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Y' 한소희① “‘리스크 있을 걸 알면서도 도전하고픈, 지금이 아니라면 두 번 다시 못할 것 같았던 대본”

〈프로젝트 Y〉
〈프로젝트 Y〉

한소희는 자신의 일기장을 펴놓고 인터뷰에 임했다. 진솔한 생각들부터 여기저기 붙여놓은 그림들까지, 그만의 세계로 가득 채운 일기장 안에 한소희는 “〈프로젝트 Y〉 인터뷰를 하는 날이다. 나도 명함을 하나 만들고 싶다. 나도 명함을 드리고 싶다”라고 끄적였다.

​오는 1월 21일 개봉을 앞둔 영화 〈프로젝트 Y〉는 화려한 도시 그 한가운데에서 다른 내일을 꿈꾸며 살아가던 미선(한소희)과 도경(전종서)이 인생의 벼랑 끝에서 검은 돈과 금괴를 훔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한소희는 도경과 함께 벼랑 끝 상황에서 다신 오지 않을 기회를 잡기 위해 모든 것을 잃을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검은 돈과 금괴를 훔치는 과감한 선택을 감행하는 미선 역을 맡았다.​

한소희의 첫 상업 영화 주연작인 〈프로젝트 Y〉는 한소희의 말을 빌리면 ‘시절인연’처럼 찾아온 작품이다. 배우 전종서에 대한 팬심과 우정, 그리고 여성 중심 누아르에 대한 갈증이 맞물려, 그는 영화에서 지금 이 순간의 한소희만이 보여줄 수 있는 얼굴을 꺼냈다.

​한소희는 “예쁘다”라는 말보다 “잘한다”라는 한마디가 더 고프다고 말했다. 한소희는 어떤 방식으로 훗날 그의 이름을 건네고 싶을까. 그의 명함에는 어떤 문구가 붙게 될까. 배우 한소희는 16일 오후 종로구 모처에서 씨네플레이를 만나 개봉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 한소희와의 인터뷰의 전문을 옮긴다.


배우 한소희. (사진제공=9아토엔터테인먼트)
배우 한소희. (사진제공=9아토엔터테인먼트)

일기장을 펴놓고 계시네요. 일기장에는 어떤 내용이 쓰여 있나요? 〈프로젝트 Y〉를 촬영했을 당시의 기록도 있나요.

〈프로젝트 Y〉 찍었을 당시를 보면… 너무 부정적이네요.(웃음) 오늘 쓴 거는, ‘〈프로젝트 Y〉 인터뷰를 하는 날이다. 나도 명함을 하나 만들고 싶다. 나도 명함을 드리고 싶다’라고 썼네요.

일기장에 보통 어떤 것을 쓰는지 궁금합니다. 작품 촬영할 때도 일지처럼 기록을 해 두시나요.

촬영의 기억보다는, 지금 제가 어떤 감정인지에 대해 쓰는 것 같아요.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감정인지. 어쨌든, 연기는 저에게 일이니까, 지금 내가 어떤 상태에서 이 일에 임하고 있는지를 많이 써요.

완성된 영화 〈프로젝트 Y〉를 본 소감은 어땠나요.

어쨌든 큰 스크린으로 제 얼굴을 보는 게 되게 생소한 일이었어요. 큰 스크린으로 보니까 제가 표현한 미선이의 눈빛이나 행동이 더욱 확장돼서 보이더라고요. 그게 캐릭터가 좀 더 다채롭게 보이는 데에 큰 작용을 했는지 보게 되고. 또, 아쉬운 것만 보게 되더라고요. 늘 하는 생각 있잖아요. 다른 게 아니고 저만. 저 때 저렇게 해볼걸, 조금만 이렇게 해볼걸. 그리고 제가 그때 살이 쪄서, 조금만 더 뺄걸. 그런 생각도 하고, 별의별 생각을 했어요.

처음 이환 감독과 만났을 때는 어땠나요. 미선과 도경 중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고 들었어요.

도경, 미선의 경계 없이 감독님과 만났어요. 감독님과 4시간, 5시간 대화 끝에, 감독님이 저희가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도경이 쪽에 가까운지, 미선이 쪽에 가까운지, 그런 것들을 보시다가 결국 제가 미선, 종서가 도경이를 하게 된 거죠. 미팅하며 레퍼런스를 보여주셨는데, 여자 둘이 나오는 뮤직비디오나 〈델마와 루이스〉 같은 영화의 시퀀스, 홍콩 영화의 시퀀스들을 보여주셨어요. 조명이나 불빛과 같은 미쟝센, 그리고 이 두 명의 이미지가 어떻게 교차돼서 보이면 좋겠는지에 대한 레퍼런스를 보여주셨고, 대화하며 연기적인 부분을 잡아 나갔어요.

〈프로젝트 Y〉
〈프로젝트 Y〉

상업영화 첫 주연작이에요. 〈프로젝트 Y〉를 첫 상업영화로 선택하신 이유가 있다면요.

