간을 전혀 다른 세계처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자체가 가장 기다려졌던 지점이었다. 같은 장소 안에서도 빛의 질감과 방향, 색의 온도, 그림자의 깊이를 어떻게 다르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감정과 세계관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차이를 조명으로 표현하는 과정이 굉장히 재미있는 도전이었다. 현실 세계에서는 보다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톤을 유지하려 했다면, 귀의 세계에서는 현실과는 조금 결이 다른 이질감과 긴장감을 빛 안에 담아내고 싶었다. 반면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아무래도 야외 촬영이었다. 세트 촬영은 공간 안의 모든 요소를 비교적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의도한 빛을 보다 정교하게 구현할 수 있었지만, 로케이션 촬영은 예상하지 못한 변수들이 너무 많다. 예를 들어 특정한 무드와 빛의 방향을 강조하기 위해 스모그를 사용해도 바람 방향이 계속 바뀌거나, 흐리고 눌린 느낌의 빛을 원했는데 예상과 달리 햇빛이 강하게 들어오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사극은 날씨와 자연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자연광 자체가 화면의 분위기를 크게 좌우하기 때문에, 원하는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 현장에서 끊임없이 빛을 조율하고 대응해야 했던 점이 가장 어려우면서도 동시에 가장 고민이 많았던 부분이었다.

〈동궁〉의 관전 포인트를 꼽아 달라.

〈동궁〉은 다양한 장르적 매력이 함께 어우러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현실 세계와 귀의 세계에서 대비되는 색감과 조명, 공간마다 달라지는 분위기를 눈여겨봐 주시면 좋을 것 같다. 또 인물들의 감정 변화와 관계성이 조명과 색의 흐름 안에서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도 함께 봐주신다면 작품을 조금 더 깊이 있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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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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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궁〉 대본을 처음 봤을 때 느낀 점은?톤이 좋았다. 판타지 사극은 많이 시도 됐지만, 사극의 시대 배경과 설정이 과하게 부각되지 않는 차분한 미술을 하고 싶었다. 〈동궁〉이라면 그런 미술적 표현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자연스럽고 절제된 분위기 속에서 세계관이 스며들 수 있다고 느꼈다.두 세계를 구현하기 위한 세트를 구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지점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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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궁〉 대본을 처음 봤을 때 느낀 점은?처음 〈동궁〉 대본을 봤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한 작품 안에 사극을 기반으로 미스터리, 스릴러,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적 결이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있다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단순히 ‘예쁜 사극 조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장면마다 달라지는 감정과 분위기를 조명으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특히 인물들의 심리가 굉장히 다층적으로 그려져 있었기 때문에, 빛의 온도나 명암, 색의 대비를 통해 감정을 시각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점이 조명 감독으로서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또한 현실 세계와 귀의 세계처럼 서로 다른 공간의 결을 조명으로 구분하며 세계관과 서사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점 역시 큰 도전이자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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