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얼마나 무서운데? 공포영화 '살목지', 시사회에서 미리 보다

〈살목지〉
〈살목지〉

간만에, 김새지 않는 공포영화가 등장했다. 공포영화를 보며 ‘에이’라는 감정이 든다면, 그 영화는 그것으로 ‘끝’이다. 스산한 무언가의 끝에, 기대만큼의 공포가 따라오지 않는다면 남는 건 허탈함뿐이다. 결국 ‘시시함’이라는 감정이 드는 순간 공포영화는 제 기능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공포영화에서는 ‘알면서도 얼마나 잘 속게 만드는가’가 ‘무서움’과 ‘시시함’을 가르는 주요한 질문이다.

공포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놀랄 만한 반전인가, 점프 스케어인가, 음향과 음악인가. 물론, 그 모두가 중요하겠지만, 공포영화를 보러 가기 전 대중들은 ‘영화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찾는다. 공포영화는 ‘어트랙션’처럼 기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따져 본다면, 오는 4월 8일 개봉하는 〈살목지〉는 공포영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작품이다. 〈살목지〉는 장소에 대한 설명이나 인물들 간의 케미를 설명하는 데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 대신 그 자리는 강한 점프스케어나 공간이 주는 스산한 에너지로 채웠다.

물론, 〈살목지〉가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매끈한 영화냐 하면, 그건 많은 평단의 지적에 부딪히겠지만, ‘오싹함’이 필요한 관객들에게는 이보다 목적에 충실한 작품이 있을까. 스산하기로 소문난 스팟으로 향하는 여러 명의 인물들. 귀신을 믿지 않는 인물, 공포 체험을 즐기고 싶은 인물, 처절하게 살아남으려는 인물까지. 영화는 이 익숙한 공식을 활용하면서도, 기시감으로 인해 마냥 김빠지게 두지 않았다. 특히나 촬영과 미술의 신선함이 이 점을 뒷받침한다. 영화는 360도 카메라, 수중 촬영, 모션 디텍터 등으로 '알면서도 속고 싶어지는 맛'을 살렸다. 내러티브를 최소화했지만, 어디서 무엇이 나타날지 예측할 수 없는 불안, 보이지 않는 존재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긴장 등, 공포감 그 자체가 내러티브가 되어 러닝타임 내내 몰입시키는 힘이 좋다.


〈살목지〉 기자간담회
〈살목지〉 기자간담회

지난 24일 오후 CGV용산아이파크몰 SCREEN X관에서는 영화 〈살목지〉의 언론배급시사회와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이상민 감독과 배우 김혜윤, 이종원, 김준한, 김영성, 오동민, 윤재찬, 장다아는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취재진들의 질의에 응답했다. 기자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한 배우들은 비명을 지르며 영화를 감상해, 영화에 참여한 당사자들조차 〈살목지〉의 공포를 피해 갈 수 없음을 스스로 입증하기도 했다.

〈살목지〉는 관객을 빠져나올 수 없는 살목지의 늪 한가운데로 데려다놓는다. 이날 이상민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가장 중점을 둔 지점으로 '체험'을 꼽았다. "관객분들이 실제로 살목지에 와서 이 공포스러운 사건들을 체험하는 것처럼 만들어드리고 싶었다"며 로드뷰 숏, 인물의 POV 숏 등을 통해 관객이 사건을 직접 겪는 듯한 연출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 감독은 물귀신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습이나 신체 일부가 불쑥 등장하는 장면 등, 기괴하고 새로운 이미지들을 선보이는 데에도 공을 들였다고 덧붙였다.

〈살목지〉
〈살목지〉

〈살목지〉에는 점프스케어가 다양한 방식과 타이밍으로 등장한다. 공포 영화 마니아로 알려진 이상민 감독은 “공포 영화를 굉장히 좋아해서, 내가 좋아하고 즐기는 것들을 많이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었다”라며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밀도 높은 ‘무서움’으로 채운 이유에 대해 전했다. 더불어 이 감독은 〈살목지〉 속의 점프 스케어에 대해 “점프 스케어도 나름의 기준이 있다. 앞에서 얼마나 시간을 끄느냐의 타이밍 싸움, 어떻게 놀라게 하느냐의 아이디어 싸움이 있다"며 점프 스케어가 호러 영화를 보는 큰 즐거움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공간 자체가 또 하나의 주인공이라며,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점프 스케어를 고안했다고 밝혔는데, 예를 들면 시체가 드러나는 순간이나, 땅과 물의 경계가 모호한 지점 등 다양한 살목지의 면면을 다각도에서 포착하며 공포의 수위를 높였다고 전했다.

〈살목지〉 기자간담회
〈살목지〉 기자간담회

이 감독은 밤 장면에서는 손전등으로 시야를 제한해 어둠의 밀도를 높이고, 공포에 잠식되어 가는 인물들의 표정을 더욱 선명하게 포착하는 방식을 택했다. 석연치 않은 기운을 품기는 ‘교식’을 연기한 김준한의 말마따나, 공포영화는 “세계관이 믿어지지 않으면 끝”이다. 김준한은 “어디까지를 보여줄 것이고, 어디까지를 베일에 싸인 채로 끌고 갈 것이냐”를 프리프로덕션 단계부터 후반 작업까지, 감독과 함께 논의했다고 밝히며 “출연한 배우들이 점점 그 세계 안으로 들어가서 믿게 되는 연기를 해 몰입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배우들의 몰입은 실제 공포영화를 방불케 하는 촬영 현장의 으스스함에서 비롯됐다. 주인공 ‘수인’ 역을 맡아 ‘호러퀸’ 도전에 나선 김혜윤은 "검은 물 아래로 나뭇가지들이 올라와 있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보니 정말 기괴하게 느껴졌다. 밤에 저수지에 왔다는 것 자체가 무서웠다"고 말했다. 이종원 역시 "나뭇가지, 진흙 같은 것들이 누가 일부러 설치해 놓은 것처럼 무서운 조형물처럼 생겼다. 매 순간 소름 끼치는 순간들이었다"고 전했다. 〈살목지〉로 스크린 데뷔를 한 장다아는 “희한하게도, 촬영한 공간은 해가 떠 있는 낮 시간에도 스산했다. 모호한 색의 물, 그리고 앙상한 가지들, 땅과 물의 경계가 애매한 공간이 더욱 신에 몰입할 수 있도록 무드를 조성했다”고 촬영 현장을 회상했다.

영화 〈살목지〉는 오는 4월 8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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