차기작을 고르는 과정에서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을 때, 가장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키는 대본이었어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무거운 소재에, 직업군에 대한 이슈도 있을 거고, 리스크가 있을 거라는 점을 알면서도 한 번쯤은 도전해 보고 싶은 인물이었어요. 지금이 아니라면 두 번 다시는 못할 것 같은 기분도 있었고요. 2, 3년만 지나도 미선이라는 캐릭터를 제가 소화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프로젝트 Y〉를 두고, “하늘에서 떨어진 것 같은 대본”이라고 표현하신 적 있는데요. 그렇게 표현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거창한 말일 수도 있는데, ‘시절인연’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프로젝트 Y〉 대본이 저희에게 주어지기 전, 종서와 친구 관계가 됐고. 또, 제가 한창 차기작을 막 찾던 중, 종서가 〈프로젝트 Y〉 대본을 보여줬는데, 하필 또 여자 2명이 나오는 대본이었고. 또, 저는 종서가 친구이기 이전, 전종서라는 배우를 굉장히 좋아했었고. 사실 그리고 이런 대본이 흔치가 않잖아요. 장르가 누아르이고, 여자 두 명이 주체가 되어 이야기를 끌고 가는 대본이 사실 그때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는데, 그런 것에 목말라 있다가 대본이 주어진 거죠. 그래서 일사천리로 진행이 착착착 되는 느낌이었어요. 당시 영화 투자, 제작이 굉장히 힘든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원활하게 잘 돼서 아, 작품의 주인은 있구나, 아, 하늘에서 이걸 찍으라고 하는구나, 그런 생각으로 촬영에 임했던 것 같아요.

또, 〈프로젝트 Y〉의 미선 역할은 “지금, 젊음의 패기로 해볼 수 있는 캐릭터”라고 표현하신 적 있어요. 그 이유는요.

〈프로젝트 Y〉에 들어가기 직전은 제가 저의 연기적인 부분에 굉장히 부족함을 많이 느꼈던 시기였어요. 새로운 얼굴을 보여줘야 하는 게 우리의 일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새로움을 보여주는 일에 굉장히 목말라 있었는데, 미선이라는 캐릭터가 좋은 시기에 주어졌어요. 저는 항상 나이에 비해 성숙한 성격을 가진 인물을 연기해 왔던 것 같거든요. 주어진 상황이나 살아온 환경 때문에 나이에 비해 성숙한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었는데, 미선이는 나의 철없는 모습도 반영할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프로젝트 Y〉의 오프닝 장면이 굉장히 감각적입니다. 이 영화의 정체성을 단박에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고요. 촬영 당시에는 어땠나요.

오프닝 장면은 시간상 마지막 장면이에요. 저는 마지막 장면을 오프닝에 쓸 거라는 사실을 조금 나중에 들었어요. 그 상태로 촬영하는데, 감독님께서 전날 조명을 다 바꾸셨어요. 테스트 촬영을 해 봤는데, 감독님이 원하시는 이미지랑 조금 안 맞았나 봐요. 그 상태에서 조명을 다 바꾸고, 슬로우 걸어서 찍어보고, 그냥도 찍어보고, 앞뒤로 교차해서도 찍어보고, 미선이가 한 번 돌아보면 도경이가 뒤돌아보고, 아니면 둘이 같이 돌아보고. 그런 식으로, 굉장히 여러 가지 버전을 찍어봤어요. 스크린으로 봤을 때, 확실히 영화의 정체성을 알리는 장면이 된 것 같아서 좋았어요. 저희 얼굴에 다 상처가 있는 상태니까, 궁금증도 유발할 수 있을 것 같고, 노래도 잘 어우러졌어요. VIP 시사를 하고, 첫 신과 마지막 신, 지하차도 걸어가는 신이 인상 깊었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어요. 그런 그림이 신선하다는 표현이 저는 되게 좋았어요.

〈프로젝트 Y〉
〈프로젝트 Y〉

〈마이 네임〉 〈경성크리처〉에 이어 이번에도 약간의 액션 연기를 하셨어요. 액션 장면을 촬영할 때는 어땠나요.

현장에 무술 감독님도 계셨고, 제가 〈마이 네임〉과 〈경성크리처〉를 했다 보니까 원활하게 촬영했어요. 그런데 영화를 보는데, 정영주 선배님과 김신록 선배님이 타르에 빠져 계시고, 이재균 선배님도 막 홀딱 벗겨져 계시고, 유아도 피떡이 된 걸 보니까 나는 정말 편하게 찍었구나, 오히려 그런 생각을 했어요. 나도 타르에 빠지면 어떡하지….

검은 돈에 손을 대는, 미선이라는 도전적인 배역을 맡으셨어요. 미선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연기하셨나요.

미선이라는 캐릭터를 처음 봤을 때, 제 성격으로는 정말 이해가 안 되는 캐릭터였어요. 저는 그런 위험한 일에 뛰어들기에는 너무 쫄보여서요. 저는 도경이와 미선이가 되게 어리석은 선택들을 해왔던 친구들이라고 생각했었어요. 대본을 보면서, 이들에게 이게 최선이 아니었을 텐데, 얕은 수로 돈을 벌려고 하는 친구들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미선이를 연기해야 하고, 관객들에게 캐릭터를 납득시키고 설득시켜야 되잖아요. 그래서 미선이를 제가 이해하는 과정에서 힘들었던 부분이 있기는 했어요. 그런데 환경적 요인, 직업적 요인을 다 빼고 생각했을 때, 내가 인생을 살아갈 때 믿을 구석이 한 단 한구석도 없고, 정말 딱 한 명의 친구만이 남아 있다면. 그 친구가 행하는 일에 내가 뛰어들겠냐, 안 뛰어들겠냐로만 놓고 봤을 때, 저는 뛰어들 것 같거든요. 그래서 그 접점 하나로 도경이와 미선이의 관계성을 농도 짙게 보이게 만들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미선과 한소희 배우가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기도 해요. 본인과 미선과의 싱크로율은요.

미선이가 화중시장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을 붕괴시켜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결국 가영(김신록) 때문이잖아요. 그런 면에서, 저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고, 사람 때문에 살고 죽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면이 비슷해요. 저는 인류애로 살아가는 사람이기 때문에요.

※ 〈프로젝트 Y〉 배우 한소희 인터뷰는 2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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